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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해운업 침몰, 정부 책임 크다

문희철 산업부 기자

문희철
산업부 기자

한국이 세계 해운 역사에 오점을 남기게 됐다. 280년 역사의 해운업 전문지 로이즈리스트는 올해 세계 해운업에서 2번째로 영향력 있는 인사로 KDB산업은행·한진해운·주식회사 대한민국을 공동 선정했다.

특이한 것은 ‘주식회사 대한민국(Korea inc)’이란 표현이다. 정부가 직접 시장에 주체로 참여하는 한국 특유의 경제 모델을 지칭하며, 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비꼰 것이다. 로이즈리스트는 “한국 정부 의사결정 과정은 혼란스러웠다(Decision-making process has been confusing)”며 “새 정부가 들어설 때까지 한국 해운업과 선사들은 뚜렷한 계획 없이 허둥댈 가능성이 크다(Before new political leadership emerges, south Korean yards and carriers will likely have to muddle along)”고 밝혔다.

물류대란 이후 정부가 내놓은 ‘해운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엔 현대상선을 세계 5위 해운사로 육성한다는 계획이 담겼다. 하지만 현대상선이 지금(45만5859TEU)보다 물량을 정확히 2배로 늘린다고 가정해도 7위에 불과하다. 이마저 대만·일본선사들이 물량을 전혀 안 늘린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은 지난 19일 “이미 현대상선은 글로벌 화주의 95%와 거래 중”이라고 언급했다. 현대상선이 물량 2배로 늘리려면 다른 해운사가 확보한 물량을 빼앗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해전’에서 승리할 수 있는 전술을 정부안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또 정부는 기존 한진해운의 부산항 환적화물을 현대상선이 끌어올 수 있다고 자신한다. 부산항만공사 내부 자료에 따르면 현대상선의 부산항 환적물동량(50만3000TEU)이 매년 꾸준히 늘어나더라도 2021년엔 연 24만7000TEU 정도가 추가된다. 산술적으로 지난해 한진해운의 부산항 환적물동량(104만9000TEU)을 현대상선이 추가로 확보하려면 20년 이상 걸린다는 뜻이다.

‘주식회사 대한민국’은 오히려 해운업 재건에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현대상선이 세계 최대 해운동맹인 2M과 ‘전략적 협력’을 체결한 과정이 대표적이다. 정부가 ‘해운동맹 가입’을 공공연하게 조건으로 내건 게 협상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아마추어 조타수가 해운 재건의 방향타를 잡고 있는 동안 경쟁국은 꾸준히 항로를 전진 중이다. 우리가 ‘불명예’ 2위를 차지한 이번 평가에서 1위의 ‘영예’는 쉬리룽 코스코쉬핑그룹 회장에게 돌아갔다. 중국 양대 해운사를 합병해 세계 4위 선사를 일군 덕이다. 방향타를 잡은 조타수의 면허증이 믿을만한지 곰곰이 생각해볼 때다.

문희철 산업부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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