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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편집국장 레터] 제헌절의 개헌론

VIP?독자 여러분, 중앙SUNDAY 편집국장 남윤호입니다.



오늘, 7월 17일은 제67회 제헌절입니다. 1948년 이 날 대한민국 헌법 공포를 기념하는 국경일입니다. 그런데 제헌절이 되면 단골메뉴로 떠올랐다 가라앉곤 하는 이슈가 있습니다. 바로 개헌론입니다. 이번 제헌절을 앞두고도 몇몇 사회단체가 개헌을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헌법을 만들어 공포한 기념일에 헌법을 개정하자는 논의가 나오는 게 아이러니 아닙니까.



지난 67년 간 우리 헌법은 모두 아홉 차례 개정됐습니다. 1960년 4.19혁명과 87년 민주화 운동에 따른 개헌 외에는 친위 쿠데타 비슷한 개헌들이었습니다. 어두웠던 시절, 개헌은 별로 좋은 인상을 주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민주화 이후 5년 단임제 정권이 계속 이어지면서 87년 체제의 한계가 드러났습니다. 특히 대통령 5년 단임제에 대한 문제의식이 커졌습니다. 이는 원래 독재정권의 장기집권이라는 트라우마가 반영된 제도입니다. 실제 해보니 어떻습니까. 정책의 지속성-안정성-책임성이 떨어지고, 정권 후반기 권력 누수가 나타나는 등 여러 문제점들이 지적돼 왔습니다. 이대로는 대의 민주주의 구현에 한계가 있으니, 근본적인 교정을 위해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나온 것입니다.



개헌은 최상위 가치인 권력의 배분과 작동 구조를 건드립니다. 엄청난 이해관계가 걸려 있기 때문에 쉽사리 합의를 구할 수 없습니다. 큰 권력이 걸린 사안일수록 이해당사자의 수가 많아 실행 가능성은 떨어지는 법입니다. 이미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개헌을 국정의 블랙홀에 비유하면서 반대했습니다. 경제 살리기에 주력해야 할 시점에 개헌을 하면 안된다는 취지였는데, 개헌과 경제가 무슨 관계인지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개헌은 꼭 호황기에 할 수 있다는 겁니까.



개헌론은 이미 정치권에서 널리 공감을 얻고 있습니다. 19대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한 2012년 중앙일보 설문조사에선 대다수가 개헌에 찬동한다고 응답했습니다. 머릿수로는 개헌선을 넘습니다. 또 지난해엔 개헌추진 국회의원 모임 소속 의원들이 '헌법개정특별위원회' 구성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하지만 이런저런 정치적 역학관계 탓에 실제 개헌작업이 추진되진 못한 채 말만 무성한 상태입니다. 이번에도 역시 말만 나오다 곧 쑥 들어갈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대통령의 반대가 결정적인 듯합니다.



달리 생각해 보면, 지난해 반짝 했던 개헌론이 지금 동력을 잃은 게 차라리 잘된 일인지도 모릅니다. 제왕적 대통령의 폐해가 부각되다 보니, 개헌론의 중심은 늘 권력구조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이원집정부제니, 내각제니, 대통령 중임제니, 하며 온통 최상부 권력구조를 손봐야 한다는 논의가 무성했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어느 제도가 민주주의에 유리한가에 대한 연구에 눈길이 많이 가곤 했습니다. 2001년 호세 체이버브와 페르난도 리몽기, 두 정치학자는 각국 사례를 토대로 민주주의의 예상 수명을 내각제에선 73년, 대통령제에선 21년으로 계산했습니다. 이에 대해 대통령제를 선호하는 분들은 다른 주장을 합니다. 남북 분단 상황에서 강력한 대통령제야말로 국정 운영의 효율과 안정을 담보할 수 있고, 유사시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그런 분들의 눈엔 내각제란 비효율과 불안의 상징처럼 비치겠지요. 이는 제2공화국의 잔상에서 형성된 잘못된 고정관념입니다. 대통령제가 효율적인 것처럼 보이는 건 역대 대통령이 막대한 권력을 거침없이 휘둘렀기 때문 아닐까요. 늘 전쟁의 긴장 속에 있는 이스라엘이 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습니까.



그처럼 개헌론은 정치적인 이해관계나 상황논리, 아니면 잘못된 고정관념에 따라 제기된 적이 많습니다. 헌법이란 크게 보면 국정 의사결정 방식의 조직화를 규정하는 설계도입니다. 행정부-입법부-사법부, 중앙-지방 등 다차원에서 권력의 분배와 파워 플레이어의 배치를 정하는 ‘룰 북(rule book)’이기도 합니다. 민주주의를 하겠다면 그 의사결정 과정과 게임의 룰을 얼마나 경쟁적으로 설계하느냐를 따져야 합니다. 민주주의의 장애물들을 어떻게 제거하고, 입법기능의 책임성과 효율성을 어떻게 높이느냐를 전체적으로 살펴야 할 겁니다. 이건 법리적 차원에 머무는 문제가 아닙니다. 민주주의를 재설계하는 작업입니다. 그런 개헌은 너무도 중요해 헌법학자들에게만 맡겨둘 수는 없습니다.



미국의 정치학자 로버트 달은 “민주주의의 핵심은 정치적으로 동등한 권리를 지닌 시민들의 정치적 선호에 정부가 지속적인 반응을 한다는 점이다”고 했습니다. 정부의 지속적인 반응을 어떻게 담보하느냐가 헌법 설계의 핵심적 기준이 돼야 할 겁니다. 권력구조를 바꾸는 일은 그 수단일 뿐입니다. 개헌은 국가의 장래에 결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파워 게임에서 벗어나 종합적이고 이론적인 시점에서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입니다. 저마다의 정치적 복선을 깔아놓은 채 입에 올리는 개헌론은 귀담아 들을 가치가 없습니다.



금주 중앙SUNDAY는 제67회 제헌절을 맞이해 개헌을 생각해봅니다. 기존 개헌론의 근거와 함께, 고치거나 빼거나 또는 새로 담아야 할 내용들을 다룹니다. 정치권에서 개헌론이 잠잠해졌다고 해서 아예 가라앉은 건 아닙니다. 내년 총선, 후년 대선이 다가오면 개헌론이 다시 부상할 겁니다. 그때 표피적인 논의를 되풀이하지 말고, 지금부터라도 이론적 논의를 차근차근 서두르자(festina lente)는 취지입니다.



지난주 중앙SUNDAY는 유승민 사태로 부각된 고질적인 계파 정치의 문제점을 다뤘습니다. 대의명분으로 뭉치는 집단이 아니라 이익집단으로 변질됐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국회의원에게 가장 큰 이익이 무엇이겠습니까. 선거에서의 당선이고, 그를 보장받을 수 있는 공천입니다. 그래서 공천 개혁이 곡 계파정치의 폐해를 줄이는 지름길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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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 쇼크가 잠시 수그러드는 듯합니다. 워낙 중국정부의 완력이 세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언제까지 틀어막을 수 있을까요. 또 그리스 사태도 조금씩 진정되는 분위기입니다. 물론 이 역시 언제 다시 도질지 모르는 일입니다. 하여, 지난해 이후 상투적이 돼버린 표현을 또 썼습니다. 경제를 살리는 ‘골든 타임’ 말입니다. 중앙SUNDAY는 앞으로도 국내외 경제동향을 면밀히 체크해 보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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