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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1월호] ‘대선 키맨’ 박지원이 본 정계개편 향방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12월 15일 국회 본청 국민의당 원내대표실에서 월간중앙과 인터뷰하고 있다. 박 원내대표은 “5당 체제가 개막되고, 개헌이 급물살을 탈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12월 15일 국회 본청 국민의당 원내대표실에서 월간중앙과 인터뷰하고 있다. 박 원내대표은 “5당 체제가 개막되고, 개헌이 급물살을 탈 것”이라고 말했다.


2016년을 가장 바쁘게 보낸 정치인 중 하나가 박지원(74) 국민의당 원내대표다.

[기획특집│제3지대 신당 가시화되나]
“곧 5당 체제 열릴 것… 개헌 급물살 탄다”
민주당 내 비문, 새누리당 비박 각각 따로 살림 차리게 돼
9% 트럼프도 91% 클린턴에 역전, 안철수·손학규 문제없어


지난 1월 “야권통합을 위한 고육책”이라며 더불어민주당을 탈당, 고된 행군의 서막을 올렸다. 그에 앞선 2015년 12월 새정치민주연합의 공동 창업자였던 안철수 의원은 친노 패권에 반발하며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와 갈라선 뒤 국민의당을 따로 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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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속으로 4·13 총선을 치를 것 같던 박 원내대표는 3월 국민의당에 입당했다. 안철수 전 공동대표 등의 끈질긴 구애를 뿌리치지 못한 것이다. 총선 직후인 4월 말에는 원내대표로 추대됐고, 두 달 뒤인 6월 말에는 비상대책위원장을 겸하게 됐다. 박선숙·김수민 의원이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의혹에 휩싸이자 안철수·천정배 공동대표가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퇴했기 때문이다.

비상대책위원장과 원내대표를 겸한 박 원내대표는 안으로는 당을 지휘하고, 밖으로는 두 거대 정당 틈바구니에서 국민의당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데 전력투구했다. 12월 5일 비상대책위원장 바통을 김동철 의원에게 넘겼지만 정계 개편·개헌 등의 ‘숙제’는 더 어려워졌다.

월간중앙이 12월 15일 국회 본청 국민의당 원내대표실에서 박 원내대표와 단독으로 만났다. 인터뷰는 ‘십고초려’ 끝에 이뤄졌다. 12월 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안 국회 가결 이후 박 원내대표는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신당 창당? 김무성답다”
12월 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직후 김동철 비대위원장, 박지원 원내대표, 안철수 전 대표(오른쪽부터)가 국회 본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 박종근]

12월 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직후 김동철 비대위원장, 박지원 원내대표, 안철수 전 대표(오른쪽부터)가 국회 본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 박종근]

제3지대의 성공 가능성을 어떻게 보는가?
“총선 민의에 의해 양극단 세력을 배제하고 탄생한 국민의당이 이미 제3지대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설령 박근혜 정권에 협력했다 하더라도 솔직히 반성하고, 우리와 함께 하겠다는 사람들에게는 문이 열려 있다.”

국민의당 자체가 제3지대이고 비박과도 함께할 수 있다는 뜻인가?
현재로서는 비박과 전체적으로 연대하는 것까지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 반성과 사과 후 국민의당의 정체성을 인정한다면 개별적으로 받아들이겠다는 것이다.”
 
제3지대 신당이 탄생하고 ‘안철수 또는 손학규 대선후보’, ‘박지원·김무성 공동대표’ 그림도 나온다.
“정치권에서 나오는 얘기일 뿐 현실화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어떤 점에서 그렇게 보는가?
“이념과 정체성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현 정국을 어떻게 읽고 있는가?
“어제(12월 14일) 광주에 다녀왔다. 강연 후 지역 오피니언 리더들과 저녁식사를 함께했다. 그분들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국민은 불안해하고 있다고 하더라. 우리 당은 이 불안을 제거하는 책임 있는 정당으로 나아가려 한다. 그래서 소위 ‘사이다 발언’을 자제하고 있는 것이다.”
탄핵정국 때 당 차원에서 방침을 정했다는 것인가?
“그렇다. 누구나 분노할 수는 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책임 있는 정치를 하는 것이다. 탄핵 소추안 가결만 해도 그렇다. 만일 12월 2일에 국회에서 투표했다면 부결됐을 것이다. 또 황교안 총리 체제에 문제가 있다고 봤기 때문에 우리는 ‘선(先) 총리, 후(後) 탄핵’으로 가자고 주장했던 것이다. 80년 서울의 봄, 87년 직선제 개헌 때 속된 말로 죽 쒀서 개 주지 않았나? 그런 일이 다시는 없도록 우리 국회가 광장의 민심과 바통 터치해서 국민 불안문제를 풀어야 한다.”
지금 여론조사를 보면 안철수 전 대표나 손학규 전 대표의 지지율이 미미한데.
“사실 여론조사는 흐름일 뿐이지 정확히 맞는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도 9% 지지율의 도널드 트럼프가 91%의 힐러리 클린턴을 이기지 않았나? 이번에 큰 격변을 겪으면서 우리 사회가 합리적으로 변하고 있다. 그래서 (차기 대통령으로) 엉뚱한 짓을 하지 않을 합리적인 사람, 겸손한 사람, 미래를 열어갈 실력과 비전을 갖춘 사람을 필요로 할 것이다. 안 전 대표나 손 전 대표에 대한 좋은 평가를 기대하고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제3지대 합류 가능성을 어떻게 보나?
“비박과 함께하지 않을까? 만일 우리 제3지대로 온다면 (기존 유력 후보들과)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을 것이다.”
김무성 전 대표가 대선 불출마 선언과 함께 킹메이커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 또 친박·친문 제외한 세력들과는 연대할 수 있다고 말한다.
“김 전 대표는 여당·보수세력의 유력한 대통령후보였다. 그런데 이 난국에서 보수를 살리기 위해, 보수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좌파에게 정권을 주지 않기 위해, 자기 스스로 대권(도전)을 내려놓겠다고 했다. 김 전 대표답다고 생각한다.”
김무성 전 대표가 신당 창당을 시사했는데.
“대통령 탄핵 소추안에 대한 찬성표 234표 가운데 새누리당에서 62표가 나온 것으로 분석됐다. ‘박근혜 표(票)’로 선거를 치른다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에서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개헌해야 사회 변화시킬 수 있어”
1995년 9월 박지원 새정치국민회의 대변인이 김대중 총재와 김상현 지도위원장에게 구두보고를 하고 있다.

1995년 9월 박지원 새정치국민회의 대변인이 김대중 총재와 김상현 지도위원장에게 구두보고를 하고 있다.


김 전 대표는 12월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누리당을 탈당해 신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며 “신보수와 중도가 손을 잡아 좌파의 집권을 막고 국가 재건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친박을 가리켜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파트너가 아니라 정치적 노예들”이라고 원색적 비난을 퍼부었다.

 
국민의당 전당대회 1월 15일로 예정돼 있다. 당대표 선거에 출마하나?
“검토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대권 도전도 고려하고 있다.”

당권에 무게를 두되 대선전(戰) 추이도 살펴보겠다는 뜻인가?
“그렇다.”
‘벚꽃 대선’이 가시화되고 있다. 개헌이 가능할까?
“개헌해야만 우리 사회를 개혁할 수 있다. 여야 3당은 12월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개헌특위를 신설하고 위원장은 새누리당에서 맡기로 했다. 그럼에도 ‘물리적으로 가능할까’라는 회의감이 든다.”
민주당에서 문재인 전 대표와 우상호 원내대표 등이 개헌에 반대하기 때문인가?
“그렇다. DJ정권 말기에 이회창이 있었다면 박근혜 정권 말기에는 문재인이 있다. 막강한 파워를 행사하고 있다. 그 사람이 안 된다고 하니까 ‘선 총리, 후 탄핵’도 불발됐다. 그 사람이 안 된다고 하니까 개헌 논의도 시들해졌다. 국회에서 200석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탄핵만큼 개헌도 어렵다. 문재인이 반대하면 200석 확보가 어려워진다. 김종인 의원 같은 분은 민주당 내 친문 의원은 70명밖에 안되니까 다 합치면 가능할 것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당 전체로 보면 안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비박은 물론이고 비문(비 문재인)도 새로운 당을 만들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민주당) 내부적으로 개헌과 호헌(護憲) 사이에서 끓고 있더라. 지금은 힘에 의해 눌리고 있지만 개헌파들도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만일 비문도 쪼개져 나와서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한다면 국민의당·새누리당·민주당·비박당·비문당 5당 체제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개헌이 급물살을 타게 될 것이다. 정치는 진짜 생물이다.”
결국 개헌과 정계개편은 맞물려 있는 것 아닌가?
“그렇다. 또 개헌돼야만 사회도 변한다. 가령 공직자비리수사처 설립을 보자. 검찰 개혁을 위해 이걸 만들려 할 때 얼마나 많은 다툼이 있었나? 노동개혁을 보자. 이 또한 얼마나 많은 싸움이 있었나? 그러나 개헌작업에 이런 문제들을 다 담으면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다.”
이번에 개헌 없이 대선을 치른다면 후일을 기약할 수 있을까?
“대선후보들이 개헌을 대선공약으로 내걸겠다고 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역대 대통령이 대선 전에는 개헌을 말하다 당선되고 나면 유야무야했다. 그러다 임기 말이 되면 다시 개헌하자고 나섰고, 그때는 차기 유력 주자가 반대했다. 이런 역사가 되풀이돼 왔다. 세상은 바뀌었다. 거짓말은 안 통한다. 정치인들은 바둑판에서 바둑알을 만지작거리고 있지만 국민은 알파고 시대를 살고 있다. 언제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개헌은 곧 이뤄진다. 영어로 말하면 ‘수너 오어 레이터’(sooner or later, 조만간)다.”
“알파고 시대 열어갈 인물이 차기 대통령”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해이던 2002년 5월 2일 김영삼 전 대통령이 서울 상도동 자택을 방문한 박지원 대통령 비서실장을 반갑게 맞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해이던 2002년 5월 2일 김영삼 전 대통령이 서울 상도동 자택을 방문한 박지원 대통령 비서실장을 반갑게 맞고 있다.

 
1월 15일 국민의당 전당대회가 제3지대의 새로운 전기가 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물론이다. 내가 비대위원장을 하는 160일 동안 2만 명이던 당원을 14만 명으로 늘렸다. 또 230개 지역에 지역위원회를 구성하고 17개 시·도당을 출범시켰다. 당헌·당규도 전부 새로 만들었지만 대통령후보 경선 당규만은 보류해뒀다. 만일 전당대회에서 내가 당대표가 된다면 (유능한 후보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당규를 만들 생각이다.”
역동적인 경선을 기대해도 될까?
“그렇다. 안 전 대표가 당내에서는 유력 후보이지만 손학규·정운찬 같은 분들이 함께하고 비문 진영에서 넘어오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공정하고 역동적인 경선이 될 것이다. 전당대회는 그러한 기틀을 만들어나갈 수 있는 사람을 뽑는 것이다. 문제는 대통령후보를 어떻게 만드느냐에 있다. 민주당은 이미 문재인으로 후보가 확정됐지만.”
대선정국에서 어떤 전략을 구상하고 있는가?
“물론 정권을 잡는 것이 목표다. 열린 정당으로서 다양한 후보들이 공정한 경쟁을 통해서 국민들로부터 검증받게 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고 곧 승리의 길이다. 지난 수십 년을 돌아보면 독립운동을 했던 사람도, 독재자와 그의 딸도, 민주화운동을 했던 사람도, 비즈니스맨도 다 대통령을 했다. 그런데 정치 지도자는 늘 바둑판과 바둑알에 머물러 있다. 국민은 그 사이 알파고 시대로 넘어갔다. 알파고 시대에 맞는 합리적이고 정상적인, 그리고 미래지향적인 대통령이 필요하다.”
월간중앙 9월호 인터뷰에서 ‘호남 연정론’을 설명하면서 그 대상은 범야권이라고 선을 그었다. 지금도 그 발언이 유효한가?
“그렇다. 지금은 국민이 지도자인 시대다. 또 과거 3김(金) 같은 지도자도 없다. 현재의 지지도 같은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각 당에서 후보를 내면 국민이 알파고 시대에 맞는 사람을 찾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을 봐라. 적어도 원칙은 지키고 돈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국민의 믿음을 모두 무너뜨려버리지 않았나? 지금은 어떤 측면에서 보면 여야나 이념을 초월할 수 있는 시대다.”

박 원내대표는 9월호 인터뷰에서 ‘호남 연정론’을 이렇게 설명했다. “나는 1년 전부터 호남 참여 연정을 부르짖고 있다. 호남 출신 향우회까지 더하면 전국적으로 호남 인구는 1500만 명이다. 호남이 단결해서 김대중·노무현 정권을 탄생시켰다. 노무현이 호남에 아무것도 해주지 않았지만 그래도 호남은 문재인에게 90%의 몰표를 줬다. 호남의 독자 집권이 불가능하다면 연정에 참여하자는 것이다. 더 이상 호남의 인사차별, 예산차별은 없어야 한다. JP(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는 고작 2~5%의 지지율이었지만 DJP 연합을 통해 국민의정부에서 지분의 40%를 가져가지 않았나.”
2016년을 보내면서 소회가 남다를 것 같다.
“비대위원장을 다섯 달 10일, 정확히 160일 동안 했다. 어떤 당 대표보다 더 오래 (비대위원장을) 했다. 민주당 주장대로 12월 2일에 탄핵 소추안을 처리했다면 국회에서 부결됐을 것이다. (12월 9일 추진을 제안하다) 개인적으로 고초를 겪긴 했지만 나중에는 많은 칭찬과 격려를 들었다. 광주에 내려가니까 ‘역시 박지원이다’, ‘합리적 대안을 잘 내놓았다’고들 하셨다. DJ처럼 바닥을 돌아다니면서 고민하니 답이 나오더라. 촛불민심에서 드러난 분노와 불안이 새로운 희망으로 승화돼야 한다. 또 다른 혼란과 불안으로 넘어가면 안된다.”

- 최경호 기자 squeeze@joongang.co.kr 정리 김가은 인턴기자 사진 장진영 기자 artj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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