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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열·차은택·한한령…정치 외풍에 바람잘 날 없었다

ㄱㄴㄷㄹ로 본 2016 문화예술계
올해 문화예술 분야 뉴스는 문화면보다 정치·사회면에 더 자주 등장했다. 그만큼 사건·사고가 많았다는 의미다.

한편으론 외풍에 휘둘렸다고 볼 수 있지만, 달리 해석하면 문화콘텐트가 사회 각 분야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졌다는 방증이다.

2016년을 뜨겁게 달궜던 문화예술계 이슈를 ㄱㄴㄷㄹ 자음에 맞춰 14개 키워드로 정리해봤다.
 
[ㄱ] 검열
지난해부터 잠복해있던 검열 논란은 ‘최순실 국정농단’을 거치며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로 폭발했다. 과거 정권에서도 자기 입맛에 맞는 코드 인사를 심거나 특정 예술단체를 편파적으로 지원해 시비를 일으킨 경우는 있었지만, “이들은 빼라”며 콕 집은 명단을 작성해 하달하고 정부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움직인 경우는 초유의 사태였다. 작성 의혹을 받고 있는 문체부 차관이 사의를 표명하고, 블랙리스트에 오른 인사들이 “부역자를 색출하자”며 칼을 빼드는 등 후폭풍은 장기화될 조짐이다.
 
[ㄴ] 노익장
평균 연령 68.2세의 연극 ‘햄릿’ 연습장면. [사진 중앙포토]

평균 연령 68.2세의 연극 ‘햄릿’ 연습장면. [사진 중앙포토]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 이해랑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7월 국립극장 무대에 오른 ‘햄릿’엔 박정자·손숙·정동환·김성녀·유인촌·윤석화 등 그야말로 ‘연극배우 드림팀’이 출동해 화제였다. 출연진의 평균 연령은 68.2세. 올해 데뷔 60년을 맞이한 오현경·이순재씨도 왕성한 활동을 가졌고, 윤여정씨는 영화 ‘죽여주는 여자’에서 명품연기를 선보였다.

JTBC ‘힙합의 민족’에서는 노배우 김영옥 등이 랩에 도전했다. 60세이상 배우의 맹활약은 고령화 사회의 새로운 문화 현상이라는 진단이다.
 
[ㄷ] 대작(代作)
대작 논란에 휩싸인 가수 조영남. [사진 중앙포토]

대작 논란에 휩싸인 가수 조영남. [사진 중앙포토]

5월 ‘화투’ 그림으로 가수 조영남씨가 ‘대작’사건에 휘말렸다. “내가 아이디어를 내면 조수가 그렸을 뿐, 미술계 관행”이라고 반발했지만 조씨는 다른 화가에게 수고비를 주고 대신 그린 그림을 판매해 1억6000만원을 챙긴 혐의(사기)로 기소됐다. 현재 1심 재판에서 검찰은 1년6개월을 구형했다. “미술 모독”이란 비난과 함께 대작 논란은 새삼 “작가의 영역은 어디까지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또한 천경자·이우환 화백의 위작 시비가 이어지는 등 미술계는 진실공방으로 몸살을 앓았다.
 
[ㄹ] 롯데콘서트홀
1500여 억원이 투입된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이 8월 개관했다. 예술의전당 이후 28년 만에 건립된 서울 시내 대형 클래식 전용홀이다. 2036석 규모의 콘서트홀은 객석이 무대를 감싸는 빈야드(포도밭) 스타일로 최적의 음향을 제공한다는 평가다. 다채로운 개관 공연이 이어졌고, 내년 1월엔 조성진의 첫 국내 리사이틀이 예정돼 있다. 하지만 대형 콘서트홀의 등장과 별도로 국내 클래식계는 ‘김영란법’의 영향으로 기업 협찬이 급격히 줄어드는 등 전반적 침체 상황이다.
 
[ㅁ] 맨부커상
맨부커상을 받은 한강의 『채식주의자』. [사진 중앙포토]

맨부커상을 받은 한강의 『채식주의자』. [사진 중앙포토]

5월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가 세계적 권위의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한국인 최초로 수상했다. 소설은 수상 직후 1분에 9.6권(알라딘 집계)씩 팔리는 등 현재 국내 누적 판매부수는 66만 부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 문학계에도 활력을 불어 넣어 5월 출간된 정유정 『종의 기원』, 7월 나온 조정래 『풀꽃도 꽃이다』도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또한 공동 수상자인 번역가 데버러 스미스는 한국어를 배운 지 7년 밖에 안됐음에도 시적인 문체와 컬트적 감성을 자신만의 색채로 소화해 ‘번역의 승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채식주의자』는 뉴욕타임스의 ‘2016년 최고의 책 10권’에 포함됐고, 서평 전문지 퍼블리셔스위클리, 블룸버그통신, 잡지 엘르, 온라인매체 슬레이트의 ‘올해의 책’에 꼽혔다.
 
[ㅂ] 밥 딜런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밥 딜런. [사진 중앙포토]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밥 딜런. [사진 중앙포토]

10월 스웨덴 한림원은 밥 딜런에게 노벨문학상의 영광을 안겼다. 노벨문학상 116년 역사에서 대중음악가의 수상은 처음이었다. “노랫말이 문학이 될 수 있는가”란 문제제기가 이어졌다. 노래와 시가 분리되지 않았던 문학의 원류를 찾아가는 의미있는 결정이라는 옹호론과 잘 나가는 대중음악에 ‘문학’상까지 안겨줌으로써 문학계에 상처를 줬다는 냉소론이 엇갈렸다. 정작 딜런은 무심했다. 선약을 이유로 시상식에 불참했다.
 
[ㅅ] 성추문
김현 시인이 ‘21세기 문학’ 가을호에 ‘질문 있습니다’라는 글을 기고하면서 문단내 성폭력 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했다. SNS에는 ‘#문단 내 성폭력’이라는 해시태그를 단 릴레이 고발이 이어졌고, 그 대상에는 몇몇 시인을 비롯해 소설 『은교』의 박범신 작가까지 거론됐다. 이는 미술계 등으로 확산됐고 함영준 일민미술관 책임 큐레이터 등이 퇴출됐다.

한편 박유천·이진욱·이민기·엄태웅 등 남성 연예인들의 성추문 의혹도 끊이질 않았다. 특히 한류스타 박유천은 일주일 사이 4건의 성폭행 혐의로 잇따라 피소당하며 추락했다. 박유천은 해당 여성들을 모두 무고죄·공갈죄 등으로 맞고소했다.
 
[ㅇ] 여혐
온라인에서 시작된 ‘여혐(여성혐오)’ 논란은 ‘강남역 살인사건’을 거치며 공론화돼 올 한해 사회·문화계 가장 폭발력있는 이슈가 됐다. “여성들이 나를 견제하고 괴롭힌다”는 이유로 20대 일반 여성이 ‘묻지마 살인’을 당하자 여성들의 분노와 공포심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정치적으로 올바른’ 성의식에 대한 여성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대중문화속 ‘여혐’ 비판, 강한 여성상에 여성이 열광하는 ‘걸크러쉬’ 현상이 이어졌다. 12월 촛불정국에선 DJ DOC의 풍자곡 ‘수취인분명’이 일부 여성비하적 가사로 ‘여혐’논란에 휘말렸다.
 
[ㅈ] 좀비
좀비가 전면에 등장한 영화 ‘부산행’. [사진 중앙포토]

좀비가 전면에 등장한 영화 ‘부산행’. [사진 중앙포토]

올해 한국 영화의 흥행성적은 기대 이하였다. 유일한 1000만 영화는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 반면 호불호가 갈렸지만 심령 등 한국 영화의 외연을 넓힌 나홍진 감독의 ‘곡성’은 올 한해 최고 문제작이라 할만하다. 스타일은 전혀 다르지만 두 영화 모두 그간 한국 영화에서 좀처럼 다루지 않았던 좀비를 소재로 했다. 일부에선 저성장 시대에 돌입한 한국사회의 무기력증을 반영했다는 분석이다. 성기완 계원예술대 교수는 “산 자도 아니요 죽은 자도 아닌 좀비를 활용하지 않고는 세월호 사건 이후 한국사회의 모순을 예술가들이 도무지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최근 정치권에선 친박을 향해 ‘좀비연대’라고 꼬집고 있다.
 
[ㅊ] 차은택
국정농단의 문화계 핵심 인물 차은택. [사진 중앙포토]

국정농단의 문화계 핵심 인물 차은택. [사진 중앙포토]

‘최순실 국정농단’의 핵심에 선 문화계 대표 인물이다. 1990년대 후반엔 CF·뮤직비디오 감독으로 유명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최순실의 눈에 들어 은사를 문체부 장관(김종덕)으로, 외삼촌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김상률)으로, 광고계 지인을 한국콘텐츠진흥원장(송성각)으로 선임하는 등 막강한 문화권력을 휘둘렀다. 본인은 창조경제추진단장 겸 문화창조융합본부장으로 취임해 손만 대면 무조건 수십·수백억원의 국가예산이 떨어졌다. 대통령 옆에서 모자·선글라스를 쓴 채 신비한 모습으로 군림하던 문화계 황태자는 현재 수감된 상태며, 문체부는 부랴부랴 ‘차은택 그림자’를 지우기 위해 예산삭감·조직 통폐합 등으로 분주하다.
 
[ㅋ] 컴백
재결합한 S.E.S. [사진 중앙포토]

재결합한 S.E.S. [사진 중앙포토]

‘Again 90’s’였다. 지난해 ‘무한도전-토토가’를 통해 재조명받았던 1세대 아이돌 그룹들이 올해 재결합하며 잇따라 복귀했다. 90년대 H.O.T와 라이벌이었던 젝스키스는 해체 16년 만에 활동을 재개했다. 10월 신곡 ‘세 단어’를 발표하고 단독 콘서트를 개최한 데 이어 12월엔 리메이크 앨범까지 내놓았다. 원조 요정 S.E.S 역시 내년 데뷔 20주년을 맞아 재결합해 스페셜 앨범을 발표하고, 연말 콘서트도 예정돼 있다. ‘응답하라 시리즈’의 인기 등 경제·문화적으로 풍족했던 1990년대에 대한 복고 분위기는 현재의 침체국면과 맞물려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ㅌ] 태양의 후예
드라마 ‘태양의 후예’. [사진 중앙포토]

드라마 ‘태양의 후예’. [사진 중앙포토]

유시진 신드롬이었다. 김은숙 작가와 송중기·송혜교 등이 뭉친 드라마 ‘태양의 후예’는 2월 하순 첫방송부터 수목극 1위에 오르더니 마지막회 시청률 38.8%(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하며 올해 최고 인기 드라마로 등극했다. 송중기는 딱딱한 군대 말투를 쓰면서도 여성 시청자를 ‘심쿵’하게 만들어 일약 아시아 최고 한류스타로 부상했다. ‘부산행’을 만든 영화사 NEW의 첫번째 드라마로, ‘사전 제작 드라마는 망한다’는 속설을 깬 것도 특이한 점. 한편 올 드라마계에서는 연초 ‘응답하라 1988’의 신드롬에 이어 ‘시그널’ ‘또 오해영’ ‘치즈인더트랩’ ‘굿와이프’ ‘도깨비’ 등을 연이어 히트시킨 tvN의 약진이 단연 두드러졌다.
 
[ㅍ] 폴리테이너(politainer)
연예인의 정치발언 수위가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10월엔 방송인 김제동의 “군에서 장군 사모님을 아줌마라고 불렀다가 영창에 갔다”는 과거 발언이 뒤늦게 문제가 됐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영창 간 기록이 없다”고 하자 정치권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소환하자”고 불을 지폈고, 이에 김씨가 “부르면 나가겠다. 근데 감당할 자신 있는가”라며 반박해 논란은 더욱 커졌다. 여기에 촛불정국은 정점이었다. 가수 이승환은 광화문광장 촛불집회 무대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기존 ‘어린 왕자’의 이미지를 털고, 자신의 정치적 메시지를 분명하게 밝혔다. 전인권의 ‘걱정말아요 그대’는 국민가요로 불렸다.
 
[ㅎ] 한한령(限韓令)
7월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사드·THAAD)의 배치 결정과 함께 중국 한류에 냉기류가 발생했다. 중국 광전총국(라디오·TV·영화 등을 관리감독 하는 기구)이 한국 연예인의 광고 금지 및 한국 드라마 방영 불가 조치를 내렸다는 이야기가 비공식적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중국 휴대폰 광고 모델이 송중기에서 중국 연예인으로 교체됐고, 중국 후난위성TV 28부작 드라마의 여주인공을 맡았던 유인나는 3분의 2 이상 촬영했음에도 하차해야 했다. 한·중 동시 방영 예정이었던 이영애 주연의 ‘사임당, 빛의 일기’마저 중국 방송 비준을 받지 못하는 등 논란은 더욱 확산 중이다.

최민우 기자 min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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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