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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슴을 적신 책 한 권] 내가 줄쳐 가며 읽었던 책들을 다른 작가들이 읽고 느낀 고백

작가의 책
패멀라 폴 지음
정혜윤 옮김, 문학동네
592쪽, 2만원

책에 대한 책을 즐겨 읽는다. 그 중에서도, 글 쓰는 일을 직업으로 가진 사람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책에 대해 말하는 책을 가장 좋아한다. 재미있기 때문이다. 진짜로 사랑하는 대상에 대해 이야기할 때 사람들은 무척 신이 나는 법이니까. 또 그런 책에는 수많은 책 제목들이 나온다. 순전히 ‘나’를 기준으로 하여 그 책들은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이미 읽은 책, 존재는 알지만 읽지 않은 책,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책.

책 옆에 종이 한 장을 펼쳐 놓고 미처 몰랐던 책들의 제목을 받아 적는 일의 즐거움도 쏠쏠하다. 인터넷 서점의 검색창에 그 제목들을 차례로 입력하고 책 소개 글과 독자 리뷰를 쭉 훑어볼 때의 두근거림은 또 어떤가. 심사숙고 끝에 거기서 몇 권을 골라 주문하고, 도착한 택배 상자를 여는 순간에는 세상을 다 가진 것 같다.

패멀라 폴의 『작가의 책』도 내게 그런 즐거움을 주었던 책이다. 뉴욕타임스가 매주 일요일 발행하는 서평지 ‘뉴욕타임스 북리뷰’의 작가 인터뷰를 추려 묶은 이 책은, 작가 55인이 말하는 ‘내가 좋아하는 책들’에 관한 기록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우리는 모두 다른 사람들이 뭘 읽고 있는지 궁금해 한다”고 말한다. 평소 책을 많이 읽는 이들을 만나면 으레, 요즘 재미있게 읽은 책 있는지 묻는 습관이 있는 나 역시 이 말에 동의한다. 그리고 어쩌면 그 질문이 ‘당신은 요즈음 어떻게 지내나요?’ 라는 질문과 비슷한 뜻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한 사람이 무슨 책을 읽는지 궁금해 하는 것은 결국 그 사람에 대해 궁금해 하는 것이다.

주노 디아스, 존 어빙, 이언 매큐언, 조앤 롤링, 이창래, 제레미 다이아몬드, 마이클 코널리 등등 이 책에 실린 작가들의 면면은 다양하다. ‘나만의 책’에 관한 그 작가들의 고백을 읽고 있으면 막연히 상상하기만 했던 그들의 내면에 대해 조금쯤 더 알게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당신이 정말로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책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받은 주노 디아스가 캐서린 부의 『안나와디의 아이들』이라고 대답한 부분에 나는 빨간 펜으로 줄을 그었다. 내가 몹시 좋아하는 작가가, 내가 몹시 좋아하는 책을 좋아하다니. 그렇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아무 것도 없는데도, 나는 모처럼 찾아온 행운에 기뻐서 어쩔 줄 몰랐다. 책을 덮고 나니, 책상 앞에 앉아 있었을 뿐인데 아주 먼 곳을 돌고 돌아 여기 다시 도착한 기분이 되었다. 여러 모로 어수선하고 정신없는 12월이다. 시끌벅적한 송년회 대신 나만의 방에 가만히 숨어서 멀리 여행을 떠나고픈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정이현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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