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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칼럼] 바닥에 화약을 뿌리는 이유

정진호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4학년

정진호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4학년

2년간 군복무를 했던 부대엔 비공식 연례행사가 있었다. 일명 ‘탄 소비’ 하는 날이다. K6, M60 같은 중화기를 들고 훈련장으로 가서 허공에 총알을 갈겨댔다. 처음 ‘탄 소비’를 했던 날, 이해가 안 돼 물었다. “이걸 왜 허공에다 쏩니까?” “탄 남기면 훈련 덜 한 거라 그래. 검열 전에 다 쏴서 없애야 돼.” 선임의 답이었다.

그 기억이 떠오른 건 지난 13일 발생한 사고 때문이다. 울산 예비군 훈련부대에서 폭발사고가 나 장병 28명이 다쳤다. 발가락 3개를 잃은 사람, 고막이 파열된 사람도 있었다. 내 또래 젊은이들이 당한 끔찍한 일이다. 그 부대는 ‘탄 소비’를 위해 1600여 개의 폭음통 화약을 바닥에 버렸고, 그렇게 버려진 약 5㎏의 화약이 폭발했다고 한다.

국방부는 “폭발물을 손으로 해체하고 바닥에 버려서 사고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물론 폭음탄이 이미 여러 차례 사고를 낳은 위험한 폭발물인 만큼 이를 병사들이 해체해 바닥에 버리도록 한 건 명백한 잘못이다. 그러나 그 발표는 본질을 비켜갔다. 사고의 핵심은 폭음탄을 ‘어떻게 처리했는지’가 아니다. ‘왜 소모했어야만 했는지’다. 실제로는 잘 사용하지도 않는 폭음탄을 소모해야만 했던 배경을 문제 삼아야 한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답은 명확하다. 탄을 다 소비했는지, 훈련을 했는지를 형식적으로만 파악하는 검열과 상급부대 눈치를 보며 검열 기준 맞추기에 급급한 조직문화 때문이다. 남는 탄약이 생기면 상급부대로부터 질책을 듣는다. 이를 피하려면 탄약을 다 소비했다는 장부상 기록을 남겨야 한다. 잉여 탄이 생긴 이유나 훈련의 효율성 등은 검열 대상이 아니다. 전시(戰時)를 준비하기 위한 검열이 전시(展示)행정으로 변질된 결과다.

‘1:29:300의 법칙’을 발견한 하인리히는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했을 때 원인을 해결하지 않고 방치하면 재난 수준의 사고가 일어난다고 경고했다. 최근 몇 해만 해도 속된 말로 ‘적당히’ 넘어가려다 겪은 참사가 한둘이 아니다. 국방부는 “관련 책임자에 대해 엄중 문책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간부 몇 명만 처벌하는 꼬리 자르기로 종결되지 않기를 바란다. 상급부대 눈치 보기와 전시행정이라는 본질을 직시할 때다.

‘탄 소비’라는 만연한 악습은 군대문화의 고질적인 문제가 낳은 하나의 사례다. 이 악습이 낳은 피해자는 뉴스에 나온 병사가 아니라 나였을 수도 있다. 이번 사건이 아무런 교훈도 주지 않는다면, 현역병은 물론 앞으로 입대할 사람들까지 잠재적 희생자 명단에 오를 것이다.

정진호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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