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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권 뺏는 후진적 시위, 언제까지 참아야 하나


주말 서울 도심은 한마디로 ‘고통’이었다. 어제 서울광장·광화문광장 등 시내 한복판에서 밤늦게까지 열린 대규모 집회로 시민들은 극심한 교통 혼잡과 소음에 시달렸다. 마침 서울 소재 11개 대학에서 10만 명 이상의 수험생이 대입 논술을 치르는 날이기도 했다. 다행히 수험생들이 서둘러 대중교통을 이용한 덕분에 지각 사태는 없었지만 학부모들은 가슴을 졸여야 했다. 만추(晩秋)의 추억을 담으려 부슬비 속에 나들이에 나섰던 이들도 기분을 망쳤다.


 시위는 민주노총·전국농민회총연맹·전교조 등 53개 노동·사회단체로 구성된 ‘민중총궐기 투쟁본부’가 주도했다. 참여 인원은 경찰 추산 6만4000여 명으로 주로 진보 성향 단체들이다. 이들은 노동개혁 철폐와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쌀값 폭락 저지, 비정규직 생존권 보호 등을 요구했다. 전교조 교사들은 제자들이 논술을 치르는 날 거리로 나서 고함을 질렀다. 일부는 어린 자녀까지 데려왔다. 도대체 아이들에게 무엇을 보여주겠다는 것인가.


 광화문 사거리 일대는 난장(亂場)이었다. 도로를 점령한 시위대는 ‘뒤집자, 세상을!’ ‘처형하라, 박근혜!’ 같은 거친 구호를 외치며 한때 청와대 쪽으로 행진을 시도했다. 경찰은 차벽을 설치하고 물대포로 저지했고, 이 과정에서 중상자도 발생했다. 곳곳엔 술병과 쓰레기가 나뒹굴어 수도의 얼굴을 부끄럽게 했다.


 서울 도심의 주말 시위·집회는 일상화된 지 오래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상 사전 신고만 하면 대부분 합법 인정을 받는다. 전문 시위꾼까지 등장할 정도다. 어제 하루 신고된 집회만도 25건, 행진은 13건이었다. 서울광장에선 올해만 200건이 넘는 행사가 열렸다. 서울시가 주간은 시간당 13만2070원, 야간은 17만1691원의 사용료를 받고 있는데도 예약이 밀릴 정도다. 시민의 광장이 엉뚱하게도 주말 시위대의 안방이 된 것이다.


 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은 헌법(제21조 제1항)에서 모든 국민의 표현·집회·결사의 자유를 보장한다. 이 자유는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소중한 권리다. 하지만 아무리 명분과 목적이 타당하더라도 시민의 일상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할 권리까지 부여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시위대는 시민의 불편은 안중에 없이 일방적인 집단의견 표출에만 극성이다. 도대체 대다수의 시민은 언제까지 이런 고통에 시달려야 하는가.


 당장 고막을 찢을 것 같은 소음부터 잡아야 한다. 기준을 강화하고 어기면 엄격히 제재해야 한다. 지난해 10월 개정된 집시법 시행령은 소음 한도를 광장과 상가 주변은 주간 75데시벨(㏈), 야간 65㏈로 정했다. 하지만 90㏈(공장 안 소음)까지 치솟는 게 일반적인데도 경찰은 단속조차 하지 않는다. 광화문 인근에서 사는 외국인은 “이렇게 시끄러운데 시민들이 왜 참고만 있느냐”며 의아해했다. 우리도 주간 65㏈, 야간 60㏈인 미국 수준으로 더 엄격해져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시위·집회 문화의 선진화다. 국민소득 3만 달러를 앞둔 지금도 우리는 여전히 5000 달러였던 1980년대의 후진적 행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민에게 불편을 끼치는 도로 점령과 확성기 사용, 물리적 충돌 같은 구태를 이젠 버려야 한다. 계속 ‘쇠귀에 경읽기’ 식으로 반응한다면 시민의 생활권과 행복추구권을 보장할 수 있는 강력한 제도적 장치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평온한 주말이 선진 도시의 표상이다.

도민이 행복한 더 큰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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