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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회 중앙시조대상] ‘단심가’처럼 쉽고 뭉클한 시조 많이 쓰겠다

중앙시조대상 이종문
중앙시조대상을 받은 이종문씨. 1999년 중앙시조신인상을 받은 지 17년 만이다. “최근 어려운 국내 상황을 수상작에 담았다”고 했다. [사진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중앙시조대상을 받은 이종문씨. 1999년 중앙시조신인상을 받은 지 17년 만이다. “최근 어려운 국내 상황을 수상작에 담았다”고 했다. [사진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제35회 중앙시조대상 수상작으로 이종문(61)씨의 ‘눈이라도 감고 죽게’가 선정됐다. 중앙시조신인상은 임채성(49)씨의 ‘곰소항’에 돌아갔다. 제27회 중앙신인문학상 시조부문에서는 이가은(33)씨가 ‘구두도 구두를’로 등단했다. 중앙시조대상·신인상 예심은 시조시인 박희정·서정택씨가, 본심은 시조시인 오승철·이승은, 문학평론가 장경렬 서울대 교수가 맡았다. 중앙신인문학상 시조부문은 박권숙·박명숙·염창권·이달균씨가 심사를 했다. 시상식은 23일 오후 6시 서울시청 서소문별관 후생동 4층 에서 열린다. 서울보증보험에서 후원한다. 02-2133-1732, 1733.

올해 중앙시조대상의 주인이 된 이종문씨는 쉽고 재미있는 작품을 쓰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당선작 ‘눈이라도 감고 죽게’를 잠시만 살펴봐도 그런 평판에 어렵지 않게 공감할 수 있다. 시인은 그야말로 최선을 다해, 독자에게 직접 말 건네는 투의 알기 쉬운 작품을 쓰기로 결심한 사람인 것만 같다. 그런 짐작은 틀린 게 아니었다. 지난 15일 수상인터뷰에서 이씨는 “시조를 일부러 쉽게 쓴다”고 했다. “내 시조만큼 쉬운 시조는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라고도 했다. 누가 읽어도 이해할 수 있는 게 자기 작품이라는 얘기다.
눈이라도 감고 죽게
나는 작은 멸치, 너는 참 잘난 사람
너여! 나의 몸을 낱낱이 다 해체하라
머리를 똑 떼어내고 배를 갈라 똥을 빼고

된장국 화탕지옥에 내 기꺼이 뛰어들어
너의 입에 들어가서 피와 살이 되어주마
그 대신 잘난 사람아 부탁 하나 들어다오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는 내 머리를
제발 대가리라 부르지는 말아주고
뜰에다 좀 묻어다오, 눈이라도 감고 죽게
이런 경향의 바탕에는 당연히 요즘 시조, 나아가 이씨 같은 전문가의 눈에도 어렵기만 한 자유시에 대한 비판의식이 깔려 있다. 이씨는 “심지어 시조조차 작품의 함의가 무엇인지 알기 어려운 작품이 많다”고 했다. 가뜩이나 문학이 대중과 멀어지는 시대, 시조는 그래서는 안 된다. 구체적인 삶의 현실을 대중과 호흡할 수 있는 방식으로 다뤄야 한다. 이를테면 수상작처럼 말이다.

작품을 쉽게 쓰는 비결을 묻자 이씨는 “어렵게 쓸 줄 몰라서 쉽게 쓰는 것 같다”고 답했다. 작업 스타일을 묻자 “일필휘지로 순식간에 뽑아낸다. 시간을 오래 들여 쓰는 작품도 있지만 빨리 쓴 작품일수록 괜찮은 작품이 많다”고 털어놓았다. 이씨는 “괜찮은 시상이 떠올라도 메모는 하지 않는다”고 했다. 마음 속에 가라앉았다가 충분히 숙성돼 다시 떠오르면 그때 받아적는다.

그렇게 써진 작품은 시조 특유의 율격에서 오는 신명감이 살아 있는 경우가 많다. 이씨는 율격의 신명감이 부족한 작품은 가급적 발표하지 않는다. “나를 시조시인으로 이끈 포은 정몽주의 ‘단심가’가 절절한 내용임에도 즐겁게 느껴지는 게 바로 신명감 때문”이라며 “그런 특징 때문에 시조는 최고의 문학치료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한학을 중시하는 집안에서 성장한 이씨는 현재 대구 계명대 한문교육과 교수다. “한문 교수의 정체성과 시조 시인의 정체성은 별개”라고 했다. “재미있으면서도 뭉클한 작품을 많이 쓰고 싶다”고 했다. 최근 다섯 번째 시조집 『아버지가 서 계시네』(황금알)를 냈다.
 
◆이종문
1955년 경북 영천 출생. 고려대 문학박사. 현재 계명대 한문교육과 교수. 저서 『고려 전기 한문학 연구』『인각사 삼국유사의 탄생』, 시조집 『봄날도 환한 봄날』『묵 값은 내가 낼게』 등. 중앙시조신인상·유심작품상·한국시조작품상 등 수상.

글=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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