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반퇴 시대 인생 이모작] 하찮은 인생이 어디 있나요, 자서전을 씁시다

박수천 전 청장이 병풍 식으로 만든 자신의 자서전을 펼쳐보이고 있다. 그는 “자서전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길을 찾는 것”이라고 했다. [사진 최정동 기자]

박수천 전 청장이 병풍 식으로 만든 자신의 자서전을 펼쳐보이고 있다. 그는 “자서전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길을 찾는 것”이라고 했다. [사진 최정동 기자]

“처음엔 다들 하찮은 인생을 살았다고 생각하지만, 자서전을 완성하고 나면 꽤 괜찮은 삶이었다는 걸 깨닫게 되죠.”

15일 만난 박수천(66) 전 대구식약청장은 한참 동안 자서전 예찬론을 펼쳤다. 2009년 공직에서 은퇴한 그는 현재 시니어들을 대상으로 자서전 쓰기 운동을 벌이면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그는 자신을 소개하는 대신 직접 쓴 자서전을 보여줬다. 『꿈대로 사는 세상』이란 제목의 자서전을 양손으로 들자 책이 병풍처럼 길게 펼쳐졌다. 10폭짜리 자서전에는 학창시절부터 공직생활을 거쳐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가 살아온 날들이 빛바랜 사진과 함께 일목요연하게 정리됐다. “자서전을 쓰자고 하면 ‘나처럼 별것도 아닌 사람이 무슨 자서전이냐’며 대부분 부담스러워하죠. 그런 분들이 쉽게 자서전을 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병풍 자서전을 개발했어요.”

박 전 청장은 복지부 등을 거쳐 2009년 대구식약청장을 마지막으로 38년간의 공직생활을 마무리했다. 여러 민간업체에서 좋은 조건을 제시했지만 그는 모두 거절했다. 2~3년이 아닌 남은 평생 동안 하고 싶을 일을 찾기 위해서다. “다른 공직자처럼 낙하산 타고 내려갔다면 잠깐은 편하게 지낼 수 있었겠죠. 하지만, 저는 앞으로 40년을 살면서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싶었어요.”

일본에서 노년학을 공부하기도 했던 그는 자신의 노후준비 경험을 바탕으로 이듬해 경기 과천에 시니어 아카데미를 개설했다. 그는 “은퇴 후 삶을 준비하면서 자연스레 노후준비에 대한 노하우를 터득했고, 이를 다른 은퇴자들과 공유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가 직접 만든 교재를 갖고 자서전 코치로 활동하기 시작한 건 2013년부터다. 그는 “마을 주민들이 서로를 터놓고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함께 자서전을 써보자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그를 통해 자서전을 출간한 사람은 20여 명에 이른다. “보통 자서전을 만드는 데 3개월에서 길게는 6개월까지 걸려요. 그 사람이 살아온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 안에서 인생의 핵심 가치를 찾아주는 게 제 역할이죠.” 지난 17일에는 70~80대 어르신 6명의 자서전 출판 기념회를 열어주기도 했다.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자서전의 주인공으로 『봉사는 나의 삶』을 쓴 이근화(86)씨를 꼽았다. “평생을 육아와 요양 도우미로 일해 온 분이에요. 책에는 태어났을 때부터 돌봐 온 아이가 나오는데 성인이 되서도 찾아오는 그 아이를 보며 인생에 보람을 느낀다고 해요. 봉사하는 마음으로 평생을 살아왔기 때문에 이분의 삶이 누구보다 가치 있는 거죠.” 그는 “자서전은 과거를 정리하는 게 아닌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길을 찾는 것”이라며 “자서전을 통해 미래가 보이게 됐다는 말에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과천 시민의 10%가 자서전을 쓰도록 하는 게 목표”라며 “자서전 쓰기 운동을 통해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글=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사진=최정동 기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