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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핑크, 남자=파랑의 법칙을 깨라"내셔널 지오그래픽 표지 장식한 한국작가

사진작가 윤정미(47)씨는 해묵은 의문을 풀고 싶었다. 출산일이 다가오면 갓난아이의 배내옷이며 포대기를 마련하는데 왜 남자는 파랑이어야 하고, 여자는 분홍이어야 할까. 그는 이 질문에 카메라 렌즈를 들이댔다. 사회학, 인류학적 조사를 사진작업으로 벌이다 보니 탄생 이전의 습속이 그대로 성장기까지 이어진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학창 시절에 필요한 각종 학용품, 가지고 노는 장난감도 여자애는 분홍, 남자애는 파랑을 고른다. 윤 씨가 만난 여자 아이들은 모두 분홍색 물건에, 남자 아이들은 모두 파란색 물건에 둘러싸여 살고 있었다. 그는 이 사진 연작 보고서에 ‘핑크 & 블루 프로젝트’란 이름을 붙였다.

“잡동사니 전부가 분홍인 여자 아이의 사진은 남녀를 색으로 구분하는 한국 사회의 오래된 인습을 상징하죠. 여자는 분홍 물건을 사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이 엿보이더군요. 파랑을 집어드는 여자 아이는 이 사회에서 편안할 수 없다는 암묵의 경고가 숨어 있다고나 할까. 흥미로웠어요.,”

국제적 사진잡지 ‘내셔널 지오그래픽(National Geographic))’이 윤정미 씨의‘성(性) 차별 관행’ 사진작업을 주목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내년 1월 호는 스페셜 이슈로 잡은 ‘젠더 레볼루션(Gender Revolution)’ 커버스토리로 윤 씨의 작업을 다뤘다.

‘컬러 코드(Color Code)’란 제목의 글에서 캐서린 주커만은 윤 씨의 말을 인용해 “아이들과 그들의 부모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대중문화에서 혹은 광고에서 영향을 받았든, 파란색은 힘과 남성성의 상징으로 보는 반면 분홍색은 부드러움과 여성성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썼다. 남자 아이들과 여자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파랑과 분홍을 선호하는 이 욕구는 진정한 본능인가, 아니면 인위적인 강박인가 묻는다. 아니면 자본주의 사회의 장삿속일까.

윤정미 씨는 “사회적으로 제도화된 일종의 ‘컬러 코드’를 사진으로 데이터화해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물건을 잔뜩 늘어놓은 설치작업 효과에 사진 유형학(typology)을 접목해 현대 사회의 성 구분 문제를 제기한 그의 작업에 전통의 전문잡지가 주목한 셈이다.

사진을 본 독자들은 밝고 상쾌하며 팝아트같이 톡톡 튀는 첫 인상 뒤로 달콤 쌉싸름한 맛이 밀려옴을 느낀다. 달콤함은 전략일 뿐, 윤 씨가 말하고 싶은 본심은 쌉싸름한 쪽이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지는 “분홍은 여자용, 파랑은 남자용 이라는 색(色) 차별에 전통적으로 가장 오래 기여해온 것은 미국”이라고 비평한다. 그러면서 이런 현상을 한국의 여성 작가가 팝아트의 나라 미국이 아무 생각 없이 긴 세월 소비해온 사회적 성 차별을 지적해 준 점을 높이 샀다.
분홍과 파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건 아이들만이 아니다. “우리 사회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분홍과 파랑의 경계색이 얼마나 많이 퍼져 있는지”라고 작가는 되물었다.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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