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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철새주의’ 문자, 일본 전면 방역…AI 초기 대응 달랐다

농협은 14일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조류인플루엔자(AI) 차단 방역을 위해 광역살포기를 동원, 경기도 이천 성호저수지에서 방역 활동을 벌였다. 광역살포기는 약품 분사 거리가 길어 방역 효율성이 높다. 농협은 총 605대의 소독차량과 무인헬기 등을 동원해 매주 수요일 전국 양축농가에 대한 일제 소독을 하고 있다. [뉴시스]

농협은 14일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조류인플루엔자(AI) 차단 방역을 위해 광역살포기를 동원, 경기도 이천 성호저수지에서 방역 활동을 벌였다. 광역살포기는 약품 분사 거리가 길어 방역 효율성이 높다. 농협은 총 605대의 소독차량과 무인헬기 등을 동원해 매주 수요일 전국 양축농가에 대한 일제 소독을 하고 있다. [뉴시스]

284개 농가 1444만9000마리. 14일 농림축산식품부가 집계한 조류인플루엔자(AI)로 살처분(예정 포함)된 닭과 오리, 메추리 수다. 지난달 16일 전남 해남군과 충북 음성군 농가에서 첫 AI 의심 신고가 나온 지 한 달 만의 피해 규모다. 한국에 AI 바이러스가 처음으로 상륙한 2003년 이후 최대 피해다.

역대 최악 1445만 마리 살처분돼도
정부, 한 달 넘게 위기경보 안 높여
지자체 재정·인력 부족 이유 늑장
농가는 보상금 적다며 신고 꺼려
“앞으로 1~2주 양계산업 운명 달려”
“매몰 후 현장·인력 관리 강화해야”

중앙정부는 AI를 막아낼 지지대가 되지 못했다. 여러 차례 골든타임을 놓쳤다. 10월 28일 충남 천안시 봉강천변 철새 분변에서 AI 바이러스가 처음 검출되자 농식품부는 시 단위로만 방역대를 설정하고 ‘철새 주의’ 문자를 인근 농가에 보내는 데 그쳤다. 지난달 21일 일본 돗토리(鳥取)현 철새 분변에서 AI 바이러스가 처음 나왔을 때 일본 정부가 즉시 AI 위기경보 단계를 최고 수준인 ‘3등급’으로 올리고 전면적 방역을 시작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현재 일본에선 AI의 광범위한 확산은 나타나지 않는다. 지난달 양계장 2곳에서 AI가 검출된 니가타(新潟)현만 해도 55만 마리를 살처분한 뒤 농장 간 전파는 보고되지 않았다.

반면 농식품부는 15일 가축방역심의회의를 열어 AI 위기경보를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하는 것을 검토한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12일부터 AI 상황 일일 점검에 나섰지만 뒤늦은 대응이란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살처분·매몰·방역 비용 지자체 부담 확대 ▶철새 AI 전파 예찰 소홀 ▶밀집 사육 관련 제도 개편 부족 등의 문제점을 노출했다. 지방자치단체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재정·인력 부족을 이유로 제대로 현장 방역이 이뤄지지 않았다. 최근 국민안전처 감찰에서 방역대책본부를 설치하지 않고 서류로만 표시하는 등 지자체 방역 규정 위반 사례가 20건 적발되기도 했다.
희박해진 농가의 신고·방역 의식도 사태를 키웠다. 지난달 세종시의 한 농가가 의심 신고 하루 전날 닭과 달걀을 대량 출하했다가 농식품부에 적발됐다. 농가가 사전에 방역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20%에서 최대 100%까지 보상금이 깎인다. 이를 우려한 농가가 발생 사실을 숨기거나 신고를 미루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농가에서 사료 공급, 가금류 판매를 이유로 차량·사람 이동 제한 규정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는 일도 잇따르고 있다.

서상희 충남대 수의과대 교수는 “중앙정부·지방정부·농가 간 유기적 협력이 이뤄지지 않으면 사태는 최악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방역이 안 되면 철새가 떠나고 바이러스 활동성이 떨어지는 내년 3~4월까지 AI는 창궐할 가능성이 크다. 이 기간에 추가 살처분이 계속된다면 국내 양계산업의 기반은 재기가 어려울 만큼 위태로워질 수 있다. 이미 국내 산란종계(번식용 닭) 가운데 3분의 1 이상이 살처분됐다. ‘달걀 대란, 닭고기 대란’ 장기화가 예상된다.
김재홍 서울대 수의과대학장은 “앞으로 1~2주가 한국 양계산업의 사활을 가를 시점이 될 것”이라며 “상시 발생국으로 지정되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며 “전면적이고 대대적인 살처분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에 한국에서 번지는 AI 바이러스는 고병원성 H5N6형으로 중국에서 인체 감염과 사망 사례가 나왔다. 확산세를 막지 못하면 지난해 메르스 사태 때처럼 경제 전반에 타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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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인필 충북대 수의학과 교수는 “지금은 동일 지역 내에서 AI가 빠르게 전파되고 있는데 살처분에 참여한 인력·차량이 추가 확산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며 “살처분 규모가 급증한 만큼 매몰 후 현장·인력 사후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짚었다.

당장 급한 불을 끄는 일만큼 재발 방지 대책도 중요하다. 최농훈 건국대 수의학과 교수는 “그동안 한국 양계 정책은 인공적이고 밀집된 환경에서 대량의 닭과 달걀을 싼값에 공급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AI를 비롯한 가축 감염병이 해마다 강도를 더해 가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유럽·일본 선진국은 자국 내에선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아지더라도 자연 친화적으로 닭·오리·달걀을 생산하고 저가 수요는 외국산으로 대체하는 이원화 정책을 펴고 있다”며 “축산업은 물론 국민 보건을 생각해서라도 정책 방향 전환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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