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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국이 만난 사람] 남한 바이러스 북에 퍼지면 잉카제국 몰락같은 충격 줄 것

신희영 서울대 연구부총장
그는 할 말이 많았다. 평양에 마지막으로 어린이용 백신을 보낸 것이 지난해 12월이다. 남북관계가 꽁꽁 얼어붙으면서 의료협력사업도 몇 년째 중단됐다. 겨울이 되면 병원이 추워 분만조차 할 수 없는 북한 사정을 생각하면 답답해진다.
신희영 서울대 부총장은 22일 “북한 사회는 의료 면에서는 60~70년간 외부 영향을 안 받아 갈라파고스 같은 보물섬”이라며 “거기서 연구를 잘하면 통일의료 비용뿐 아니라 나라를 먹여살리는 이득까지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 오종택 기자]

신희영 서울대 부총장은 22일 “북한 사회는 의료 면에서는 60~70년간 외부 영향을 안 받아 갈라파고스 같은 보물섬”이라며 “거기서 연구를 잘하면 통일의료 비용뿐 아니라 나라를 먹여살리는 이득까지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 오종택 기자]

신희영(61) 서울대 연구부총장은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학교장과 통일의학센터 소장을 겸하고 있다. 지난 7월 부총장이 된 이후 관악캠퍼스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 하지만 그는 “부총장은 알바예요” 하고 웃었다. 그만큼 어린이병원학교와 통일의학센터에 애착을 갖고 있다는 말이다.

남북 질병 20~30년 이상 차이 나
북은 세균성, 남은 바이러스성 질환
인접 국가 질병 패턴 서로 큰 영향
남한, 아리랑축제 참관 후 결핵 급증
북한 의료환경 갈라파고스 섬 같아
연구 잘 하면 노벨상 10개는 나와
MB 때 방북 불허, 백신 공급도 중단
교류 계속되게 보건의료협정 맺어야

그는 2008년 10월 문을 연 평양의대 소아병동 사진을 보여줬다.

“220병상입니다. 그동안 추워서 11월부터 2월까지는 환자를 못 받았어요. 창호가 다 삭아서 바람이 들어오거든요. 그런데 이제 열 투과 재질로 만들어 겨울에 난방을 안 해도 20도가 유지됩니다. 서울대 소아과 교수 30명이 같이 가서 서울대 의대 가운을 입고 환자 진찰도 하고 했어요.”

그는 어린이어깨동무재단과 함께 북한에 5개 병원을 지었다. 평양에 어깨동무어린이병원과 평양의대 어깨동무소아병동, 장교리 인민병원, 남포소아병동 입원병원이다. 그렇지만 2009년부터 못 가고 있다.
신희영 부총장이 2008년 10월 평양의대 소아병동을 개원하기에 앞서 방북해 서울대병원 마크가 새겨진 가운을 입고 평양의대 의료진과 어린이 환자를 협진하고 있다.

신희영 부총장이 2008년 10월 평양의대 소아병동을 개원하기에 앞서 방북해 서울대병원 마크가 새겨진 가운을 입고 평양의대 의료진과 어린이 환자를 협진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때인데, 이유가 없었어요. 허가를 안 해준 거죠. 2014년까지는 북쪽에서 계속 초청장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그해 7월 통일부에서 ‘왜 안 가느냐’고 해요. 그래서 가려고 했더니 이제 북쪽이 오지 말라고 해요. 서로 기싸움을 하느라고….”
 
지금도 방북 신청을 해놓은 상태인가요.
“북에서는 최근에 다시 허락했습니다. 통일부에 전달했는데, 아무래도 정권이 바뀌어야 결정될 거라고 생각해요.”
의약품은 보낼 수 있지 않나요.
“지난해 12월 말 백신을 보낸 게 마지막입니다. 딱 절반을 보냈는데 갑자기 정부가 VIP 지시라면서 ‘국제기구에 주는 돈도 다 동결하라’고 했어요.”
무슨 이유가 있었나요.
“없습니다. 어떤 사람은 비선 실세 영향이라고도 하고…. 외교안보수석도 중단을 반대했는데….”
유엔 차원에서 금지된 건 아니죠.
“미국 국무부에서도 의료진이 요구하면 모두 허용하겠다고 했어요. 컴퓨터 반출이 전혀 안 되는데 의료용은 된다고…. 우리 통일부도 실무진은 허락해 주고 싶은데 위에서 막으니까 전혀 못하고 있어요.”
당장 우리와 관계가 없으니까….
“인접 국가 질병 패턴은 큰 영향을 미칩니다. 대표적인 게 말라리아죠. 휴전선 군인들이 북한에서 내려온 말라리아에 엄청 많이 걸립니다. 결핵환자가 왜 다시 늘어나는지 아세요. 아무도 얘기 안 하지만 노무현 정부 말기에 북쪽 아리랑 축제 다녀온 사람이 10만 명입니다. 갔다 온 뒤 누가 체크했습니까. 통일돼 왕래하기 전에 대비책을 세워야 합니다. 동·서독 때도 검사하고, 격리하고 그랬어요. 남에서 북으로 올라갈 때도 마찬가집니다.”
요즘 소식을 들었습니까.
“윤상혁 평양의대 교수가 가끔 소식을 전해줍니다. 그분은 재미동포여서 해마다 우리 의예과에서 강의해 주러 옵니다.”
평양 가서 느낀 것도 많았겠네요.
“남북 질병이 굉장히 다릅니다. 우리 1980년대 질병이 아직 그대로 있어요. 남북의 질병 차이가 20~30년 이상 납니다. 질병으로만 따지면 북한 질병이 훨씬 좋죠. 세균성이라 항생제로 치료할 수 있으니까. 남쪽 병은 다 바이러스로 변해 치료제가 타미플루 이런 거 말고는 별로 없습니다.”
그게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이게 어느 날 갑자기 섞이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남쪽에선 이미 없어진 질병이 갑자기 나타나면 애들이 면역이 없고, 의료진도 그 질병에 익숙하지 않아 진단이 틀리고 대처가 늦어질 수 있습니다. 그럼 합병증이 생기고, 혼란이 오게 됩니다. 거꾸로 북쪽은 어떻게 됩니까. 영양 결핍에, 면역력이 떨어져 있는데 남쪽의 바이러스 질환이 들어가면 잉카제국이 몰락한 것과 똑같은 영향이 있을 겁니다.”
서울에는 제3세계 사람들이 많이 있는데 ….
“다릅니다. 평양에 가서 본 게, 겨울이 되면 로타 바이러스가 돕니다. 설사하고, 구토하고, 바이러스성 감염을 일으킵니다. 남쪽 아이들은 하루 정도 설사하고 토하거나 굶으면 끝납니다. 북한에서 진료하면서 로타 감염 환자에게 수액만 주고 좀 기다리면 낫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다음 날 그 애가 없는 거예요. 밤에 죽었다는 겁니다. 그 아이들은 워낙 영양·면역 상태가 안 좋아 설사 서너 번 하면 탈수가 돼서 죽어요.”

그는 “저는 전혀 좌파가 아니고 우파 중의 우파인데…”라고 말했다. 의료협력사업에 매달리는 게 이념 성향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3대째 의사다. 조부부터 가족 17명이 의사다. 법조 집안인 외가를 따라 형은 변호사다.
 
대북 의료 협력의 목표가 ‘차이’ 해소인가요.
“목표는 그렇지만 그게 이루어지려면 여러 가지 접근이 필요합니다. 저희 카운터파트인 민화협 사람들이 인도적 지원은 자존심 상한다며 통 큰 개발협력을 하자고 했어요. 그동안 너무 우리 식으로 도와준 게 아닌가 생각했어요. 그래서 R&D 개념으로 바꾸는 일을 지난 1년간 했어요.”
어떻게 하겠다는 거죠.
“남측의 의료시스템을 북측에 똑같이 하려면 통일의료비용이 너무 많이 듭니다. 그 돈을 어디서 구할 것이냐. 남측 세금으로 할 거냐. 그럼 남측도 망할 수 있습니다. 대통령은 통일이 대박이라지만 보건 의료를 담보하는 통일은 쪽박입니다. 북한 주민 건강이 올라가야 노동력도 쓸 수 있습니다. 키 140cm에 아이큐 100, 그런 인력은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범죄집단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어렵네요.
“북한 사회는 의료 면에서는 갈라파고스 섬 같은 보물섬입니다. 60~70년간 외부에서 아무 영향을 안 받았습니다. 거기서 연구를 잘하면 굉장히 많은 걸 찾을 수 있습니다. 100억원씩 10년만 투자하면 노벨상 10개는 받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요.
“역학조사만으로도 그 질병의 원인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북한 사람들은 100% 기생충에 감염돼 있습니다. 남쪽에서는 있는데 북에는 없는 질환들이 있어요. 대표적인 게 알레르기입니다. 북한에는 아토피가 거의 없습니다. 왜 그럴까. 아, 기생충이구나. 우리 몸이 그 기생충에 대응하느라 자기 자신을 공격할 여력이 없지 않을까. 그런 가설에서 벌써 약재를 개발하는 연구를 시작했어요. 이것만 성공해도 통일의료비용을 전부 댈 수 있습니다.”
흥미로운데요, 다른 것도 있습니까.
“북한에 가서 백신 사업을 할 때 제일 힘든 게 백신을 4~10도에 보관하는 겁니다. 그동안 맞긴 맞았는데 맹물을 맞았을 가능성이 커요. 이동용 백신 냉장고를 만들 수 있죠. 통일비용이 아니라 나라를 먹여살리는 이득까지 얻을 수 있어요. 그래서 정권이 어떻게 바뀌든 교류를 계속할 수 있도록 보건의료협정을 추진하자는 겁니다.”
북한에 의약품 공급 상태는 어떤가요.
“거의 안 됩니다. 무상 의료니까 미친 놈이 아니면 약을 안 만듭니다. 최근 스위스 제약회사가 들어왔고, 남쪽에서 지어준 제약회사도 약품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자본주의가 약간 끼어들고 있는데, 의사가 돈 대신 담배를 답례로 받아요. 외래 한 개비, 수술 한 갑, 입원 한 보루 정도로 공정가격이 형성됐어요. 우리 70년대에 양주가 돌 듯이…(웃음).”
다른 어려움은 없나요.
“의약품도 부족하고, 먹고살기 힘드니까… 옛날에는 호담당 의사(100가구 정도를 담당하는 의사)들이 진짜 열심히 했는데 이제 다 장마당에 나가고 없어요. 진료소에서 분만을 하고 싶어도 겨울에는 추워서 아이가 얼어죽고… 이건 탈북민이 전한 이야기입니다.”


 
[S BOX] “소아암 치료 땐 인성교육 함께 해야”
신희영 부총장은 서울대 어린이병원 학교장을 2000년부터 17년째 맡고 있다.

“1985년 소아암을 진료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는 치료에 너무 급급해 아이들 성장과 발달은 생각하지 못했어요. 치료기간 2~3년 뒤처지면 평생 더 크게 뒤처집니다. 암 치료만 열심히 하면 그 아이는 제 역할을 못하고 이 사회의 암적 존재가 될 수 있어요.”

한 어린이 환자는 치료하는 동안 왕처럼 키우니까 술 마시고, 부모에게 패륜을 저지르는 망나니로 컸다고 한다. 그렇게 밤에 술에 취해 다니다 차에 치여 죽었다. 그 부모가 찾아와 “차라리 그때 죽게 놔둘 걸 그랬어요”라며 울었다.

병만 치료하는 게 아니라 어린이 환자가 처해 있는 상황도 치료해 줘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만든 게 병원학교다. 초·중·고 과정에 한 해 100명 정도가 등록한다. 교육부로부터 정규 과정으로 인정받았다. 고정 자원봉사 선생님이 30여 명, 대학생까지 합해 100명 정도가 돕는다. 의대생은 수업 때문에 주로 주말에 개인교습을 해 준다.

고(故) 김대중 대통령은 학생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격려해 줬다. 그때 “이 (장관)자리에 앉고 싶다”고 장래 희망을 말했던 학생은 현재 환경부 공무원이다. 의사들도 있고, 현재 서울대 의대에 다니는 학생만 3명이다. 사회복지, 간호학 등 봉사하는 전공을 선택하는 학생이 많다고 한다. 신 부총장은 전인적 치료의 결과라며 흐뭇해 했다.

정리=윤재영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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