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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지진문자 보내놓고 “앗, 실수!”라는 안전처

신진호 내셔널부 기자

신진호
내셔널부 기자

크리스마스 이브였던 24일 오후 1시15분. 많은 국민이 평온한 성탄절 전야를 앞두고 있던 시점이었다. 국민안전처는 느닷없이 ‘13시13분경 경북 경주 남남서쪽 10㎞ 지역에서 규모 3.2의 지진이 발생했다’는 문자를 각 방송사에 보냈다. 안전처는 “방송과 자막으로 내보내 달라”고 방송사에 요청했다. 문자에는 ‘추가 여진에 대비해 TV·라디오 등 재난방송을 청취 바랍니다(국민안전처)’라는 내용도 담겼다.

이 문자는 50여 개 방송사의 전파를 타고 전국에 전달됐다. 하지만 이날 경주에서 실제 지진은 발생하지 않았다. 안전처가 실수로 보낸 문자였다. 12분 뒤인 오후 1시27분. 안전처는 ‘조금 전 내용은 훈련상황이었다’는 문자를 다시 방송사들에 보냈다. 안전처 관계자는 “나가면 안 될 문자가 자리를 옮긴 지 얼마 안 된 담당 직원의 실수로 전송됐다. 관련 경위를 설명하고 사실관계를 바로잡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방송을 본 국민은 또 지진이 난 것으로 알고 적잖이 놀랐다. 지난 9월 12일 규모 5.8의 지진을 경험한 경주 시민들은 “더 큰 지진이 오는 게 아니냐”며 불안에 떨었다. 언론사와 소방당국에는 확인 전화가 빗발쳤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실수 지진문자’는 다행히 해프닝으로 끝났다. 하지만 안전처의 어처구니없는 ‘크리스마스 이브 헛발질’은 탄핵정국 와중에 기강이 해이해진 공직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듯해 씁쓸하다.

안전처와 소방당국 홈페이지에는 이날 ‘양치기 소년과 늑대 이야기가 안 되길 바란다’거나 ‘지진 같은 중요한 업무를 익숙하지 않은 직원이 맡는다니 믿음이 더 안 간다’는 비판의 글이 올라왔다.

앞서 안전처는 지난 9월 경주에서 실제 지진이 발생했을 때는 ‘뒷북 재난문자’로 공분을 샀다. 안전처는 문제를 해결한다면서 재난문자 발송시스템을 바꿨다. 기존에는 기상청의 지진정보를 받아 안전처가 문자를 송출했지만 현재는 기상청이 문자 발송을 전담한다.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문자발송 시스템을 유지해온 안전처가 이번에 ‘사고’를 친 셈이다.

25일 오전 6시29분. 경주시 남동쪽 11㎞ 지역에서 실제로 규모 2.5의 지진이 발생했다. 9월 12일 이후 556번째 여진이다. 다행히 접수된 피해는 없었다. 기준(규모 3.0) 이하라 기상청은 재난문자를 발송하지 않았다.

안전처는 각종 재난 발생 때 관련 부처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신속한 상황 전파도 중요하지만 정확한 재난 상황전파가 가장 중요하다. 이번처럼 실수로 재난문자를 보내 혼선을 빚으면 신뢰만 떨어진다. 이러다 안전처가 ‘양치기 소년’으로 낙인찍힐까 걱정된다.

신진호 내셔널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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