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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 인터뷰] 정치인·기업인·교수 다 아이돌에 집착…‘메시 크리스마스’됐다

온누리교회 이재훈 담임목사
‘돌이키면 살아나리라’.

20일 서울 용산구 이촌동 온누리교회에는 40일 새벽기도를 알리는 벽보가 붙어 있었다. 곱씹어 보면 대한민국 사회를 향한 일침이기도 했다. 교회 2층에서 이재훈(48) 담임목사를 만났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도 사회와의 소통을 강조하며 ‘차세대 교계 지도자’로 꼽히는 그에게 ‘2016년 성탄의 의미’를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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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 목사는 “각자가 숭배하는 아이돌이 무너질 때 우리는 당당해진다. 가난하다고 위축되지도 않고 거짓과 타협하지도 않는다. 이런 당당함을 중심으로 세상이 재편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진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이재훈 목사는 “각자가 숭배하는 아이돌이 무너질 때 우리는 당당해진다. 가난하다고 위축되지도 않고 거짓과 타협하지도 않는다. 이런 당당함을 중심으로 세상이 재편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진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성탄절이다. ‘예수 오심’의 의미는.
“세상의 다른 위인이나 종교 지도자들의 삶도 훌륭했다. 그들의 삶은 인류 역사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래서 사람들은 탄생일을 기린다. 그런데 예수님에게는 ‘플러스 알파(+α)’가 있다.”
플러스 알파, 그게 뭔가.
“예수님은 구약의 예언을 통해 태어났다. 그게 유니크(독창적)하다. 창세기부터 세례 요한에 이르기까지 수백 가지의 서로 다른 역사적 상황 속에서도 장차 오실 메시아에 대한 예언은 줄기차게 있었다. 그런 예언을 통해 예수님은 태어났다.”
역사를 관통하는 메시아에 대한 예언. 그건 인간의 오랜 목마름이다. 우리는 왜 메시아에 목말라하는 존재인가.
“이스라엘 역사에서 가장 찬란했던 나라가 다윗 왕국이었다. 그런 다윗 왕국도 몰락했다. 로마도 그랬고 칭기즈칸의 대제국도 그랬다. 어떠한 강대국도 영원한 강대국은 없다. 그게 우리가 딛고 있는 불안의 땅이다. 그래서 인간의 내면에는 ‘샬롬(평화)’에 대한 깊은 갈망이 있다. 그런 갈망을 역사적 현실은 채워주지 못했다. 메시아를 찾지 못한 사람들은 불안을 씻기 위해 다른 걸 붙들기 시작했다.”
불안을 씻기 위해 우리가 붙드는 게 뭔가.
“‘아이돌’이다. 요즘 청소년들도 아이돌을 좋아한다. 아이돌만 있으면 행복하다. 그러다 크면 아이돌을 떠난다. 그때부터는 내가 좇는 대상이 달라진다. 아이돌이 바뀌는 거다. 돈이 아이돌이 되고, 자식의 성적표가 아이돌이 되고, 권력과 명예가 아이돌이 된다. 그걸 다 갖추면 어떻게 될까. 아이돌이 사라질까. 아니다. 그때는 건강이 아이돌이 되고, 외모가 아이돌이 된다. 우리는 죽을 때까지 메시아를 대체할 대용품을 만든다. 그게 아이돌이다. 아이돌(idol)이 뭔가. ‘우상’이란 뜻이다.”

이 목사는 최근 불거진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의 바탕에도 ‘우상을 좇는 대한민국의 자화상’이 강하게 깔려 있다고 했다. 그는 “우리가 아이돌에 집착하면 집착하는 만큼 삶이 힘들어진다”고 지적했다.
 
‘대통령 탄핵 정국’ 때문일까, 연말인데도 성탄 분위기가 전혀 나지 않는다.
“한마디로 ‘메리 크리스마스(Merry Christmas)’가 아니라 ‘메시 크리스마스(Messy Christmas)’다. ‘메시(Messy)’는 ‘역겨운, 엉망인’이라는 뜻이다. 예수님께서 태어나실 때의 성탄도 그랬다. 페르시아의 고위 관료였을 동방박사들이 희한한 별의 징조를 보고 따라왔다. 유대의 왕이 베들레헴에서 온다는 말을 듣자 헤롯은 아이들을 죽여버렸다. 베들레헴 일대에 사는 두 살 아래 사내 아이들을 모두 학살했다. 그런 대혼란 속에서 예수님이 태어났다. 그게 ‘메시 크리스마스’다.”
무엇 때문에 ‘메시 크리스마스’가 터졌나.
“헤롯이 숭배한 권력이다. ‘권력’이라는 우상이다. 그 때문에 ‘메시 크리스마스’가 됐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이번 사태에 연루된 정치인과 기업인, 공무원과 교수 등은 각자의 ‘우상’을 좇았을 터이다. 그렇다고 그들에게만 우상이 있는 걸까. 아니다. 우리 모두에게 각자의 우상이 있다. 그런 우상을 강하게 움켜쥘수록 우리의 삶도, 우리의 사회도 ‘메시’가 된다.”
그럼 어떡해야 ‘메시의 삶’ ‘메시의 사회’를 피할 수 있나.
“‘겸손’이다. 그게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신 의미다. 그런데 이 겸손은 고개 숙인 채 조용한 척하는 ‘형식적 겸손’이 아니다. 내가 좇는 우상을 내려놓을 때 비로소 이루어지는 ‘존재적 겸손’이다.”
이재훈 목사는 “사람들은 메시아를 기다리지만 막상 자기 앞에 오면 외면하고 거부한다”고 지적했다.

이재훈 목사는 “사람들은 메시아를 기다리지만 막상 자기 앞에 오면 외면하고 거부한다”고 지적했다.

이 목사는 “쉬운 일은 아니다”고 했다. “사람들은 메시아를 목이 타게 기다리면서도, 동시에 메시아를 거부한다. 왜 그럴까. 내가 움켜쥔 아이돌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다. 가령 지금 이 자리에 메시아가 온다면 누가 가장 두려워하겠나. 가장 많이 움켜쥔 사람들이다. 그들은 성탄을 싫어한다. 그래서 자꾸만 포장한다. 쇼핑센터나 산타클로스로 성탄을 포장한다. 그 의미를 가리려고 한다. 성탄의 본질은 그게 아니다. 성탄은 ‘낮아짐의 사건’이다. ‘겸손의 사건’이다.”
 
그럼 ‘성탄을 기뻐한다’는 건 무슨 뜻인가.
“낮아짐을 기뻐하는 거다. 내가 좇던 우상을 내려놓는 걸 기뻐하는 일이다. 요즘 수저 계급론을 말하지 않나. 예수님께서는 ‘흙수저’이셨다. 지상에서의 삶이 철저한 흙수저였다. 하나님의 아들이지만 세상에서 단 한 번도 금수저로 사신 적이 없었다. 동물의 우리, 그것도 말의 먹이통에서 태어났다. 서울역 앞의 노숙자들도 그렇게 출생한 사람은 없지 않을까. 그래서 예수님의 출생은 우리 모두에게 위로를 준다. 삶도 그랬다. 마지막까지 철저하게 버림받았고, 배척당했고, 죽임당했다. 그런 예수님이 우리에게 준 첫 선물이 구유였고, 마지막 선물이 십자가였다.”
십자가가 왜 선물인가.
“자아를 못 박는 십자가를 통과할 때 비로소 우리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낮아지면 무엇이 생기나.
“‘샬롬(평화)’을 경험하게 된다. 그걸 경험한 사람은 아이돌을 잡지 않는다. 권력을 가진 사람은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돈을 가진 사람은 돈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비천한 사람은 건강한 자기 정체성을 갖게 된다. 그때는 알게 된다. 소위 ‘금수저’라는 사람들이 얼마나 불쌍한 사람인지 말이다.”

이 목사는 홍정길 목사의 초빙 설교 때 들은 이야기를 꺼냈다. “그때 설교 중에 ‘돈 많은 사람들 불쌍하다. 어떡하다 돈이 많아서 저렇게 고생을 하나’라고 하셨다. 그게 맞는 말이다. 교회에는 돈이 아주 많은 사람도 있고, 아주 없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먹고 족할 정도로 있는 사람이 가장 행복하더라.”
 
온누리교회는 서울에서 손가락에 꼽히는 대형 교회다. 교회 규모로 보면 ‘금수저’ 아닌가.
“남대문경찰서 뒤에 500명 정도 사는 쪽방촌이 있다. 난방시설도 없이 사는 극빈층 중의 극빈층이다. 거기에도 온누리교회 공동체가 있다. 반면 성도 중에는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그룹의 회장도 있다. 안산에는 외국인 이주 노동자로 구성된 20여 개의 공동체가 있다. 그 모두가 온누리교회의 성도들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크지만 안으로 들어가 보면 다양한 층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우리의 지향은 금수저와 흙수저를 분류하기 어려운 조화로운 공동체다. 저는 외국인 이주 노동자들을 향해 한국 교회가 문을 활짝 더 열어야 한다고 본다.”
대한민국은 지금 혼돈의 시기이자 상실의 시기다. 회복의 통로는 어디에 있나.
“저는 무조건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구약의 예언서를 보면 절망의 시기에도 소망과 회복을 예언했다. 단 여기에는 조건이 하나 있었다. 다름 아닌 ‘회개’다.”
지금 대한민국에 필요한 그 ‘회개’는 뭔가.
“역사는 긍정적 사고방식만으로 바뀌지 않는다. 유다 왕국 말기의 예루살렘 멸망 직전에 예언자들은 다들 ‘평안하다, 평안하다’고 말했다. 오직 예언자 예레미야만 ‘멸망할 것’이라고 했다. 그로 인해 머리통이 뜯기고 감옥에도 갇혔다. 예루살렘은 결국 멸망했다. 지금 대한민국에 필요한 회개가 뭘까. 지도자들의 각성이다. 예전대로 계속 가면 망할 수 있음을 깊이 깨달아야 한다. 올해는 우리 사회의 우상을 무너뜨리고 회개하는 성탄이 되기를 기도한다.”

교회를 나설 때 벽보의 글귀가 다시 눈에 들어왔다. ‘돌이키면 살아나리라’. 대한민국을 향해 울리는 성탄의 메아리였다.
 
[S BOX] “젊지만 품이 넓다” 43세에 2대 담임목사 맡아
온누리교회는 고(故) 하용조(1946~2011) 목사가 1985년에 설립했다. 서울 이촌동 본당을 비롯해 양재·부천·수원·대전 등 전국에 10개 성전과 31개 비전교회가 있다. 국내 교인 수는 약 5만 명이다. 하 목사의 소천 당시 후계를 맡을 목사가 정해져 있지 않았다. 항간에서는 온누리교회의 분열과 혼란을 우려하기도 했다. 그런데 아무런 잡음 없이 절차에 따라 후계가 정해졌다. 이재훈 목사는 청빙위원회 추천과 18세 이상 세례 교인의 과반수 이상 찬성으로 온누리교회 2대 담임목사가 됐다. 당시 43세였던 이 목사는 “젊지만 품이 넓다” “목회의 방향이 부흥을 강조하는 대형교회 목사들과 다르다” “권위적이지 않고 부드러운 리더십을 가졌다”는 평을 들으며 담임을 맡았다.

이 목사는 명지대와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신학/목회학)를 나왔다. 미국 트리니티복음주의신학교에서 신학 석사 학위를 받고, 고든 콘웰신학교 목회학 박사 과정을 이수했다. 온누리교회 부목사, 기독월간지 ‘빛과 소금’ 편집장, 미국 뉴저지 초대교회 담임목사 등을 역임했다.

글=백성호 기자 vangogh@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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