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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수리 태술이 살렸다, 상민이 형은 마법사”

프로농구 서울 삼성 이상민(44) 감독은 선수 시절 ‘최고의 스타’ 였다. 대학농구 연세대의 전성기를 이끌었고, 프로에서도 ‘컴퓨터 가드’로 불리며 챔피언결정전에 7차례나 올랐다. 주변엔 항상 소녀팬들이 따랐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의 주인공 성나정이 죽고 못살던 연세대 포인트가드 오빠가 바로 이 감독이다.

‘영원한 오빠’ 이상민은 2014년 감독으로 변신한 뒤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그가 이끈 삼성은 2014~15시즌 최하위(11승43패)에 그쳤다. 참담한 성적 탓에 프로농구 역대 최다점수차 패배(54점차)나 11연패 수모는 묻혀지나갈 정도였다. ‘컴퓨터 가드’ 출신 감독 앞에서 삼성 선수들은 농구공이 림에 맞지도 않는 에어볼 자유투를 던졌다. 벤치의 감독을 향해 패스를 하는 선수도 있었다. 팬들로부터 “프로농구 꼴찌팀 감독은 63빌딩 외벽청소에 버금가는 극한직업”이라는 위로인지, 조롱인지 알 수 없는 얘기도 들었다.

최근 만난 이상민 감독은 “감독 첫 시즌 때 한 번은 (서)장훈이가 이런 얘길했다. ‘형, 그렉 포포비치(67·미국 NBA 샌안토니오를 5차례 챔피언으로 이끈 명장)가 맡아도 힘든 팀이야. 형부터 힘을 내야 뭐든지 되지’라고. 그런 위로가 큰 힘이 됐다”고 회상했다. 서장훈(42)도 당시를 기억했다. 서장훈은 전화 인터뷰에서 “그 당시 (이)상민이 형이 ‘선수들이 아니라 내 책임이다. 너무 창피해 더 못하겠다’고 말할 정도였다. 마음 고생이 정말 심한 것 같았다”고 전했다.
서장훈(左), 김태술(右)

서장훈(左), 김태술(右)

두 사람은 고교 시절 청소년 대표팀에서 룸메이트로 처음 만났다. 깔끔한 성격이 서로 잘 맞았다. 서장훈의 수다를 이상민이 잘 들어주면서 돈독한 관계가 됐다. 서장훈은 이상민과 함께 뛰고 싶어 연세대에 진학했고, 1990년대 연세대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삼성 지휘봉을 잡은 이상민은 서장훈에게 코치직을 제의하기도 했다. 한 사람은 코트에서, 다른 한 사람은 방송에서 활약하지만 여전히 서로 의지하는 형·동생 사이다.
삼성은 최하위 감독 이상민을 믿고 지휘봉을 계속 맡겼다. 감독 2년차였던 지난 시즌 삼성은 5위로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그리고 3년차인 올해 지도자 인생의 꽃을 피우고 있다. 삼성은 19일 현재 공동 2위(14승6패)다. 선두 안양 KGC인삼공사(15승5패)를 한 경기 차로 뒤쫓고 있다. 평소 “틈나는 대로 삼성 경기를 챙겨본다”는 서장훈에게 삼성의 상승세에 대해 분석을 부탁했다. 서장훈은 “가드와 외국인 선수를 1명씩 바꿨을 뿐인데, (이상민) 형이 공간의 밸런스와 내외곽 조화를 이뤄냈다. 특히 명가드 출신답게 김태술(32)의 부활을 마법같이 이끌어낸 게 눈에 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올 시즌 직전 연세대 12년 후배인 김태술을 영입했다. ‘매직키드’로 불렸던 2008년 신인왕 김태술은 2014년 KCC로 옮긴 뒤 슬럼프에 빠졌다. 연봉(6억원대)에 걸맞는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런데 이 감독의 손을 거친 뒤 그는 어시스트 2위(경기당 6.2개)로 맹활약 중이다. 이 감독은 “(김)태술이는 나나, (강)동희 형, (김)승현이처럼 팀을 끌어가는 정통 포인트가드다. 스타일을 뜯어고치기보다 위치만 잡아주고, 공 잡는 시간을 늘려주는 방법으로 자신감을 끌어올렸다” 말했다.
서장훈이 얘기한 외국인 선수는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7순위로 뽑은 마이클 크레익(25·미국)이다. 크레익은 키 1m88㎝에 체중이 117㎏나 된다. 뚱뚱해서 외면받은 크레익에게서 이 감독은 선수 시절 호흡을 맞췄던 ‘탱크’ 조니 맥도웰(1m94㎝)을 봤다. 이 감독은 “드래프트 때 보니 슛 성공률도 높고, 패스와 스킬도 좋았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삼성을 자신의 선수 시절처럼 빠르고 정확한 농구를 할 수 있는 팀으로 개조했다. 김태술이 자로 잰 듯한 패스를 찔러주고, 크레익이 저돌적으로 덤벼든다. 이 감독은 “농구는 조이스틱으로 하는 게임이 아니다. 선수가 좀 부진해도 믿고 맡긴다. 명장이 선수를 만드는 게 아니라 선수가 명장을 만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선수들은 그런 이 감독에게 득점 2위(88.3점)라는 결과로 화답했다.
성적이 좋은 요즘, 이 감독에게 서장훈과 연락을 계속하는지 물었다. 이 감독은 “요즘은 일반 팬처럼 행동하고, 가끔 작전지시도 내린다”며 웃었다. 이 감독은 “TV로 농구경기를 돌려보다가 중간중간에 (서)장훈이가 출연한 ‘아는형님’ 등의 예능 프로그램을 챙겨본다. 평소와 똑같은 솔직하고 털털한 모습을 시청자들이 좋게 봐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장훈에게 이 감독과 삼성의 전망을 묻자 “형은 선수 시절부터 결정적인 순간에 냉정했다. 선수들이 형을 믿고 따른다면 올 시즌 최소한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용인=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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