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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 레터] 내부자들

우병우 청문회가 상영됐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걸 보면서도 도저히 일어날 수 없을 것같다.

“김기춘 법꾸라지 2탄”, “교활한 악마” 등등 우 전 민정수석을 향해 말만 쏘아댔을뿐 속시원히 밝혀낸 게 없는 의원들을 향한 허탈감도 있다. 하지만 정작 뒷머리를 잡은 건 좁힐 수 없는 생각의 차이였다. 우병우가 “모릅니다”와 “사실이 아닙니다”를 반복한 건 차라리 예상했던 부분이다. 곱씹어보게 한 그의 답변은 다른 데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존경한다”고 대답했다. “나라와 국민만 생각하기 때문에”가 그가 존경하는 이유였다. 과거형도 아니고, 현재형이었다. 생각의 차이는 관계의 차이를 만든다. 그리고 관계의 차이는 문화의 차이까지 부른다고 사회학에선 가르친다. 우병우는 분명히 우리와 같은 공간, 시간에서 살고 있다. 그러나 그가 속한 세계는 달랐다. 그는 철저한 ‘내부자(insider)’였다. 청문회 내내 느낀 답답함의 원천은 그거였다. 내부자 우병우에게서 답을 들을 수 있다는 기대는 어차피 품어선 안되는 거였다.

비박계들이 탈당을 선언한 뒤 또 하나의 ‘내부자들’ 세상이 있었다. 새누리당 원내 지도부가 새로 출범한 뒤 21일 저녁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만찬 회동을 했다고 한다. 회동이 끝나고 새누리당 원내수석대변인은 400자 분량의 브리핑을 했다.

“황교안 권한대행과 정우택 원내대표는 사적으로 고등학교 동문 선후배이고, 대학교도 같은 학과 동문 선후배이기 때문에 국정안정과 민생안정을 위해서 명콤비가 돼보자는 서로의 의기투합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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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원내대표와 황 대행은 경기고ㆍ성균관대 법대 선후배다. 하지만 탄핵당한 대통령의 업무를 대행하는 사람과 탄핵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뒤 교체된 집권당 원내사령탑의 만찬 회동 결과가 고작 고교ㆍ대학 동문으로서의 명콤비를 강조하는 것이어야 했을까. 물론 실제 안에서 나눈 얘기는 더 깊고 은밀했을 수 있다. 사유의 빈티, 철학의 빈티를 물씬 풍기는 이런 브리핑은 차라리 안하는 게 낫다.

2015년을 흔들어놓은 영화 ‘내부자들’에서 내부자들의 비리를 까발긴 상구는 모히토에 가서 몰디브나 마시겠다고 말한다. 정상과 비정상이 뒤바뀐 세상에 대한 은유다. 상구는 이렇게도 흘린다. “정의? 대한민국에 그런 달달한 것이 남아있긴 한가~”

영화와 현실은 달라야 한다. 그래야 영화계가 먹고 산다. 최순실 게이트의 끝은 달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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