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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차기 정부의 대북정책은 어디로

고수석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북한학 박사

고수석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북한학 박사

헌법재판소가 탄핵 여부를 언제 결정할지 모르지만 대선 잠룡들은 벌써부터 공약을 준비하고 있다.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서다. 정부 부처들도 ‘최순실 게이트’를 관망하면서 차기 대통령에게 선물할 정책들을 조심스럽게 준비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대선 잠룡들을 돕는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자연스레 차기 정부의 대북정책으로 화제가 옮겨 간다. 이들의 첫 번째 관심은 북핵 문제와 남북 관계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9년 동안은 선(先) 북핵, 후(後) 남북관계였다. 북한이 먼저 핵을 포기하면 경제지원을 하겠다는 방식이었다. 그 결과 북한은 핵 수준을 고도화했고 남북관계는 2000년 이전으로 후퇴했다. 잠룡들은 이를 다시 돌려놓아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 아울러 ‘비핵·개방·3000’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처럼 실현 가능성이 낮은 정책도 피해야 한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차이점은 북핵·남북관계의 동시 해결이냐, 남북관계 우선 해결이냐에서 갈린다. 동시 해결은 6자회담 등 국제사회와 보조를 맞추면서 5·24조치를 유연하게 하려는 것이고, 후자는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북핵 문제에 접근하려는 방식이다. 남북관계 우선 과제로는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 등이 전향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개성~평양 고속도로 건설, 금강산 관광 확대 등을 공약사항에 포함할지도 고민의 대상이다.

이런 얘기를 들으면서 아쉬운 대목은 대북정책들이 김정일 시대에나 통할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는 것이다. 5·24조치로 남북 간의 교류가 단절되면서 김정은 시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탓인지 과거의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이벤트에 치중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김정은 시대는 김정일 때보다 경제적으로 시장화·개인화가 심화됐고 북핵 수준은 더 고도화됐다. 김정일 시대가 1차 방정식이라면 김정은 시대는 3차 방정식이다. 과거의 북한이 아니다. 미국·중국도 마찬가지다.

특히 새로 출범하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어떻게 나올지가 변수다. 협상파·강경파가 섞여 있는 이들이 구상할 아시아 정책에 따라 남북관계에 새로운 위기나 기회가 올 수 있다. 기대를 한다면 트럼프-틸러슨 라인이 협상꾼이라는 점이다.

틸러슨은 엑손 모빌에서 41년간 근무하는 동안 오지와 험지를 돌아다니면서 반군정부· 독재정권과 협상한 사람이다. 가장 협상하기 어렵다는 러시아와 협상해 사할린 원유 채굴권도 따냈다. 트럼프가 그를 국무장관으로 지명한 것도 그의 끈질긴 협상력 때문이라고 한다. 틸러슨이 김정은을 상대로 어떤 협상을 할지 궁금해진다.

차기 정부의 대북정책은 김정일 시대에서 벗어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접근해야 한다. 북핵에만 집중했던 우(愚)에서 벗어나 실용적이고 실현 가능성이 높은 정책을 고민할 단계다. 적어도 중국-대만 관계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도록 더 멀리 더 크게 봐야 한다.

고수석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북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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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