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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경의 남자를 위하여] 산불을 두려워하면 산불이 내게 온다

김형경 소설가

김형경
소설가

“산불 지킴이로 일하다가 산불로 모든 것을 잃은 모씨에게….” 재기할 수 있도록 자동차를 선물했다는 광고가 있었다. 카피를 듣는 순간 마음의 법칙 한 가지가 증명되었구나 싶었다.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가에 따라 삶의 현실과 대상관계가 달라진다는 법칙. 모씨는 산불에 대한 두려움에 촉발되어 산불 지킴이가 되었을 것이고, 일하는 동안에도 산불에 대한 염려뿐이었을 것이다. 산불을 두려워하면 산불이 내게 오고, 배신을 두려워하면 배신이 내게 온다. 정신분석학은 그런 심리 작용을 설명하기 위해 ‘역전이’ 혹은 ‘투사적 동일시’라는 용어를 고안했다.

역전이는 프로이트의 용어로서 정신분석 현장에서 분석가가 피면담자에게 느끼는 감정을 일컫는다. 분석가의 입장에서 볼 때 피면담자는 각각 저마다 다른 감정을 촉발시킨다. 처음에 역전이는 분석가의 내면 갈등과 그 파생물로 이해되어 분석을 방해하는 장애물 취급을 받았다. 이후 연구가 심화되면서 현대에 이르러 역전이는 피면담자의 무의식에 닿을 수 있는 중요한 분석 도구로 인식되고 있다. 분석가는 자신의 역전이를 면밀히 관찰함으로써 피면담자의 사고와 행동의 의미를 이해하고, 언어 뒤편의 무의식을 통찰하게 된다.
투사적 동일시는 멜라니 클라인 학파의 용어로 역전이와 비슷하면서도 미묘한 차이가 있다. 투사적 동일시는 우선 방어의 목적으로 내면 감정을 좋은 부분과 나쁜 부분으로 나누는 분리, 좋은 부분은 자기 것으로 인정하고 나쁜 부분은 바깥으로 내보내는 투사 작용 이후에 이어지는 마음 작용이다. 외부로 옮겨진 감정의 나쁜 부분이 상대방에게 작용해 감정이나 행동을 촉발시키는 현상을 투사적 동일시라 한다. 투사적 동일시 현상에서 경험되는 감정은 당사자가 회피한 불편하고 불쾌한 감정들이다.

역전이, 투사적 동일시는 분석 현장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작용하고 있다. 세밀히 느끼든 그렇지 않든 간에 우리는 타인을 대할 때 태도나 반응이 각각 다르게 마련이다. 알게 모르게 상대방의 무의식에 반응하며, 그의 부모가 그를 양육한 방식을 참고한다는 뜻이다. 역전이나 투사적 동일시를 이해하면 무의식을 보살펴야 하는 이유가 명확해진다. 마음속에 분노가 가득하면 이유 없이 화내는 사람과 자주 마주치고, 내면에 시기심이 많으면 성취를 폄훼하려는 타인의 언행을 만나게 된다. 그런 점에서 “온 마음을 다하면 우주가 도와준다” “내가 변하면 세상이 변한다”는, 일견 허망해 보이는 명제는 결과적으로 참인 셈이다.

김형경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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