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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인의 작가전] 인 더 룸 #5

“엄마는 100원짜리 여자거든."
 
잘못 들은 걸까. 고개를 돌려 언니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언제나처럼 착하고 연약한 얼굴이었다. 잠시 뒤, 엄마는 부엌에서 언니의 한약을 데워왔다. 다 마신 컵을 “엄마 고마워요.” 하면서 하녀를 부리는 눈빛으로 이야기했다. 100원짜리라고 말하는 언니의 마음을 엄마는 알고 있을까.
 
"시끄러워 죽겠어. 다 늙어가지고 그 짓이 그렇게 하고 싶을까?"
 
"무슨 소리야?"
 
"니 방에선 잘 안 들리지? 망측해서 잠을 잘 수가 없어."
 
"그게 무슨 소리냐고."
 
"가끔 엄마가 큰엄마 한복 입는 날 있지? 그날이 그 더러운 날이야."
 
 
 
*

 
 
창가에서 드리운 햇살에 하얀 벽지가 노랗게 반짝이고 있었다. 술이 다 깨지 않아 머리엔 벽돌 몇 개를 얹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몸살인지 팔다리 근육이 꽈배기처럼 꼬인 듯했고 기지개를 켜려다 '아얏!’하고 소리를 질렀다. 이빨이 둔탁한 짐승에 물린 듯 오른쪽 발목은 고통스러웠다. 천천히 움직이려 했지만, 힘을 주기조차 어려웠다. 하루를 나태하게 침대에서 보낼까 했지만, 허기와 숙취가 느껴졌다. 부드러운 것으로 속을 달래보려 천천히 일어났다.
이 집으로 이사 온 지 4년이 되어간다. 처음 독립하겠다는 이야기를 꺼냈을 땐 엄마의 반대가 무척 심했다. 무려 6개월 동안 왕복 3시간이 넘는 거리를 통근해야 했다. 그래도 내 생각은 바뀌지 않았다. 어디든 집보다는 편하겠지. 이 숨도 쉬기 힘든 곳에서 어떻게든 벗어나야 해. 매달 생활비를 드리겠다는 조건을 달고나서야 겨우 허락을 받았다. 허락받은 다음 날 바로 이 집을 계약, 그다음 날엔 이사했다. 방 하나와 거실 겸 주방, 작은 화장실이 전부인 집이었다. 태어나서 줄곧 살던 방에서 마지막 하루를 보냈지만, 이상하리만치 섭섭하지 않았다. 어머니는 형식적인 배웅을 하는 동안 월급날을 재차 확인하셨다.
 
계약한 집에 도착하니 9시가 조금 넘었다. 말 그대로 빈 집, 낮에 배송된 침대 외에는 냉장고조차 없었다. 비닐을 뜯지도 않은 침대 위에 몸을 던졌다. 태어나서 가장 비싸게 산 물건이었다. 예쁜 가구를 배치하는 생각을 하다 보니 방안에는 통통한 흰 토끼와 거실에는 목이 긴 구관조, 그리고 현관에는 자주 놀라는 미어캣을 키우고 싶어졌다. 욕조에는 뒤뚱뒤뚱 헤엄을 치는 오리 가족을 키워보면 어떨까. 다시 빈방의 현실로 돌아오니 여전히 숨 쉬는 것은 나뿐이었다.
 
‘진짜로 혼자 있구나.’
 
계획대로 모든 것이 잘 진행되었다. 이번만큼은 내가 영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에 어떤 물건을 놓을지 집을 빙 둘러보았다. 지켜보는 사람도, 수건을 가져다 달라는 사람도, 문을 자기 마음대로 여는 사람도, 아무도 없다. 싱크대 수도꼭지에서 똑, 똑 물 떨어지는 소리가 공허하게 들렸다.
 
‘하얀 눈밭에 장난으로 던져진 돌멩이 같네.’
 
문 옆에 쌓인 세 개의 박스는 자리가 어디였지? 얼마 되지 않는 짐인데, 시작조차 겁이 났다. 거실로 나가 세 개의 노란 박스와 함께 천장을 바라보았다. 왜 엄마는 내가 이사한 집이 어딘지 묻지 않았을까. 돼지꿈이 꽥꽥거리던 날부터 지금까지, 나는 혼자였지, 왜 혼자였을까. 돼지가 몸을 덮치는 꿈을 꾼 후엔 팬티 속에 손을 집어넣어 본 적도 있지만 조금도 비슷한 느낌이 들지 않았다. 거실의 공기가 무겁고 넓어 다시 손을 넣고 싶어졌다.
 
천천히 손가락을 움직여보았다. 까칠한 털 사이가 왠지 모르게 촉촉했다. 젖은 상태의 살은 굉장히 부드러웠다. 미끈거리는 액체를 한참 더듬어보았더니 장난기가 발동했다. 클리토리스를 만지다 다시 질구가 시작되는 곳, 젖은 손가락을 여기저기 움직였다. 어두운 상자 속, 처음 발견한 동물을 만지듯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이 신기한 동물은 처음 만졌을 때보다 조금 더 단단해졌다. 이내 바지 속에 내 손을 넣으려던 남자들 생각에 감각이 흐트러졌다. '아무도 보고 있지 않아' ,'말하지 않으면 돼’ 다시 집중했다. 꽥꽥거리는 돼지가 귓속에서 노래를 부르는 듯했지만, 손가락이 농락하는 감각에 신경을 집중했다. 어느 한 곳을 건드리자 바닥에 닿아있던 엉덩이가 놀란 듯 움직였다. 몸은 성기를 위해 존재하는 듯 손가락에만 반응했다. 목에서 소리가 나오려 하자 침을 꿀꺽 삼켰다. 손가락은 더 이상 내 죄의식을 듣지 않았다. 성기의 명령만을 따랐다. 집중적으로 쾌감이 느껴지는 부분 위에서만 힘을 주었다가 다시 부드럽게… 속도가 더 빨라졌고 이내 골반에 바짝 힘이 들어갔다. ‘으응’ 참았던 콧소리가 빈집 안에 울려 퍼졌다. 감각이 더욱 명확해지고 몸을 관통하는 쾌감이 증폭됐다. ‘하아’ 느낌이 세지자 입이 자연스레 벌어지고 소리가 새어 나왔다. 나도 모르는 사이, 뭉클거리다 첫 번째 쾌감이 몸을 관통했다. 아아.
 
이게 뭐지? 이루 말할 수 없는 느낌이 들었는데, 그것이 슬픔인지 기쁨인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멍하니 떨리고 있는 허벅지 사이를 쳐다보았다. 한참을 쳐다보다가 잠시 뒤 다시 팬티 속에 손을 넣고 반복해서 만져보았다. 또 한 번 같은 방법으로 문질러 보았다. 한동안 아무 느낌이 없던 성기에서 다시 뭉클거리는 느낌이 시작됐고 그렇게 세 번, 외로움 속에서 놀람과 허무함이 수시로 몸을 핥고 지났다.
 
포악하고 징그러운 남자들의 웃음이 한차례 머릿속을 지나갔다. 주마등처럼 경직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던 부모님의 시선이 느껴졌고 멀리서 언니가 조롱하는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야, 멍청아. 이 50원짜리, 너는 50원짜리야.”
 
갑자기 웃음이 나와 고개를 쳐들고 미친 듯 웃었다. ‘50원짜리라니. 지금 그 돈으로 뭘 살 수 있겠어.’ 갑자기 그렇게 말하던 언니가 순진하고 모자란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개를 돌려보니 열린 창문 틈 사이로 반쪽 달이 부끄럽게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몸에 긴장이 풀렸는지 달을 바라보다가 졸린 듯 눈을 깜박였고, 이내 차가운 거실 바닥에서 잠들어버렸다.
 
편한 차림으로 활보해도 잔소리하는 사람이 없었다. 샤워한 후 아무것도 걸치지 않아도 됐다. 자위는 그날 이후로 익숙해졌다. 하루는 ‘토마토의 날'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일요일 아침 부엌에서 간단히 먹을 토스트를 준비하던 중 이상하도록 흥분이 되었다. 싱크대 앞에서 빵가루가 묻은 손으로 빨간 토마토를 집어 그대로 팬티 속에 넣었다. 보들보들한 토마토를 비비기 시작했다. 대개는 침대에서 편한 자세로 다리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체위를 찾는 날이 많았지만 불편한 자세에서도 느껴보고 싶은 욕망이 생겼다.
 
 
 
*
 
 
식은 피자를 꺼내 레인지에 돌렸다. 병원에 가야 할 것 같다. 한입 먹으려던 때에 ‘지잉’ 방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거실까지 거리가 멀지는 않았지만 부은 다리로 급하게 가긴 무리였다. 한 손에는 피자를 들고 뒤뚱거리며 걸어갔다. 여전히 핸드폰은 울리고 있다. 태하였다. 어젯밤의 일이 한차례 머릿속을 스쳤다. 세게 끌어안았을 때 배 위에서 느껴지던 태하의 본능도.
회사생활도 정리했으니 크게 부담이 가지는 않았다. 어제 태하가 말했던 회사 이야기도 떠올랐다. 태하는 제법 일을 똑똑하게 하는 편이었다.
어제 비가 온 뒤부터 기온이 급속도로 떨어졌다. 붉게 물든 낙엽이 하나씩 아스팔트 위에 떨어지기 시작했다. 만나기로 한 카페에 먼저 도착했다. 태하의 퇴근 시간에 맞춰 약속했지만 5분쯤 뒤에 도착했고 숨을 고르면서도 나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회사에서는 어린 후배로만 생각했었지만, 키스를 했던 기억과 포악스럽게 두 손으로 움켜잡았던 느낌을 생각하니 초라한 작은 여자가 된 기분이 들었다. 태하는 그날 내가 잊어버렸던 검은색 우산을 챙겨왔다. 헤어질 때만 해도 갖고 있지 않았던 우산이 어디서 났을까. 눈을 내리깔고 있는 내내 태하의 시선이 느껴졌다. 입술의 촉감은 잠들기 전 혀에서 계속 맴돌았다. 태하의 얼굴을 쳐다보자 말랑한 어젯밤 입술을 선명하게 복기할 수 있었다.
 
“더 예뻐졌네.”
 
“뭐야, 느끼하게.”

 
첫날 태하가 커피를 내밀었던 것처럼 손에 들고 있던 커피를 한 잔 나에게 건넸다.
 
“그러게 대충 하고 나오지 그랬어요? 난 그래도 첫날 술 냄새 풍기면서 맨 얼굴로 나타난 선배 얼굴이 여태껏 제일 예뻤던 거 같은데.”
 

첫날의 부끄러운 행동이 기억나면서도 태하의 저돌적인 말이 귓불을 간지럽혔다. 아무렇지 않은 척 말을 이어갔다.
 
“취향 독특하다?
 
“아니, 내 취향은 한결같았어요. 초지일관, 아니 초지시오관. 왜 모르지?”

 
평소 같았으면 태하를 다그치고 눈을 흘겼겠지만, 왠지 선배의 위치를 빼앗긴 기분이 들어 묘했다.
 
“알았어. 나 왜 불렀어?”
 
“너무 딱딱하게 굴지 말아요. 사람이 만나서 데이트도 하고 밥도 같이 먹을 수 있는 거지. 나 입사하고 개인적으로 만난 적 한 번도 없었잖아요. 선배가 회사를 그만두니까 나는 너무 좋은데?”
 
“그 얘기 하려고 불러낸 거야?”

 
습관처럼 차갑게 쏘아붙이다가 아차- 하는 생각이 들어 태하의 표정을 살폈다. 별로 기분이 상한 것 같진 않다.
 
“너 진짜 회사 그만둘 생각 있는 거니?”
 
“회사요? 아... 회사! 때려치울 생각 있어요. 당연히. 그대가 원한다면 기꺼이.”
 

태하는 씨익 장난스럽게 웃으며 내 눈을 더 강하게 응시했다. 눈을 마주치기가 어려워 카페를 들락거리는 사람들의 동선을 살폈다.
태하는 회사에서 일할 때도 종종 내 책상에 작은 선물을 두고 가곤 했었다. 내가 주로 사용하던 필기구 같은 것들이다. 어느 날엔 더 이상 볼펜이 나오지 않을 때는 은근히 태하가 그것을 두고 가길 기다리는 날도 있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던 생일날을 알고 만년필을 내가 사용하던 볼펜과 함께 선물한 적도 있었다. 피부가 뽀얀 어린 후배들과도 잘 지내던 태하여서 처음에는 그저 선배를 향한 후배의 마음으로 받았다.
 
 

 
“나 잘할 자신 있는데. 내가 부자 만들어줄게, 나만 믿어. 나도 직장생활만 해서는 더 이상 비전이 없는 것 같아서 진지하게 생각했단 말이야.”
 
“동업이 쉽니? 아직 회사 운영 같은 건 모르는 게 너무 많잖아.”
 
“나 좀 믿어주면 안 돼? 말 잘 듣는 직원도 뽑고 분위기 좋은 사무실도 얻어요. 젊은 사업가 커플 되는 거 괜찮은데?”
 

한편으로는 너무 쉽게 생각하는 태하가 불안하기도 했지만, 큰 손해를 볼 것은 없으니 기대가 되기도 했다.
 
“선배, 우리 일어나서 좀 걷자. 심장이 너무 뜨거워서 막 답답하네. 하하.”
 
“나도 답답하던 참인데, 그래 좀 걷자.”

 
편한 신발을 신고 왔으니 발목이 다친 티를 내지 않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의자를 미는 순간 무게 중심이 무너졌고 구겨진 표정으로 테이블을 짚자 태하는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다쳤어요? 왜 그래? 어디? 응?”
 
표정을 감추고 아무렇지 않은 듯 발을 디디려고 했지만, 통증은 가라앉지 않았다.
 
“아니야. 발목이 조금 삐끗했어. 견딜 만해.”
 
“선배 왜 이렇게 미련해? 병원에 갔어야지. 다리가 퉁퉁 부었는데.”

 
괜히 약하게 보인 것 같아서 부끄러웠지만, 팔을 잡아 자신의 어깨에 두르자 심장이 조금씩 두근거렸다. 아픈 다리보다 태하의 얼굴이 가까이 있다는 것이 더 신경 쓰였다. 태하는 계속 나를 곁에 두고 싶어 하는 것처럼 둘만의 어떤 공통점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큰 태하의 어깨에 기대어 절뚝거리다 보니 나는 더 나약한 여자가 되는 느낌이 들었다.
 
“어제, 왜 그냥 갔어요? 내가 그렇게 싫어요?”
 
고개를 돌리자 태하의 얼굴이 더 가깝게 보였다. 순간 숨을 쉬기가 어려웠고 내 눈빛이 흔들리는 것을 들키지 않으려 고개를 애써 돌렸다. 태하는 내 얼굴을 쳐다보느라 앞에서 걸어오는 사람과 부딪힐 뻔했다. 갑자기 태하는 손을 꽉 쥐었다.
 
“오늘은 아무 데도 못 가.”
 
심장에 장미 가시가 박힌 듯 숨이 멈추는 것 같았다. 손에서는 땀이 나 잡은 손이 미끈거렸다. 그렇게 태하의 어깨에 매달려 얼마간 걸었고 태하의 손은 나의 허리를 감싸고 있었다. 갑자기 멈춰선 태하는 볼에 입을 맞췄다. 놀랐지만 째려보거나 심술을 부리지 않았다. 이미 차갑게 후배로 대하기에는 선을 넘어버렸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이러려고 나온 건 아니었는데…’ 그 말을 하지는 않았다.
 
떨리는 게 싫지는 않았다. 태하는 이번에는 입술에 입을 맞추려고 했고 나는 놀라 피했다. 지나가는 사람들 때문에 부끄러워 고개를 숙였다.
 
"우리 어제도 키스했잖아. 뭐가 창피해요?”
 
“어제는…어제고…”

 
얼굴이 화끈거렸다. 어깨에 매달리다시피 한 상태로 나는 태하가 이끄는 데로 따라갔다. 이미 컴컴해진 거리에서 사람들은 우리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번화가를 빠져나와 골목으로 들어갔고 태하는 나를 쳐다보았다. 침을 꼴깍 삼키는 소리가 들릴 만큼 골목은 조용했다. 태하는 고개를 숙이고 있는 내 얼굴을 두 손으로 끌어 자신을 바라보게 했다. 잠시 서로를 바라보다 입을 맞췄다. 어젯밤 부드러운 태하의 입술을 생각하며 팬티에 손을 넣었던 기억이 났다. 태하의 말랑이는 혀에 입술을 열었다. 꽤 오랜 시간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고 서로의 입술을 탐닉했다. 잠시 뒤 태하가 말을 꺼냈다.
 
“시오야. 내가 업어줄까?’
 
“누가 보면 어쩌려고...?”

 
회사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이라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랑곳하지 않고 태하는 뒤로 돌아 나를 엎었다. 처음엔 경직된 듯 어깨에 꼿꼿이 허리를 펴고 있었지만 이내 넓은 태하의 어깨를 잡았다가 목을 끌어안았다. 그렇게 삼십 분 정도를 걷다가 태하는,
 
“오늘 내 마음대로 할 거야. 그냥 거기 가만히 있어요.”
 
태하의 목을 그대로 안고 있었다. 눈을 감아버렸다. 두려웠지만 어제처럼 반항하지 않았다. 태하가 움직이지 않아 눈을 떠보니 모텔 앞, 싫다고 내색하지 않았다.
방문이 열리고 나를 침대에 앉혔다. 태하는 재킷과 와이셔츠를 벗었는데, 우리가 함께 다니던 회사 로고가 박힌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그것을 보니 웃음이 나왔다. 태하도 상황이 재밌는 듯 웃었다. 처음 입을 맞췄을 때보다 입술은 더 격렬했다. 모든 변화가 두려웠지만 그런 눈빛을 읽을수록 태하는 더 저돌적으로 나를 대했다. 스커트 아래로 손을 넣어 부드럽게 검은색 스타킹을 내렸고 다리가 다치지 않게 천천히 움직였다. 너무 급하게 진행되었다는 마음이 들었지만 태하가 이끄는 대로 가만히 있었다. 다시 긴 치마 밑으로 손을 넣어 팬티를 잡았을 때 나는 태하의 손을 움켜쥐었다. 태하는 내 두 손을 끌어 입을 맞췄다. 그리고 부드러운 입술로 나의 불안을 봉인했다.
 
“그동안 내가 선배 생각 얼마큼 했는지 모르죠?”
 
브래지어가 바닥으로 떨어질 때 태하는 다정하게 귀에 속삭였다.

작가 소개  
조금 어린 나이의 결혼 그리고 빠른 나이의 이혼, 통신회사, 콜센터, 어학원 운영 중 경영악화로 빈털터리가 됨. 2년간 낙오자라는 패배감으로 자폐적인 시간을 보내던 중 무작정 세계 여행을 시작. 1년 정도 해외 여행 중 글을 써야겠다고 결심. 성을 사회적, 문화적으로 조망하는 시와 수필을 SNS에 연재 중이다.
 
<아스팔트에 핀 꽃> 동인 시집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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