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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흙을 읽으면 음식 맛이 보이죠

제3의 식탁
댄 바버 지음
임현경 옮김, 글항아리
672쪽, 2만8000원

요리사가 쓴 음식 책인데 들여다보면 거의 농수축산업 이야기다. “바른 농사와 맛있는 음식은 불가분의 관계”라는 주제가 선명하다.

저자 댄 바버는 2004년부터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농장 겸 레스토랑 ‘블루 힐 앳 스톤 반스’를 운영하는 요리사다. ‘팜 투 테이블(Farm-to-table)’ 요리의 선구자 격인 셈인데, 그의 관심사는 로컬 푸드 운동의 수준을 넘어선다. 현대 사회에서 식자재가 생산되는 방식, 즉 획일화된 대량 생산 체계에 대해 근본적인 혁신을 촉구한다. “자연이 일하도록 내버려두면, 그 어떤 방식으로 생산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마치 르포르타주처럼 이야기를 풀어간다. 최고의 식재료를 생산하는 산지를 직접 찾아다니며 그 비밀을 알아가는 과정을 생동감 있게 묘사했다. 밀가루와 푸아그라·하몬과 참치 등 다양한 사례가 등장하지만, 결론은 하나로 모인다. 자연을 최대한 덜 통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례로 스펠트 밀을 재배하는 농부 클라스의 농장을 찾아가 토양의 중요성을 배웠다. 클라스는 “잡초는 흙의 언어”라고 했다. 어떤 잡초가 무성한지가 흙에 무엇이 필요한지를 나타낸다는 것이다. 별꽃아재비속은 탄소가 부족한 땅에서 자라고, 엉겅퀴는 흙이 너무 빽빽해 공기가 제대로 순환되지 못할 때 자라는 식이다. 그러니 잡초 관리를 농약으로 해봐야 대증요법이 될 뿐이다. 토양이 보내는 신호에 따라 원인 치료를 해야되는 것이다.
농장 운영자, 요리사인 댄 바버. 넷플릭스 ‘셰프의 테이블’ 중 한 장면을 캡처했다. [사진 글항아리]

농장 운영자, 요리사인 댄 바버. 넷플릭스 ‘셰프의 테이블’ 중 한 장면을 캡처했다. [사진 글항아리]

요리사인 저자는 클라스의 농장을 다니며 “토양 관리가 음식 맛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변수”라고 깨닫는다. 그리고 그 교훈에 따라 자신의 농장을 관리해 당도가 무려 16.9브릭스에 달하는 당근을 수확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책에 등장하는 현명한 농부들과 어부들의 처음 목표는 식재료의 맛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들이 살리고 지킨 것은 우리의 생태계였고, 또 우리의 미래가 됐다. “맛은 예언자이자 진실을 말하는 사람이다. 또한 우리의 식품 체계와 식습관을 처음부터 다시 그려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길잡이기도 하다”는 저자의 말이 실감나는 대목이다.
 
[S BOX] 갈비·닭가슴살 즐기는 문화가 생태계 질서 위협
저자 댄 바버는 현대인의 육류 선호 부위인 닭 가슴살과 양 등심, 돼지 갈비 등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살아있는 동물이 거의 사용하지 않는 근육에서 나온 부위라는 것이다. 바버는 “그런 부위는 바로 먹고 싶게 만드는 ‘부드러움’을 갖고 있지만, 활동이 거의 없기 때문에 근간 지방을 발달시키지 못한다. 지방이 없으면 향도 낼 수 없다. 제대로 된 고기는 향이 진하고 풍부하며 질기다”고 했다.

조직이 흐늘흐늘한 부위가 인기를 누리는 것은 사육 업자들의 이해 관계와도 맞아떨어졌다. 가령 돼지에게 운동을 제한하면 고기가 부드러워지는 것은 물론, 칼로리 소비가 적어 사료가 ‘쓸데없는 에너지 낭비’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특정 부위 선호는 생태계 질서도 흔들고 있다. 생산된 닭고기 중 사람이 먹지 않은 부위는 초식동물 소의 사료로 쓰이고 양식장 물고기의 먹이가 됐다. 저자는 ‘맛은 좋지만 질겨서 외면받고 있는 부위’가 재평가받으려면 “요리사의 풍부한 솜씨가 필요하다”고 했다. 요리사의 책임을 지구 환경 차원으로 확장시킨 것이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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