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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s & Analysis] “국제 거래에 중국의 힘 인정” WTO 가입에 견줄 효과 예상



2015년은 중국 위안화 역사에 한 획을 긋는 한 해로 기록될 듯하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위안화 국제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한 중국 정부의 노력이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11월 30일 국제통화기금(IMF) 집행이사회는 위안화의 특별인출권(SDR) 통화 바스켓 편입을 결정했다. 이 결정으로 위안화는 단번에 미국 달러 및 유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 3대 통화의 반열에 올랐다.외환 결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커져 위안화는 10월에 처음으로 일본 엔화를 제쳤다. 국제은행간통신협정(SWIFT)에 따르면 위안화의 외환 거래 결제 비중은 2.79%로 달러(44.8%)와 유로(27.2%), 영국 파운드(8.5%)에 이어 4위로 뛰어올랐다. 일본 엔화(2.76%)를 근소한 차이로 앞섰다. 위안화의 SDR 바스켓 편입에 이어 중국이 주도한 첫 국제금융기구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57개국의 창립멤버로 진용을 갖춰 올해 말 출범하면서 중국의 ‘금융 굴기’는 궤도에 진입했다.


중국의 도전과 좌절, 그리고 성공중국은 세계 금융위기 이후 국제통화체제 개편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미 달러화 중심의 국제통화체제가 한계를 노출하자, 금융위기 이후 국제경제 질서의 재편 과정에서 새로운 ‘규칙 제정자(Rule Setter)’와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되려는 야심을 드러냈다. 미국과 함께 주요 2개국(G2)으로 부상한 중국이 패권국의 면모를 갖추기 위해서는 공신력 있는 통화 체제와 금융체제의 뒷받침도 필요했다. 이를 위해 중국은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후진타오(胡錦濤) 당시 국가주석이 2008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국제 화폐 체제의 다원화를 강조하며 위안화 국제화를 시사했다. 뒤이어 저우샤오촨(周小川) 중국인민은행장은 국제통화체제 개편을 요구하며 IMF SDR을 기축통화로 사용할 것을 제안했다. 중국 등 신흥국의 쿼터를 늘리는 IMF 개혁안도 마련했다. 2010년에는 위안화의 SDR 통화 바스켓 편입을 추진했다.2009년 세계 수출 1위국이 된 중국은 무역 거래에서 위안화 결제 비중을 높여갔다. 그 결과 2015년 10월 세계 4위의 결제통화로 부상했다. 교환수단과 가치척도의 기준으로서 위안화의 영향력은 커지고 있다. 하지만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의 존재감은 여전히 미미하다. 중국과 함께 G2로 불리는 미국 달러와 비교하면 차이는 확연히 드러난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2014년 기준으로 IMF 188개 회원국 중 위안화를 외환보유액에 편입한 국가는 38개국이다. 반면 미국 달러를 외환보유액에서 보유한 국가는 127개국이다. 자산 규모로 견주면 게임이 되지 않는다. 전 세계 외환보유액의 64%가 달러 자산이다. 유로화 자산도 21%를 차지한다. 위안화 표시 자산은 전 세계 자산의 1.1%에 불과하다. 위안화 표시 채권 발행액은 미미한 수준이다. 중국의 외환시장과 자본시장이 충분히 개방되지 않은 탓에 투자에 많은 제약이 따르기 때문이다.SDR 통화 바스켓에 들어가려면 해당 통화는 ‘국제 거래 지급 수단’과 ‘자유롭게 사용되는(freely usable) 화폐’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자유롭게 사용되는 통화’의 조건으로는 외환거래량이나 선물환 시장의 존재, 완전한 태환성과 자유변동환율제도 등이 꼽힌다. 다양한 금융상품이 거래될 수 있는 깊이와 폭을 갖춘 외환과 금융시장의 존재도 조건이 될 수 있다. 이 조건을 적용한다면 위안화를 자유롭게 사용되는 통화로 분류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 그럼에도 IMF는 2010년과 달리 위안화가 ‘자유로운 사용’ 요건에 부합하며 주요 환율시장에서도 널리 거래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 결과 위안화는 SDR 통화 바스켓에 편입됐다. FT는 “IMF가 기준을 깨지는 않았지만 굽힌 것”이라고 평했다. 블룸버그는 “위안화의 SDR 편입은 경제적인 의미보다는 정치적인 의미가 강하다”며 “현실 무역에서 중국의 중요성을 인정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1조 달러 규모의 위안화 수요 예상중국은 위안화의 SDR 통화 바스켓 편입에 성공하며 국제 정치 무대와 경제 체제에서 영향력을 과시하고 강화할 수 있었다. 또한 위안화가 ‘엘리트 통화(Elite Currency)’의 지위를 얻게 되며 경제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기축통화의 반열에 오르며 무역 거래에서 위안화 직접 결제가 늘어나고 달러 거래에 따르는 환차손과 거래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각국 중앙은행이 위안화 표시 채권을 늘리게 돼 자금 조달도 용이해질 수 있다. 골드먼삭스는 1조 달러 규모의 위안화 자산 수요가 생길 것으로 예상했다. ‘달러의 덫’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중국은 미국 국채 1조2548억 달러를 보유한 최대 채권국이다. 미국 국채 비중을 낮추기 위해 중국이 채권을 내다 팔면 보유 자산의 가치가 떨어지게 되는 탓에 그동안은 어쩌지 못했다. 하지만 위안화가 준비통화가 되면 외환보유액에서 달러 비중을 낮출 수 있다. 마크 윌리엄스 캐피털이코노믹스 아시아 수석이코노미스트는 FT와의 인터뷰에서 “SDR 편입은 위안화가 국제 기준을 충족했다는 IMF의 보증을 받은 것이지만 투자 여부는 은행 자체적으로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SDR 편입은 위안화 국제화의 첫 단추를 꿴 것에 불과하다. 위안화가 진정한 세계의 기축통화가 되는 것은 중국의 자본시장 개방의 속도와 폭, 금융 개혁의 수준에 달려 있다. 국제통화체제에 대한 분석을 담은 책『달러 트랩』의 저자인 에스와르 프라사드 코넬대 교수는 “위안화가 10~20년 사이에 주요 준비 통화의 위상에 오를 것은 분명하지만 달러를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위안화가 ‘교환 수단’과 ‘가치 척도의 수단’으로 쓰일 수 있겠지만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 달러의 지위를 위협하지는 못할 것이란 분석이다. 중국이 기축통화의 태생적 모순인 ‘트리핀 딜레마(Triffin’s dilemmaㆍ국제적 유동성 공급과 기축통화의 신뢰성 사이의 충돌)’를 감당할 수 있는지도 향후 위안화 국제화의 성공 여부를 가늠하는 척도가 될 수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자국의 통화가 기축통화가 되면 국내 경제에 대한 통제력이 약화하고 정부 개입을 최소화할 수밖에 없는 단점을 안게 된다”고 지적했다.위안화 국제화는 중국의 대외적인 위상 강화뿐만 아니라 대내적으로는 개혁을 위한 동력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프라사드 교수는 “중국은 위안화 국제화를 기득권의 저항을 무마하고 개혁을 밀어붙이는 슬로건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수출에서 내수로,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연안에서 내륙으로 경제 성장의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이러한 중국식 발전 모델의 변화는 금융시장과 자본시장 개방·개혁과 함께 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위안화의 SDR 통화 바스켓 편입으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위안화 국제화는 개혁을 위한 훌륭한 근거가 될 수 있다. 세계경제연구원 강연을 위해 최근 방한한 황하이저우(黃海洲) 중국 국제금융공사(CICC) 최고투자책임자는 “위안화의 SDR 바스켓 편입은 중국의 WTO 가입만큼이나 개방에 중요한 움직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WTO 가입으로 중국 제조업이 세계 체제에 편입됐다. 당시 중국 제조업이 모두 고사할 것이라고 아우성이었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았다. 위안화의 SDR 편입으로 중국 서비스업이 이제 세계 시장에 통합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통화체제뿐만 아니라 중국 경제도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된 셈이다.


 

?SDR이란 IMF 회원국이 국제수지 악화로 어려움을 겪을 때 담보 없이 필요한 만큼 외화를 인출할 수 있는 권리다. 1967년 제정됐다. 회원국은 IMF 출자 비율에 따라 SDR을 배분받고 보유한 SDR의 규모 내에서 자유가용통화로 교환할 수 있다. 가상의 돈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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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