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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창고] 스타워즈부터 해리포터까지…전설의 영화음악이 있는 자리 ‘존 윌리엄스 스페셜’

영화 ‘죠스’ 테마를 피아노로 쳐보면 신기하다. 미, 파, 미, 파, 그다음엔 조금 빨리 미, 파, 미, 파. 반음 차이의 단 두 음이 만나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작곡가 존 윌리엄스는 “잔혹하고 본능적인 공격, 멈출 수 없는 힘을 느끼도록 만든 주제음악”이라고 설명했다. 깊고 깜깜한 물속, 도대체 어디에 있는지 눈에 보이지 않아 더 두려운 존재에 대한 극한의 공포를 표현하는 데 윌리엄스에게는 음표 두 개만 있으면 됐다.

이런 윌리엄스의 효과는 우연히 나온 게 아니다. 음악에서 반음계는 모호한 기분을 주기 위해 쓰이는 수법 중 하나다. 온음이 아니라 반음 차이 나는 음은 원래 어울리는 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함께 울리면 안 되는 불협의 관계이기 때문에 음산하고 비뚤어져있다. 오페라에서도 악인이 등장할 때, 또 불편한 기분을 줘야 할 때 반음계가 쓰이곤 했다.

그 다음엔 반복이라는 기법을 보자. ‘죠스’에서는 두 음이 계속 반복된다. 그것도 아주 낮은 음으로 말이다. 그 위에서 다른 멜로디들이 펼쳐진다. 그래도 이 두 개의 음은 끝나지 않는다. 서양음악엔 ‘오스티나토’라는 게 있다. 다른 성부가 멜로디나 리듬을 바꿔가며 노래할 때도 한 성부에서는 일정한 음형을 계속 반복하는 것이다. 특히 낮은 성부에서 자주 쓰였는데 곡 전체의 화성과 리듬을 확정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니 ‘죠스’의 테마가 우리의 공포심을 끄집어낸 비법 아래에는 서양음악의 간단치 않은 전통이 단단히 받치고 있다. 언제나 그렇지만 단순해 보이는 성공은 보이는 것만큼 쉽게 나온 게 아니다.

윌리엄스의 수법은 언제나 간단해 보인다. ‘스타워즈’ ‘E.T.’ ‘나 홀로 집에’ ‘슈퍼맨’을 들어보면 대중적인 윌리엄스 스타일을 금방 알아챌 수 있다. 하지만 그 바탕에는 오래된, 또 단순하지 않은 서양음악의 전통이 있다. 서양음악이 수천년 동안 하고 있는 실험은 결국 몇 개의 음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가장 효율적 방법에 관한 것이다. 윌리엄스는 그 수천년의 결론을 교묘하고 영리하게 이용한다. 윌리엄스가 60여년 동안 영화음악의 일인자로 군림하고 아카데미상 5회, 골든글로브 4회, 그래미를 22회 수상한 것은 따라서 우연이 아니다.

또 하나의 예는 영화 ‘인디아나 존스’다. 시리즈 중 1981년작 ‘레이더스’에서 윌리엄스는 성궤(聖櫃), 여자 주인공인 마리온, 나치에 맞는 테마를 따로 만들었다. 이들이 등장할 때마다 맞춤형 테마가 등장한다. 윌리엄스가 ‘스타워즈’에서도 썼던 방식은 동일하다.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가 서양음악사에 남긴 큰 변화 중 하나가 바로 ‘라이트모티브(Leitmotif)’다. 오페라 등장인물마다 선율을 다르게 붙여주는 방식이다. 윌리엄스는 라이트모티브를 영화로 끌어들였다. 바그너가 19세기 청중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재능이 있었다면 윌리엄스는 그 전통을 이용해서 20·21세기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윌리엄스의 음악을 보면 서양음악에서 전통과 대중음악을 구분하는 것이 무색해진다. 윌리엄스는 클래식 피아니스트로 시작했다. 줄리아드 음악원에서 로지나 레빈에게 배웠다. 레빈은 피아니스트 반 클라이번, 백건우 등의 스승이다. 그는 이렇게 서양 고전음악의 전통을 흡수했다. 그 후 스티븐 스필버그, 조지 루카스라는 흥행 감독과의 만남, 영화 산업의 부흥기와 더불어 윌리엄스는 영화 산업계의 독보적인 존재로 자리했다.

23일 서울에서 열리는 ‘존 윌리엄스 스페셜’은 윌리엄스의 영향력을 확인해볼 수 있는 자리다. ‘쥬라기 공원’ ‘인디아나 존스’ ‘스타워즈’ ‘쉰들러 리스트’ ‘라이언 일병 구하기’ ‘나 홀로 집에’ ‘해리포터’ 등에 나왔던 음악이 서울시립교향악단(지휘 이병욱)의 연주로 무대에서 공연된다. 예술의전당이 서울시향과 함께 마련한 크리스마스 공연이다. 거의 대부분 적어도 한 곡 이상에는 떠오르는 기억이 있을 것이다. 즉, 윌리엄스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우리 중에 거의 없다.

저작권 문제로 음악을 영상과 함께 들을 수 없는 점은 아쉽다. 공연을 주최하는 예술의전당은 영화 대신 ‘영화를 연상케 하는 영상’을 별도로 만들어 틀기로 했다. ‘쥬라기 공원’ 음악을 연주할 때 무대 위 스크린에 공룡 실루엣을 상영하는 식이다. 음악만으로도 옛 기억의 한 지점에 도달할 수 있는 능력이 있지만 영상이 있다면 그 일이 더 쉬울 것이다. 시각과 청각이 모두 불러내는 추억을 경험할 수 있도록 영상과 함께 존 윌리엄스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공연이 언젠가 다시 나오기를 기대한다. 또 블록버스터 영화뿐 아니라 ‘지붕 위의 바이올린’ ‘사브리나’ ‘게이샤의 추억’ 등에 나온 윌리엄스식의 ‘장대한 낭만주의’ 음악도 따로 모아 들을 수 있는 무대가 생긴다면 좋을 것이다. 이번 공연은 23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입장권은 2만·3만·5만·7만원.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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