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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나이가 뭐 대수라고

나는 에이지즘에 반대한다
애슈턴 애플화이트 지음

미국 대선 때 고령 공격받은 레이건
“당신의 경험 부족 문제삼지 않겠다”
상대 먼데일 받아치며 대통령 당선
연령 차별은 모든 세대에게 불행
나이서 벗어나야 비로소 정상 사회

이은진 옮김, 시공사
401쪽, 1만8000원

1984년 미국 대선에서 73세였던 공화당 로널드 레이건 후보는 자신의 나이를 상대편에서 물고 늘어지자 민주당 월터 먼데일 후보의 ‘젊음과 경험부족’을 문제 삼지 않겠다고 말했다. 먼데일 후보는 (그리고 아마도 일반 국민·유권자는) 웃음을 터트렸고 레이건은 대선에서 승리했다.

엄밀히 말하면 나이를 문제 삼는 것은 부정적인 의미가 담긴 에이지즘(ageism)에 속한다. 에이지즘은 어떤 사람이 젊건 늙었건 그의 나이를 문제 삼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말로는 ‘연령차별’ 혹은 ‘연령주의’로 번역할 수 있다. 에이지즘에는 차별뿐만 아니라 이즘(ism)의 차원도 있다. “늙으면 죽어야지”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나이든 사람은 자신도 모르는 새 연령주의의 희생자가 된 것이다.

에이지즘의 교과서라 할 수 있는 『나는 에이지즘에 반대한다』의 저자인 애슈턴 애플화이트는 다음과 같은 문제의식을 지녔다. 왜 사회는 인종차별·성차별·장애인차별·동성애자차별에 대해서는 민감하면서도 연령차별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을까. 인종차별은 주로 흑인, 성차별은 주로 여성이 당한다. 하지만 연령차별은 이 책의 한글판 부제에 나오듯 ‘새파랗게 젊은 것과 고집불통 노인네가 모두 당하는 차별’이다. “모든 사람의 일은 그 누구의 일도 아니다(Everybody’s business is nobody’s business)”라는 말의 진리성이 다시 한번 검증되는 것일까.

게다가 언어적으로 에이지즘은 섹시즘(sexism, 1968년 처음 등장)과 역사가 비슷하다. 1969년 내셔널노화연구원 초대 원장 로버트 버틀러 박사가 만든 말이다. 섹시즘은 심각한 ‘범죄’로 인식되지만 에이지즘은 그렇지 않다. 사회는 연령차별에 대해 구조적으로 무관심하다. 미국에서도 연령차별은 불법이지만 만연됐다. 저자에 따르면 실리콘밸리에서도 나이가 들어 보이는 젊은 엔지니어들이 보톡스를 맞고 머리가 많이 벗겨진 경우에는 머리를 심는다.

저자는 인터뷰와 문헌 분석을 통해 에이지즘 신화를 사실(事實, fact)에 입각해 뒤엎는다. 신화를 폭로하기 위해 애플화이트는 50회 이상 80세 이상 사람들을 심층 인터뷰했고 최신 학술연구를 총망라했다. 그 결과 저자는 ‘늙은이들 때문에 젊은이들이 일자리가 없다’는 것과 같은 주장은 아무런 근거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사실 이 주장은 수많은 경제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사실이 아니다. 또한 저자는 다음과 같은 주요 메시지를 이 책에 담았다. ‘나이가 든다고 사람이 총명하지 않게 되는 것은 아니다.’ ‘노화는 병이 아니다. 늙는다는 것은 기회다.’ ‘사람은 인생의 시작과 끝에서 가장 행복하다.’

저자가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는 “근데 언제 은퇴하실건가요?”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를 수행한 것이다. 집필 과정에서 저자 자신이 연령차별주의·연령주의로부터 해방됐다. 그는 사회가 에이지즘으로부터 해방되기를 바란다. 영문판 부제는 ‘반(反)에이지즘 선언(A Manifesto Against Ageism)’이다. 저자에게 차별철폐의 마지막 프론티어는 에이지즘이다. 그는 이 책으로 말미암아 반에이지즘이 대중운동으로 발전하게 되기를 기대한다.

이 책의 원제인 ‘이 의자는 흔들린다(This Chair Rocks)’는 흔들의자(rocking chair)에서 나왔다. 미국에서는 흔들의자하면, 흔들의자에 앉아 있는 잠깐 눈을 붙이고 있는 할머니·할아버지를 연상하기 때문이다.

역자인 이은진 번역가는 전북대 정외과와 경희대 평화복지대학원(국제 및 공공정책학)에서 공부했다. 그는 『나는 결심하지만 뇌는 비웃는다』 『섹스, 폭탄 그리고 햄버거』 등 다수 사회적 임팩트가 있는 책들을 번역했다.
 
[S BOX] 10살 차 친구 만들면 즐겁다
출판 에디터 출신인 저자에 따르면 에이지즘은 우리 안에 체화(體化)됐다. 체화는 “생각·사상·이론 따위가 몸에 배어서 자기 것이 되거나 또는 그렇게 만들다”를 의미한다. 저자는 여러 에이지즘 극복 방안을 제시한다.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나 자신보다 10살 어린 친구, 10살 많은 친구를 두자’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대다수 사람들이 다른 인종의 친구는 있어도 다른 연령대 친구는 없다. 미국은 ‘친구’의 개념이 우리와는 좀 다르다. 하지만 우리 또한 ‘친구’는 아니더라도 늙거나 젊은 말벗이 필요하다. 그래야 우리는 군산복합체 못지않게 강력하며, 우리에게 ‘안티에이징 제품’이나 보톡스를 팔아보려는 ‘의산복합체(醫産複合體·medical-industrial complex)’의 힘에서 벗어날 수 있다.

김환영 논설위원 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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