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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속으로] 뭘 해도 미국이 도와준다? 이젠 대협상의 시대다

NEAR재단·중앙일보 ‘트럼프 행정부 대응 방안’ 세미나
15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NEAR재단·중앙일보 주최의 특별 세미나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한 참석자들. 앞줄 왼쪽부터 정덕구 NEAR재단 이사장, 이홍구 전 국무총리, 김영희 중앙일보 대기자. 뒷줄 왼쪽부터 김재천 서강대 교수, 박원곤 한동대 교수, 최진욱 통일연구원장, 김태현 중앙대 교수, 장달중 서울대 교수,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 신각수 전 주일대사. [사진 장진영 기자]

15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NEAR재단·중앙일보 주최의 특별 세미나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한 참석자들. 앞줄 왼쪽부터 정덕구 NEAR재단 이사장, 이홍구 전 국무총리, 김영희 중앙일보 대기자. 뒷줄 왼쪽부터 김재천 서강대 교수, 박원곤 한동대 교수, 최진욱 통일연구원장, 김태현 중앙대 교수, 장달중 서울대 명예교수,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 신각수 전 주일대사. [사진 장진영 기자]

15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NEAR재단과 중앙일보가 공동 주최한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기조와 한국의 대응 방안’ 주제의 특별 세미나가 열렸다. 참석자들은 협상의 달인인 실리주의자 트럼프의 집권을 맞아 가치·이념 중심의 한·미 관계를 이익에 기반을 둔 관계로 재구성하고 한국 정부의 협상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미나에는 정덕구 NEAR재단 이사장, 이홍구(중앙일보 고문) 전 국무총리, 김영희 중앙일보 대기자 등이 참석했다.

사드 배치가 한?미 관계 첫 시험대
트럼프, 우리에게 돈 내라 할 수도
한·미 FTA·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NAFTA·나토보다 우선순위 낮아
방침 없이 미국측 만나면 약점만 노출
대통령 직속 TF에서 전략적 접근을
미·중 무역 갈등 땐 한국 이중 타격
경제·통상 분야 공공외교 나서야

정 이사장은 환영사에서 “트럼프의 취임으로 ‘대협상의 시대’가 도래했다. 미국에서 전문 협상가가 득세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이에 맞서 한국도 부문별로 전문 협상가를 섭외해 협상 라인을 강화하고 설득력 있는 논리를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낸 유명환 전 장관은 “우리가 뭘 해도 미국이 우리를 도와줄 것이라는 종전의 인식을 바꿔야 한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방위비 분담 같은 문제에서 우리가 실리에 바탕을 둔 논리를 가지고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트럼프는 이 정책이 미국에 몇억 달러 이익을 가져다 줄지 등 구체적인 수치를 중시한다. 한·미 동맹이 중요하다고 말하려면 그를 뒷받침할 근거와 수치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 부처를 포괄하는 협상 태스크포스(TF)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정 이사장은 “지금까지는 외교부나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관료들을 중심으로 협상이 이뤄졌지만, 트럼프 행정부에 대처하려면 각 분야에 현장 경험이 풍부한 전문 협상가를 투입해 대통령 직속 협상TF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협상을 하다 보면 외교·안보적 이득을 위해 경제에서 손해를 봐야 할 때도 있다. 대통령 직속 기관이 아니더라도 대통령이 깊은 관심을 갖고 관여하는 협상TF가 있어야 한다. 한 부처에서 전담하기는 힘든 일”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한·미 관계의 첫 시험대는 사드 배치 문제가 될 것이라고 참가자들은 전망했다. 장달중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명예교수는 “사드 배치가 한·미 관계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로 떠오를 것이다. 지금까지는 사드 배치의 정당성 문제가 논란이 됐지만 실리를 중시하는 트럼프는 사드의 효용 문제를 제기하면서 새로운 논란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는 “미국이 비용을 지불함에도 한국이 사드 배치에 반대하면 트럼프는 아예 우리에게 돈을 내라고 요구할 수도 있고, 이것이 주한미군 철수 요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참가자들은 사드를 제외한 한·미 FTA, 방위비 분담 등 한국 관련 현안의 우선순위가 낮을 것이라는 데 동의했다. 최 부원장은 “한·미 FTA는 사례로 제시한 것일 뿐 미국 입장에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훨씬 중요한 현안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 FTA나 주한미군 같은 문제에 손을 대려면 최대 2년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는 “방위비 분담 문제도 우리보단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나토의 GDP(국내총생산) 대비 국방비 분담 비율은 두 나라를 제외하면 2% 미만으로 낮지만 우리는 2.5%”라며 “방위비 문제에서도 한국은 우선순위가 높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 정부의 입장이 정리되지 않은 현 단계에서 트럼프 측 인사들을 만나는 것은 역효과라는 지적이 나왔다. 최 부원장은 “최근 외교안보연구원·통일연구원·국방연구원이 한 주 동안 워싱턴을 찾아가 트럼프 인사들을 만났다. 이렇게 비슷한 시기에 가서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면 얻을 것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신 전 대사도 “정부의 방침이 분명하지 않음에도 트럼프 인사들을 우후죽순 격으로 만나는 것은 우리 약점만 노출시킬 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트럼프가 말한 것 가운데 잘못된 내용이 많은데 여기에 정확한 사실을 주입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지금은 뉴욕타임스(NYT) 등 유력지에 한국 입장을 변호하는 글이 많이 실리게 하는 공공외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트럼프의 가장 큰 관심사인 통상 분야에서 공공외교 노력이 부족한 것도 문제로 거론됐다. 박태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외교·안보 분야엔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 등 공공외교에서 목소리를 낼 사람이 있지만 경제·통상 분야엔 한국 이익을 대변할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종환 교수도 “미국도 한·미 FTA로 이익을 많이 봤다거나 한국은 환율 조작을 하지 않는다는 글을 누가 유력지에 쓰게 해야 한다”며 공공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가 보호무역 정책을 취하면 제조업 분야 수출을 많이 하는 우리가 아시아에서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미·중 무역 갈등으로 중국의 대미 수출이 둔화되면 중국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는 이중으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S BOX] “실리에 밝은 트럼프, 대북 무력 사용하지 않을 것”
15일 열린 NEAR재단·중앙일보 특별세미나 참가자들은 트럼프의 대북 무력 사용 가능성이 낮다고 입을 모았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트럼프가 말은 강하게 하지만 실리에 밝기 때문에 얻을 것이 없는 한반도에서 절대 무력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영희 중앙일보 대기자는 “트럼프는 미국 밖에서 미국의 가치나 민주주의를 위해 전쟁을 벌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미국이 북한을 치려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중국의 동의 없이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태현 중앙대 국제대학원 교수도 “장성 출신 인사가 트럼프 행정부 안보 라인에 대거 기용됐는데 미국에선 군부 출신이 비군부 출신보다 더 무력 사용에 소극적”이라며 트럼프가 북한을 공격할 가능성을 낮게 봤다.

이홍구 전 국무총리는 “1972년 닉슨 방중 이후 미·중 관계 변화가 7·4 남북공동성명으로 이어졌다. 트럼프 행정부가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과 통화하고 친러 인사를 기용하는 등 미·중·러 관계 변화를 꾀하고 있는데 이것이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을 잘 고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글=이기준 기자 foridealist@joongang.co.kr
사진=장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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