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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 경제] 요즘 지주회사가 왜 뜨나요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Q. 요즘 들어 지주회사로 전환한다는 기업이 뉴스에 자주 등장합니다. 이들은 왜 지주회사가 되려고 하는 것이죠? 지주회사가 뭐가 더 좋은가요?
 
순환출자·지급보증 차단…한 회사가 문제 생겨도 그룹 안 흔들려

A. 최근 지배구조를 지주회사 체제로 바꾸기로 한 회사가 대폭 늘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현재 지주회사는 모두 162개로, 지난해 140개보다 22개가 늘었습니다. 이는 1999년 4월 지주회사 제도가 도입된 이래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것입니다. ‘지주회사 붐’처럼 보입니다.

가장 최근엔 현대중공업이 사실상 지주회사 전환을 예고했습니다. 현대중공업그룹에서 가장 큰 회사인 현대중공업을 6개의 회사로 나누고 이중 산업용 로봇을 만드는 현대로보틱스(가칭)를 지주회사로 둔 구조로 바꾸는 것이죠. 삼성그룹도 지주회사 전환에 긍정적인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삼성이 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과 시간이 필요해 당장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자산규모 350조원의 국내 최대 대기업집단의 골격을 바꾸는 일이라 고려할 점이 많습니다. 이밖에 LG와 SK, CJ, 두산 등은 이미 지주회사로 전환한 대기업집단입니다.

이들은 왜 지주 회사로 전환할까요. 이에 답하기 위해선 먼저 지주회사가 무엇인지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주회사란 다른 주식(‘株’式)회사의 지분(‘持’分)을 갖고 있다고 해서 붙은 이름입니다. 영어로는 ‘홀딩 컴퍼니(holding company)’라고 부르지요. 이들은 주식으로 사업 회사를 지배하는 회사입니다. 한국의 경우 공정거래법 제2조2에서 ‘주식의 소유를 통하여 국내 회사의 사업 내용을 지배하는 것을 주된 사업으로 하는 회사’를 (순수) 지주회사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지주회사는 다른 회사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자회사가 모회사에 지급하는 배당금, 브랜드 사용료(로열티) 등이 수입원이 됩니다. 또 주식 보유 회사의 경영을 지휘, 감독하게 됩니다. 여기서 이들이 지휘하는 회사를 자(子)회사라고 부릅니다. 그 자회사가 또 다른 회사의 주식을 갖고 있다면, 이는 지주회사에는 손자(孫子)회사가 되겠죠.
이런 기업 지배 형태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세기 말 미국에서입니다. 처음에는 담합 행위를 못하게 정부가 규제하자 이를 피하기 위한 방편으로 만들어졌다고 하네요. 이후 제도 개선을 거쳐 오늘에 이르게 됩니다. 한국에선 1980년대까지만 해도 대기업 독점 등을 우려해 지주회사 제도를 금지해왔습니다. 그러다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정부가 대기업의 지주회사 전환을 장려하고 있습니다. 외환위기의 주범으로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 순환출자와 상호지급보증 등이 지목됐기 때문이죠.

그룹사에서 A회사와 B회사가 서로의 지분을 갖는 경우를 상호출자, A회사가 자본금을 대서 B회사를 만들고 B회사에서 C·D 등의 회사에, 다시 A회사에 출자하는 것을 순환출자라고 합니다. 비슷한 방식으로 빚보증을 서는 것을 상호지급보증이라고 하지요. 이러면 크게 힘 안 들이고 기업이 한 울타리 안에서 덩치를 키울 수 있지요. 하지만 서로의 지분 관계가 실타래처럼 묶여 있다 보니 이들 모두 ‘운명 공동체’가 됩니다. A회사의 실적이 떨어지면 멀쩡한 B회사에 영향을 미치고, 심지어 같이 망합니다. 또 대기업의 오너 경영인이 적은 지분을 갖고도 모든 계열사를 좌지우지할 수 있게 됩니다.
지주회사 체제가 되면 기업 지배 구조는 지주회사→자회사→손자회사 식으로 지분 구조가 단순해집니다. 자회사는 고유 사업만 하면 됩니다. 대주주는 지주회사를 소유하고 자회사를 병렬식으로 지배합니다. 한 회사에 문제가 생겨도 전체가 흔들리진 않습니다. 법으로 지주회사 체제 안에서는 서로 지급보증을 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모회사가 계속 돈을 빌려 자회사를 지원하는 걸 막기 위해 지주회사의 부채비율은 200% 이하로 규제하고 있습니다. 지주회사로 전환한 대기업집단에는 일반 대기업 집단에 비해 수평형, 방사형, 순환형 출자가 줄어드는 것이죠.

지주회사 도입의 또 다른 목적은 전략적 경영 기능과 사업 기능을 분리하기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검색 서비스 회사였던 미국 구글이 인공지능·자율주행차·드론 등으로 점차 사업 영역을 확대하면서 ‘알파벳’이라는 지주회사를 설립한 것이 좋은 예입니다. 구글은 알파벳의 자회사가 되고, 나머지 신규 사업부들도 독립적인 자회사로 재편됐습니다. 단, 미국의 증권시장엔 알파벳만 상장돼 있고 나머지는 비상장사입니다.
물론 지주회사도 허점이 있습니다. 지주회사를 만들어 대주주의 지배력 확보와 상속을 쉽게 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 논란이 되는 부분도 여기에 있습니다. 가령 지주회사를 만들기 위해 A회사를 둘로 쪼갭니다. 이걸 인적분할이라고 부릅니다. 한 회사를 사업회사와 지주회사를 나누는 것입니다. 대주주는 지주회사만 소유합니다. 그럼 사업회사는 어떻게 될까요. A라는 원래 회사의 자사주(회사가 보유한 자사 주식)를 어느 정도 보유하고 있으면 사업회사도 갖게 됩니다. 현행 법은 인적분할을 하는 과정에서 자사주에 의결권이 부활되도록 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주회사를 승계하는 과정에서 상속세를 줄이기 위해 주가를 낮추거나 기업가치를 떨어뜨렸다가 다시 회복시키는 편법도 등장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대부분의 지주회사가 자회사의 지분을 100% 갖고 있어야 하지만, 우리는 상장회사는 20%, 비상장회사는 40%의 지분만 갖고 있어도 돼 불공평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러면 대주주가 지주회사제도를 통해 자회사 지분의 20%씩만 가져도 각 자회사에 대한 지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죠. 지난 9월 기준, 지주회사로 전환한 대기업진단 소속 지주회사의 총수 또는 총수일가(총수 포함)의 평균 지분율은 각각 35.2%, 48.6%였습니다.

최근 갑자기 지주회사를 세우려는 시도가 부쩍 늘어난 건 그동안 정부가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 허용하던 법률과 각종 혜택이 바뀔 전망이기 때문입니다. 지주회사가 기업 승계 방편으로 활용되는 부작용을 막겠다는 것이죠. 야당 국회의원들이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기업을 인적분할할 때 자사주의 의결권이 부여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도 속속 발의돼 있습니다. 이러면 지주사로 전환할 때 자회사를 갖기 위해선 주식을 더 사들여야 해 훨씬 많은 비용이 들겠죠.

또 내년 7월부터는 지주회사 전환의 각종 특혜가 적용되는 기업집단 기준을 현재의 자산규모 1000억원 이상에서 5000억원 이상으로 올릴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 규모에 해당하는 중견 기업들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을 서두르면서 올해 지주회사 붐이 일고 있는 것입니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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