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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집권에 이용하려다 개혁 표류 … 뉴질랜드, 시민이 나서 독일식 쟁취

단순다수제 투표 제도가 중심이 됐던 영국과 뉴질랜드의 선거개혁 시도는 한국이 참고할 만하다.



영국은 1928년부터 전국 650개 선거구에서 1명씩의 하원의원을 선출하는 소선거구 단순다수제가 정착했다. 이 제도는 보수·노동당 양당제를 확립시켰다. 하지만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51년과 74년 선거에선 각각 보수당과 노동당이 총 득표에서 뒤지고도 더 많은 의석을 가져갔다. 83년 자유민주당(자민당)은 노동당(27.6%)과 비슷한 득표(25.4%)를 했음에도 의석 점유율은 32.2% 대 3.5%로 크게 벌어졌다. 노동당 의원 1명이 4만464명을 대표한 데 반해 자민당은 1인당 33만8302명을 대표한 셈이다.



이처럼 제도의 모순이 부각되자 75년 선거개혁위원회가 출범해 하원 4분의 1을 비례대표로 선출하는 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보수·노동 양당은 단독 과반의석 구성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판단하고 제도 개혁을 미적거렸다.



하지만 노동당이 80년대 마거릿 대처의 보수당에 연속 패배하자 집권을 위해선 자민당과의 연합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내리기에 이르렀다. 이후 비례대표제를 주장해 온 자민당과 공동으로 하원 선거제도를 국민투표에 부치겠다는 내용의 공약을 내세웠다. 이후 토니 블레어를 앞세워 노동당이 집권하자 선거제도개혁위원회(젱킨스 위원회)가 출범했고, 변형된 대안투표제(선호투표제)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이 안은 조용히 묻혔고, 국민투표 약속도 잊혔다. 당시 전성기를 구가하던 노동당 입장에서 선거제도를 바꿀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었다. 결국 2010년 총선을 앞두고 노동당의 패배가 확실시되자 고든 브라운 총리가 대안투표제 실시를 위한 국민투표를 제안했다.



2010년 총선은 제2차 세계대전 후 처음으로 특정 정당이 단독 과반수 확보에 실패한 선거였다. 이번엔 보수당이 자민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하기 위해 국민투표라는 ‘당근’을 제안했다. 결국 이듬해 5월 국민투표가 실시됐지만 결과는 32.1% 대 67.9% 부결이었다. 보수당 지지자의 반대와 노동당의 소극적 태도, 짧은 홍보 기간 등이 부결 원인으로 지적됐다.



올해 5월 치러진 총선에선 보수당이 과반 의석을 탈환했다. 자민당은 지역 기반 정당인 스코틀랜드 국민당에도 밀려 제4당이 됐다. 전용주 동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과반 정당 복원과 자민당 몰락으로 선거제도 개혁 논의는 당분간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영국과 달리 뉴질랜드는 시민사회가 앞장서 선거개혁에 성공한 사례다. 국민당과 노동당 양당제였던 뉴질랜드는 78년과 81년 선거에서 노동당이 더 많은 득표를 했지만 과반 의석은 국민당 차지가 됐다. 같은 시기 양당제에 환멸을 느낀 유권자들이 사표를 무릅쓰고 군소정당에 투표하는 현상까지 벌어져 양당의 득표율-의석점유율 간 괴리는 더 심해졌다.



결국 86년 왕립선거개혁위원회가 설립됐고 위원회는 독일식 혼합형 비례제를 권고했다. 그러자 곧바로 선거개혁연합(ERC)이라는 시만단체가 결성돼 권고안에 대한 대국민 홍보에 나섰다. 열성회원 수천 명이 가세한 ERC는 “Make your vote count(당신의 표를 셈하게 하라)!”라는 구호를 내세워 여론을 움직였다. 민주당·녹색당 등 5개 군소정당은 독일식 비례제 도입을 공약으로 선거연합을 구성했다. 단순히 하나의 제도 개혁을 목표로 한 이례적 정당연합이었다.



결국 92년 국민당 정부는 선거제도 변경 여부에 대해 ‘법적 구속력 없는’ 국민투표를 실시했다. 그 결과 유권자 85%가 단순다수제를 거부했고, 대안 제도 중에선 65%가 독일식 비례제에 찬성했다. 이듬해 법적 구속력을 가진 국민투표가 또다시 실시돼 독일식 제도로의 개혁이 이뤄졌다. 최태욱 한림국제대학원대 교수는 “뉴질랜드는 이후 여러 정당이 정치에 참여하게 돼 정치의 다원성이 높아졌다”며 “시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의회 권한인 선거제도 개혁을 국민투표에 맡겼다는 점에서 자신들의 이해를 스스로 내려놓은 정치권도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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