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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인의 작가전] 신현림의 매혹적인 시와 사진 이야기 #5. 따스한 저녁불빛 속에서 그리운 것들

- 모리야마 다이토와 윌리엄 클라인
 
  
삶의 막막함 속에서 하나의 저녁 불빛을 만나는 인생. 그 불빛이 밥 한 그릇이고, 보일러를 덥힐 도시가스며, 여성에게 생리대 하나인 가난한 사람들의 세계. 그저 부자들에게는 너무나 아무것도 아닐 물질이다. 그제 본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에서 케이티가 마트에서 훔친 물건이 생리대와 생활용품이었다. 가방에서 나온 그 물건을 보고 눈물이 쏟아졌다. 아무 정보도 없이 연말 시상식과 뒤풀이 자리를 빠져나와 본 영화. 늦게 들어온 데다 너무 피로해서 조금 졸다가 보는 내내 다니엘과 케이트의 삶에 깊이 빠져들었고, 공감했고, 가슴 아파서 눈물을 쏟았다. 눈물은 나만 흘리지 않았다. 여기저기서 코를 훔치는 소리가 들렸다. 다니엘 블레이크는 나처럼 인터넷 신청이 어려운 시민이었다. 나도 서류 쓰다가 끔찍해서 포기한 적이 참 많았다. 그래서 깊이 공감되었다. 무작정 기약 없이 사람을 기다리게 하는 규칙하며 사람을 위한 듯 하지만 허울뿐인 제도 앞에서 다니엘이 쓰러지고 마는 한 다니엘의 한마디는 가슴을 쳤다.
 
“자존심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거요”
 
우리에게도 잠시 기대어 쉴 바람이 필요하다는 말과 함께 그도 바람에 기대어 먼 바다로 갔을 아내를 따라 갔다. 69회 칸 영화제에서 최고의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경제난은 전 세계적으로 가난한 이들에게는 죽음과도 같은 괴로움을 주고 있었다. 영화 속의 식품 보급소에 사람들이 죽 늘어선 풍경 앞에서 가슴이 미어졌다. 집에 돌아와 페북 댓글란에 나는 이렇게 썼다.
 
‘가난한 이들이 절망하지 않게 나눠야 합니다. 존중하고 사랑으로 함께 해야 합니다. 넘 뻔한 말인가요. 얼마나 안 나누면 세상이 이 지경인지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진정 우리 국민이 촛불 혁명을 일으키게 한 것도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기는커녕 사기와 거짓으로 온 나라를 쑥대밭이 된 지경으로 몰아간 상태에서도 자기 탓이 없고, 미안해하지 않아서다. 저렇게도 탐욕적일 수가 있으며, 대통령은 저리도 한심할 수 있나 그저 놀라고 슬플 수가 없어 나는 8번의 촛불집회를 빠짐없이 참여했다. 촛불집회를 나가 사진을 찍으며 집회의 고귀함을 알려준 것도 사진임을 절감하였다. 이번에 다룰 모리야마 다이토와 윌리엄 클라인의 사진들은 그 사진의 위대성을 보여준 국가대표 선수들이다. 그것도 자기만의 방식으로 결코 페인팅에 지지 않는 힘을 보여주었다. 그 힘은 시대를 담은 힘이다.
참으로 우연한 일이다. 모리야마 다이토를 20년 전 외국 사진 서적 파는 곳에서 본 사진들에 끌려 좋아했던 일이나 20년 후 어쩌다 들른 동경 사진미술관에서 다이토가 국민작가가 되어 대대적인 전시를 본 일. 그리고 어쩌다 간 영국 테이트 모던 갤러리에서 모리야마 다이토와 윌리엄 클라인의 크로스 전시를 본 일은 우연인데, 뭔가 참 놀랄 만큼 운명적으로 느껴진다. 참으로 저마다 인생은 잘 짜인 각본 같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은 꼭 이렇게 마주치게 된다. 테이트 모던 갤러리에서 두 사람의 크로스 오버전 입구에서 서서 전시감독이 누구인지 이런 파격적인 윌리엄 클라인과 모리야마 다이토의 크로스전의 기획이 내게는 참 신선했다.
 
윌리엄 클라인의 사진들은 사람의 마음이 움직이고 요동치는 내면을 보여준다. 개인의 내면만이 아니라 미국이란 자신의 나라 안쪽에 숨은 나쁜 관습과 병적인 면, 흉흉한 퇴폐와 언젠가 몰락할 듯이 보이는 불안한 모습을 외과의사처럼 예리하게 파헤쳐 간다. 당시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실험적이었다. 윌리엄 클라인은 독학으로 사진을 배웠다. 그는 보그지의 패션 사진가이며, 영화 <지하철의 아이>에서 자신의 그림을 선보인 전위 화가였다. 개인 영화도 만든 영화감독이었다. 실직당한 많은 사람들, 희망보다 체념을 배우며 그래도 도전을 해야만 하는 젊은 청춘과 소외계층의 가슴속 외침을 듣는다. 그의 사진은 거칠고 뜨겁고 신랄하다. 인간 마음의 선과 악의 이중성만큼이나 삶과 죽음이 뒤엉켜 충돌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무 연출 없이 온몸을 내던져 찍은 그의 리얼리즘.... 좋은 작품은 한없는 따스함으로, 충격으로, 고통과 희열로 다가온다. 내가 좋아하는 붕어 사만코를 먹을 때처럼. 이가 시리는 괴로움과 한께 시원함과 내가 좋아하는 블루베리 아이스크림보다 맛있고, 나를 감성적으로 만드는 붕어 사만코. 차디찬 고통 후에 희열감을 주는 사만코 클라인. 아니 윌리엄 클라인. 여기서 잠시 시를 알고 가야겠다. 두르스 그륀바인의 <우리는 알았을까?> 쓰다 보니 글이 너무 빽빽하여 숨 좀 틔우고 싶다.
우리는 알았을까, 무엇이 둥글게 껴안고 사랑하게 하는지?
사랑이 더욱 외롭게 만드는 건 진짜로 보였어.
서로가 각자를 위해 간직했지,
자신의 가시를, 좋지 못한 때까지
피가 붕대 바깥으로 흘러나왔어.
상처 없는 때는 무척 드물었어.
그전에 이미 어떤 괴로움이 타인에게 스며들었어.
버림받은 상태가 가장 커다란 불행이었지,
봄에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고,
마치 고장 난 거대한 바퀴 앞에서 끊어진 듯...
우리가 고꾸라졌던 빽빽한 나무에서
바람이 우리를 어떻게 일으켜 세웠는지,
어떤 오랜 천국의 외침으로 몹시 행복했지.

 
사랑에 대한 시다. 무엇이 우리를 사랑하게 하는지. 무엇이 둥글게 섹스하게 하는지. 그륀바인처럼 사랑에 대해 외로운 우리는 누구나 절망할 때조차 사랑 꿈을 꾼다. 나는 윌리엄 클라인이나 모리야마 다이토의 작품에서 그런 외로운 현대인들의 절망적인 꿈을 읽는다. 애인이 오기를 기다리는 외로운 사람 애인이 있어도 쓸쓸할 때 끝과 끝은 통하듯이 살아있는 한 인생은 절망의 우물에서 길어 올리는 꿈일지도 모른다. 그 안에 두려운 눈빛과 슬픈 꿈들. 
 
작가소개
시인. 사진가. 미대 디자인과 수학, 국문학과와 디자인대학원에서 파인아트를 전공했다.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전방위작가로 다양한 매니아층이 있다.
 
시집 『지루한 세상에 불타는 구두를 던져라』 『세기말 블루스』 『해질녘에 아픈 사람』 『침대를 타고 달렸어』를 냈다.
영상에세이 『나의 아름다운 창』 『신현림의 너무 매혹적인 현대미술』 『신현림의 미술에서 읽은 시』
힐링에세이 『만나라, 사랑할 시간이 없다』 『서른, 나에게로 돌아간다』 『천개의 바람이 되어』 『아我! 인생찬란 유구무언』 
세계시 모음집 『딸아, 외로울 때는 시를 읽으렴』1, 2권 『사랑은 시처럼 온다』 등
동시집으로 초등 교과서에 동시가 실린 『초코파이 자전거』 『옛 그림과 뛰노는 동시 놀이터』 『세계 명화와 뛰노는 동시 놀이터』와
역서로는 『예술가들에게 슬쩍한 크리에이티브 킷 59』 『Love That Dog』 등이 있다.
 
사진가로 사진가로는 낯설고, 기이하고 미스터리한 삶의 관점을 보여준 첫 전시 "아,我! 인생찬란 유구무언"전 이래 사과 이미지를 통해 '존재의 성찰'을 펼쳐, 세 번째 사진전 <사과밭 사진관>으로 2012년 울산국제사진페스티벌 한국 대표 작가 4명중에 선정된 바 있다. 4번째 사진전 <사과여행>사진집은 일본 교토 게이분샤 서점과 갤러리에 채택되어 선보이고 있다
 
최근 <사과, 날다- 사과여행 #2>전을 열고, 사진집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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