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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혁 “음악해설, 관객과 함께 수수께끼 풀어가는 것”

다음과 같은 피아니스트는 무엇을 잘하게 될까. 어린 시절 악기를 뜯고 또 조립하던 피아니스트. 숫자 외우는 데 소질이 없어서 작품의 작곡 연도 같은 세세한 정보를 잊어버리는 피아니스트. 연습하다 말고 샹송·팝송, 영화음악 같은 음악들을 재미로 연주해보면서 노는 걸 즐거워하던 피아니스트.
피아니스트 조재혁(45·사진)의 경우를 보면 정답은 ‘음악 해설’이다. 그는 호기심이 많았다. 피아노 소리의 원리가 궁금해 악기를 뜯어보곤 했다. 피아노뿐 아니라 많은 가전제품을 분해했다. 때문에 청중의 호기심도 잘 이해한다. 음악에 대해 설명할 때 작곡 배경, 예술 사조 같은 이야기를 하는 대신 소리 자체에 대한 사람들의 원초적인 질문들에 답해주기 위해 노력한다. 또 숫자를 못 외우기 때문에 딱딱한 음악 역사 이야기를 할 수가 없다. 대신 클래식과 연관된 대중 음악을 피아노로 즉석에서 연주하면서 구슬 꿰듯 음악 강의를 풀어나간다.

조재혁은 최근 해설 잘하는 피아니스트로 인기다. 1년에 60여 회 무대에 오르고 그 중 절반 이상이 해설하는 음악회다. “해설 음악회의 비중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시작은 KBS 클래식FM(93.1Mhz)에서 했다. 2011년 ‘장일범의 가정음악’에 매주 수요일 출연해 음악 작품들을 라이브로 연주하며 설명했고 이달 7일 250회를 맞았다.

해설 방식은 종횡무진이다. 드뷔시 음악이 왜 모호한 느낌을 주는지 살펴보다 같은 조성의 만화영화 ‘심슨’, 영화 ‘E.T.’의 주제 선율을 피아노로 들려주는 식이다.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를 설명할 때는 “토끼가 살고 있었는데 집 밖으로 여행을 떠났다가…”하는 식으로 주제 선율의 스토리를 설명해준다. ‘제시부’ ‘발전부’ ‘재현부’ 같은 음악 용어를 청중이 좋아할 만한 스토리로 바꾸는 것이다. 엔지니어가 많은 회사의 직원들에게 음악 강의를 할 때는 음의 원리를 숫자와 관련지어 설명하고 그 예를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곧바로 연주해 들려준다.

내년 1월부터는 서울 예술의전당의 간판 해설음악회인 11시콘서트 진행을 맡는다. 기획·해설·진행을 모두 담당한다. 주로 오케스트라 작품을 연주하고 설명하는 무대인데, 한쪽에 피아노를 가져다 놓고 해설하면서 음악회를 이끌어갈 예정이다. “피아니스트는 단지 피아노를 치는 사람이 아니라 악보를 보면서 작곡가가 왜 이렇게 썼을까 고민하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관객과 함께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기분으로 해설 음악회를 진행하고 싶다”고 했다.

조재혁은 어려서부터 교회에서 반주를 했고 미국 유학 시절에는 뉴저지의 올드퍼스트 교회에서 11년 동안 음악 감독을 맡았다. 예배 음악을 미리 큐레이션 하고 예배 시간에는 오르간으로 즉흥 연주도 했다. 그 덕에 머릿속에 있는 음악을 피아노로 즉석에서 연주하고, 사람들이 듣고 싶어하는 음악을 골라내는 실력이 늘었다. 조재혁은 “요새 해설 음악회를 많이 하게 되니 예전 경험 중 쓸데없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교회 경험뿐 아니라 악기를 가지고 재미있게 놀았던 경험까지도 잘 쓰고 있다”고 말했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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