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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길, 총장이 답하다] “AI 의사 시대, 따뜻한 의료인 함께 키워 균형 잡겠다”

이길여 가천대 총장
혁신은 생존과 발전을 위해 필수적인 과제로 대학도 예외가 아니다. 요즘 가천대가 주목받는 이유가 바로 혁신에 있다. 2002년 국내 최초로 소프트웨어 단과대학을 설립한 가천대는 2004년엔 아시아 최초로 일반 MRI(자기공명영상촬영)보다 해상도가 100배 높은 독일 지멘스의 ‘7T(테슬라) MRI’를 도입해 뇌과학 연구를 선도했다. 또 지난 11월엔 1만 배나 해상도가 높은 ‘11.7T MRI’ 개발에 착수했다.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다.

가천대가 이번엔 인공지능(AI)에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지난 5일부터 길병원(인천 남동구 구월동)에서 의료용 AI 프로그램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를 상용화했고 내년부터는 AI 의학교육도 실시한다. 역시 국내 최초다. 1998년 가천의대 설립 이후 혁신을 이끌고 있는 이길여 가천대 총장에게 4차 산업혁명 시대 의학교육의 미래와 대학 발전 방향을 물었다.
이길여 총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인간은 AI와 경쟁 대신 협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 신인섭 기자]

이길여 총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인간은 AI와 경쟁 대신 협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 신인섭 기자]

내년 학부에 AI ‘왓슨’ 활용하는 과정 도입
 
길병원에서 도입한 ‘왓슨’이 화제다.
“‘왓슨’과 같은 의료용 AI는 미래 의학의 대세가 될 것이다. 수십만 명의 환자 정보와 1500만 페이지에 달하는 의학 자료를 습득한 ‘왓슨’을 사람은 따라갈 수 없다. ‘왓슨’은 인간의 실수와 오차를 줄여 장차 모든 의사가 필수로 사용할 전망이다. 이를 레지던트 때부터 배우면 늦다. 그래서 내년부터 학부 과정에 도입해 AI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역량을 키우려고 한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배우게 되나.
“수술 로봇인 ‘다빈치’를 이용해 실전과 똑같은 교육을 하는 것처럼 ‘왓슨’을 활용해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법을 실습할 계획이다. AI 이해를 위해선 기본적인 프로그래밍과 소프트웨어도 다룰 줄 알아야 하기에 컴퓨터공학 역시 필수다. 또 AI에 들어갈 빅데이터 활용을 위해 통계학도 교육과정에 포함할 계획이다. 그야말로 디지털 융합인재를 양성하는 게 목표다.”
AI 시대에 의사의 역할과 자세에 대한 인식도 변화가 필요할 것 같다.
“AI가 인간의 직업을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하지만 AI와 인간은 경쟁이 아닌 협력관계다. AI가 진단과 처방, 수술은 할 수 있다. 그러나 AI를 가르치고 환자를 따뜻하게 보듬는 건 여전히 인간의 역할이다. AI를 활용하고 공존하는 능력, 그리고 환자를 대하는 따뜻한 마음, 이 두 가지를 함께 키워야 한다.”

혼자 잘살기보다 사회 기여할 인재 육성
 
가천대가 강조하고 있는 인성교육도 같은 맥락인가.
“AI가 발전할수록 인성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지난해 5월 설립한 리버럴 아츠 칼리지는 인문학과 자연과학, 인성교육 등이 어우러진 융합교육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자기 혼자 잘사는 게 아니라 박애·봉사·애국이라는 우리 대학의 교시처럼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인재를 기르는 게 목표다. 지난 20년간 16개국 심장병 어린이 400여 명을 무료 수술해 온 것도 같은 의미다.”
의사 선배로서 국내 의학교육의 고질적인 문제는 뭐라고 보나.
“기초의학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중추 학문이다. 면접을 해 보면 처음엔 모든 학생이 기초의학을 연구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졸업 후엔 대부분 임상(개인병원)으로 빠진다. 유능한 인재들이 편안한 길만 가려고 하는 건 국가적 낭비다. 가천대는 그동안 기초의학 연구에 많은 투자를 했다. 그 결과 뇌과학연구원은 세계 수준의 연구소가 됐고 이곳에서 펴낸 ‘뇌 해부 영상지도’는 전 세계 표준이 됐다.”
현실적으로 학생들의 최대 관심사는 취업과 창업이다.
“당연하다. 가천대는 2015년 기준으로 전국 4년제 대학 중 취업률 7위다. 국내 기업뿐 아니라 미국 FDA와 실리콘밸리 등에도 꾸준히 인턴을 보내고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창업 과목도 개설했는데 올해만 2000명 넘게 수강했다. 창업펀드도 10억원을 조성해 학생들의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있다.”

2020년까지 10대 명문사학 진입할 것
 
앞으로 가천대의 목표는 무엇인가.
“2020년까지 10대 사학에 진입하려 한다. 의학과 바이오 등 학문 분과별로 기초 체력은 이미 갖췄다. 수도권 대학 중 교육부가 지정한 특성화 사업단 6곳을 갖고 있는 학교는 2곳뿐인데 우리가 그중 하나다. 졸업생 실력만 보면 명문대 못지않다. 다만 아직 인지도가 부족해 이를 끌어올리려 하고 있다. ”
◆이길여 총장
1932년생. 서울대 의대를 나와 58년 산부인과를 개원했다. 78년 길의료재단을 세우고 2012년 가천의대와 경원대를 통합한 가천대를 설립, 초대 총장에 올랐다. 개원의 시절엔 환자 진료 때 청진기가 차갑지 않도록 늘 가슴에 품고 다녀 ‘따뜻한 의사’란 별칭도 얻었다.

만난 사람=강갑생 사회1부장 윤석만 기자 sam@joongang.co.kr
사진=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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