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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속으로] 오늘의 논점 - 대통령 탄핵 후 국정 수습

중앙일보 <2016년 12월 12일자 34면>
여야, 대선 꼼수 접고 국정안정에 힘 모으라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중앙일보>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중앙일보>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론이 나오고 조기 대선이 치러지기까지 길게는 8개월간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가 가동된다. 황교안 총리가 박 대통령의 권한을 대신해 내치·외교를 총괄하는 것이다. 이 기간 중 대한민국이 전대미문의 국정 위기를 극복하고 재도약의 전기를 마련할지, 아니면 혼란만 가중되면서 나락으로 추락할 것인지는 정치권이 하기에 달려 있다.

한데 여야 정치권은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자마자 대선을 겨냥한 정쟁에 골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은 친박계 이정현 대표가 탄핵안 가결에도 불구하고 버티기로 일관하며 비대위 구성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중을 드러내고, 반발한 비박계가 독자 비대위 구성 논의에 들어가는 등 내전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집권당으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국정공백 최소화에 전력을 기울여도 부족한 마당에 당 주도권을 놓고 내분만 가열되고 있으니 더 이상 실망할 구석도 찾기 어렵다.

더불어민주당도 문재인 전 대표가 탄핵 가결 직후 박 대통령의 즉각 하야를 요구하고, 추미애 대표가 “황 총리도 탄핵감”이라 주장하는 등 나라는 안중에 없고 조기 대선에만 눈이 먼 노골적인 모양새다. 당 지도부가 이런 비판을 받아들여 “황 총리 체제를 지켜보겠다”고 물러서긴 했지만 안희정 충남지사·이재명 성남시장 등 당내 잠룡들이 속속 대선 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민주당의 ‘조기 하야’ 요구는 언제든 재연될 개연성이 있다. 국민의당 역시 탄핵안 가결 직후 김동철 비대위원장이 박 대통령의 즉시 퇴진을 요구하고 황 총리 체제에 거부감을 표시하며 조기 대선 욕심을 드러낸 바 있다.

대한민국이 초유의 위기를 맞은 지금 정치권의 급선무는 때이른 대선 레이스 시동이 아니다. 황 총리 대행체제를 도와 국정이 안정을 회복하도록 힘을 보태 주는 노력이 절실하다. 그래야 대선도 제대로 치러져 당선인이 정통성을 가질 수 있다. 특히 최순실 게이트 이후 두 달 가까이 방치되다시피 한 경제는 초당적 대처가 시급한 핵심 과제다. 가계부채가 1300조원을 넘고 수출·투자·소비가 위축되며 곳곳에서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안보 역시 상황이 엄중하다. 특히 내년 1월 20일 취임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의 조기 정상회담이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은 권한대행 체제의 가장 큰 리스크다.

두 야당이 이런 지적들을 받아들여 지난 주말을 고비로 민생모드를 염두에 둔 ‘여·야·정 협의체’ 구성을 제안한 건 그나마 다행이다. 새누리당은 즉각 내분을 멈추고 이에 호응해야 한다. 당장 12일 열릴 3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논의를 개시해 조속히 협의체를 출범시켜야 할 것이다. 12일부터 30일간 소집될 임시국회 역시 경제·외교·민생이 핵심의제가 돼야 한다.

대통령이 식물상태인 가운데 국정의 주축이 된 정치권 역할의 중요성은 재론할 필요조차 없다. 특히 정국의 주도권을 쥔 거대 야당의 역할이 핵심이다. 이제는 탄핵 투쟁을 넘어 나라를 안정적으로 이끄는 모습을 보이고, 대안을 제시해야만 수권정당 자격을 인정받을 수 있다.
 
한겨례 <2016년 12월 12일자 27면>
탄핵 이후 국정, 내각 아닌 국회 주도로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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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대통령 박근혜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뒤 열린 10일의 제7차 촛불집회에도 전국적으로 100만 명이 넘는 시민이 운집했다. 탄핵안이 이미 가결되었고 날씨가 어느 때보다 추웠으며 계속된 집회로 피로가 누적된 상태라는 점을 참작하면, 230만 명이 모였던 제6차 집회에 뒤지지 않을 만한 열기라고 할 수 있다. 시민의 바람이 단지 국정을 농단한 대통령 한 사람을 끌어내리자는 데 머물지 않고, 이런 사태를 초래한 정치·검찰·재벌·교육·언론 등에 대한 총체적이고 철저한 개혁에 맞춰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탄핵 이후의 정국이 민심을 배반하는 방향으로 흐를 경우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와 결의의 표현이기도 하다.

10일의 집회에서는 다른 여타 구호보다도 대통령 직무대행을 맡은 황교안 총리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눈에 띄었다. 황 총리가 대통령의 혼용무도한 국정의 조력자이자 부역자였다는 점에서 민심의 당연한 평가라고 할 수 있다. 당장은 정해진 법 절차에 따라 황 총리가 불가피하게 직무대행을 이어받았지만, 그와 그가 이끄는 내각도 대통령 탄핵과 함께 ‘정치적 탄핵’을 받았다. 황 총리가 얼마나 대행 노릇을 할지 모르지만 이런 준엄한 역사적 평가를 직시하는 것이 출발점이 돼야 한다. 이런 점에서 안보와 경제도 중요하지만 황 총리가 대행의 첫 업무를 ‘반성과 사죄’가 아니라 현안 챙기기로부터 시작한 것은 염치없는 짓이다. 내각의 일원 중 탄핵당한 대통령과 함께 울었다는 사람은 있어도 ‘내 탓이오’ 하면서 사표 내거나 자책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것을 보고, 어느 누가 이런 내각을 신뢰하겠는가. 황 대행은 거취에 대한 가닥이 잡힐 때까지 죄인의 자세로 자중하면서 ‘완장’ 노릇을 자제해야 마땅하다.

대통령이 공백 상태에 있고 내각이 불신받는 상황에선 민의의 전당이며 선출 권력인 국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국회는 국민의 신뢰를 잃은 대통령 및 행정부를 대신해, 책임감과 소명감을 가지고 국정운영을 주도할 책임이 있다. 마침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당이 탄핵안 가결 직후 국정운영의 중심 기구로 ‘국회·정부 정책 협의체’와 ‘여·야·정 협의체’를 제안한 것은 바람직하다. 새누리당의 정진석 원내대표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 여·야·정 협의체의 가동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다만, 새누리당이 이 협의체에 참여하더라도 대통령의 폭정에 친위대 노릇을 해온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를 비롯한 친박계는 철저히 배제해야 한다. 그래야 협의체의 권위와 정당성이 생긴다.

황교안 대행이 이끄는 내각도 이 기구에 하루빨리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마땅하다. 비상상황을 관리해 나갈 권위와 정통성을 지닌 이 기구를 무시하고, 대행 내각이 섣불리 독자 행동을 하려다가는 조용히 지켜보고 있는 민심이 가만히 앉아 있지 않을 것이다.

친박을 배제한 여야가 주도하는 여·야·정 협의체가 대통령 없는 비상 시기에 정책 조정 및 결정을 하고 황 대행이 이끄는 내각이 협의체에서 결정된 사항을 집행하는 일을 한다면, ‘부역자 황교안 총리,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민심도 자제력의 한계 안에 머물 수 있을 것이다. 이젠 촛불의 성숙한 자세에 정치권이 응답할 차례이다.
 
논리 vs 논리
대행체제 도와 국정안정 회복을 vs 황 총리도 탄핵 사태 동반 책임
지난 9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가결을 선포하고 있다. [사진 오종택 기자]

지난 9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가결을 선포하고 있다. [사진 오종택 기자]

지난 9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됐다. 이에 따라 황교안 총리가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게 되었다. 하지만 국정은 여전히 혼란스러운 상태다. 촛불시위는 계속되고 있고, 조류 인플루엔자, 트럼프 당선 이후 민감해지는 외교 관계, 내년도 예산안 편성 등 대처해야 할 현안도 한두 개가 아니다.

이러한 현실에 대해 한겨레와 중앙은 한목소리로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한겨레는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후 열린 제7차 촛불집회에 “전국적으로 100만 명이 넘는 시민이 운집”한 사실을 짚는다. 이를 한겨레는 “탄핵 이후의 정국이 민심을 배반하는 방향으로 흐를 경우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와 결의의 표현”으로 해석한다. 중앙 역시 여야 정치권이 “탄핵안이 통과하자마자 대선을 겨냥한 정쟁에 골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한탄한다. 두 사설 모두 민의를 충실히 받들어 정치권이 국정 안정을 이루어야 한다고 주문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의 결론 이후 조기 대선까지 길게는 8개월까지 이어질 수 있는 황교안 권한대행 체제에 대해서는 두 사설의 입장이 완전히 갈린다. 중앙은 “대한민국이 초유의 위기를 맞은 지금 정치권의 급선무는 대선 레이스 시동이 아니”며 “황 총리 대행체제를 도와 국정이 안정을 회복하도록 힘을 보태 주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반면 한겨레는 “그(황 총리)와 그가 끄는 내각도 대통령 탄핵과 함께 ‘정치적 탄핵’을 받았다”고 선을 긋는다. 그러면서 총리의 대통령 대행 체제가 작동하려면 “이런 준엄한 역사적 평가를 직시하는 것이 출발점”이라고 강조한다. 나아가 한겨레는 “선출 권력인 국회의 역할”을 강조한다. “국회는 국민의 신뢰를 잃은 대통령 및 행정부를 대신해 책임감과 소명감을 가지고 국정운영을 주도할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앙은 황 총리 대행 체제에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해야 “대선도 제대로 치러져 당선인이 정통성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최순실 게이트 이후 두 달 가까이 방치되다시피 한 경제는 초당적 대처가 시급한” 상황이라는 점도 상기시킨다.

정치철학의 관점에서, 두 사설은 정통 진보와 보수의 견해 차이를 제대로 보여준다. 진보는 대개 루소의 사회계약론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에 따르면 권력자는 전체 국민의 뜻을 받들어야 한다. 만약 권력이 민의를 속이며 자신의 이익을 시민의 뜻인 양 포장하고 있다면, 국민은 떨쳐 일어나 권력자들을 끌어내려야 한다. 한겨레는 탄핵 이후에도 촛불시위가 계속되는 이유를 “시민의 바람이 단지 국정을 농단한 대통령 한 사람을 끌어내리자는 데 머물지 않고, 이런 사태를 초래한 정치·검찰·재벌·교육·언론 등에 대한 총체적이고 철저한 개혁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라는 데서 찾는다. 이런 한겨레의 해석에서는 루소의 생각이 여실히 느껴진다.

중앙의 입장은 안정적 사회 운영을 중시하는 정통 보수의 생각에 가깝다. 한나 아렌트는 루소의 사상에 뿌리를 둔 프랑스 혁명을 별로 좋게 평가하지 않는다. 혁명이 개혁을 이루기보다는 엄청난 희생과 혼란만 낳았기 때문이다. 한나 아렌트는 1776년, 독립 선언으로 시작된 미국의 정치 혁명을 높게 평가한다. 그녀에 따르면, 미국의 건국 영웅들은 ‘정치’의 틀을 만들어가는 절차의 중요성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인민의 뜻은 언제나 실체가 모호한 법이다. 그래서 민의를 따르겠다는 주장들은 숱한 오해와 충돌을 낳는다. 그래서 합의에 따라 정해진 절차를 따르는 것은 정치에 있어 정당성의 중요한 근거가 된다.

중앙은 “정국의 주도권을 쥔 거대 야당의 역할이 핵심”임을 강조하며, “이제는 탄핵 투쟁을 넘어 나라를 안정적으로 이끄는 모습을 보이고, 대안을 제시해야만 수권정당 자격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당부한다. 아울러 가계부채와 안보, 외교 등 산적한 현안들을 지적하며 절차에 따른 안정된 통치를 강조한다. 이런 중앙의 태도에서는 아렌트적인 보수의 색체가 엿보인다.
안광복 중동고 철학교사·철학박사

안광복
중동고 철학교사·철학박사

이렇듯 중앙과 한겨레의 입장은 갈리는 듯 보이지만, ‘여·야·정 협의체’를 꾸리려는 정치권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두 사설 모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다. 민의를 모으고 조율하는 과정은 쉽지 않다. 여·야·정 협의체 논의가 어떻게 흘러갈지 지켜볼 일이다.

안광복
중동고 철학교사·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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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