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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비우니 날아올랐다”…심리학에 빠진 스노보더

2018년 평창 올림픽에서 메달을 꿈꾸는 이상호. 심리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마음을 비우면서 그의 경기력은 급성장 중이다. 이상호는 “평창 올림픽 슬로프에서 눈을 감고도 탈 수 있도록 훈련하겠다”고 말했다. [사진 장진영 기자]

2018년 평창 올림픽에서 메달을 꿈꾸는 이상호. 심리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마음을 비우면서 그의 경기력은 급성장 중이다. 이상호는 “평창 올림픽 슬로프에서 눈을 감고도 탈 수 있도록 훈련하겠다”고 말했다. [사진 장진영 기자]

스노보드 알파인 국가대표 이상호(21·한국체대)는 2018년 2월 열리는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메달 획득을 노리는 기대주다. 특히 한국 설상(雪上) 종목에선 거의 유일한 세계 정상급 선수다. 스키와 스노보드로 구성된 설상 종목은 평창 올림픽에서 61개의 금메달이 걸린 ‘메달 밭’이지만 우리나라는 그동안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한국은 역대 겨울 올림픽에서 단 한 개의 메달도 따내지 못했다.

지난 15일 이탈리아 카레자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스노보드 알파인 월드컵 남자 평행대회전은 이상호가 자신감을 갖게 된 무대였다. 세계랭킹 1위 라도슬라프 얀코프(26·불가리아)를 비롯해 세계적인 선수들이 모두 출전한 이 대회에서 이상호는 4위에 올랐다. 한국 설상 종목 사상 월드컵 대회 역대 최고 성적이었다.

이상호는 최근 1년 간 집중력을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 경쟁자들이 경기에 좀 더 몰입하고자 노력할 때 이상호는 반대로 ‘한 발짝 떨어진 느낌’으로 경기하는 법을 익히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그는 22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기술과 경기 운영은 세계 톱 랭커들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국제대회 순위는 좋지 않았다”면서 “기록 경기인 예선과 달리 1대1 토너먼트로 치러지는 결선에서 상대 선수를 지나치게 의식한 게 문제였다. 경기에 몰입하다보니 레이스를 마친 뒤 경기 상황을 기억하지 못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스포츠 심리분석 전문가의 조언을 받으며 과도한 경쟁심이 악영향을 미친다는 걸 깨달았다. 마음을 비우니 비로소 기록이 좋아졌다”고 덧붙였다.
이상호의 경기력은 급상승 중이다. 2013-2014시즌에 52위가 최고였던 월드컵 성적은 24위(2014-2015시즌), 12위(2015-2016시즌)를 거쳐 올시즌 4위까지 올랐다. 이상호는 “스포츠 심리학 관련 논문을 읽어보면서 나만의 루틴(routine·경기를 앞두고 반복하는 버릇)을 개발한 게 도움이 됐다”면서 “예전에는 조용한 노래를 들으며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려 노력했다. 요즘엔 일부러 신나는 음악을 들어서 과도한 긴장을 막는다”고 했다. 이상헌(41) 스노보드 알파인 대표팀 코치는 “톱클래스 선수들은 훈련 못지 않게 경기 감각 유지가 중요하다. 이상호도 처음엔 쉬지 않고 훈련하는 연습벌레 스타일이었다. 최근엔 발바닥부터 전해오는 미묘한 감각의 차이를 느끼면서 훈련을 조절하는 여유를 갖게 됐다”고 했다.

강원도 정선 출신인 이상호에게 평창 올림픽은 올림픽 금메달의 꿈을 이룰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스노보드 경기가 열리는 휘닉스 평창은 그에겐 고향이나 다름없다. 이상호는 “기량이 비슷한 정상급 선수들의 메달 색깔은 ‘눈과의 호흡’에서 갈린다”면서 “틈날 때마다 평창을 찾아 올림픽 슬로프에서 눈 감고도 탈 수 있게 훈련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고등학생인 동생(이상준·17)은 유도선수다. 2018년 나는 평창에서 스노보드로, 2020년엔 동생이 도쿄에서 유도로 금메달을 따 사상 최초로 ‘동·하계 올림픽을 석권한 형제’가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글=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사진=장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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