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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공정·신속하게 심판”…주심엔 여야 함께 추천한 강일원

권성동 소추위원(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9일 가결된 탄핵소추의결서 정본을 접수하면서 헌재의 본격적인 탄핵심판 절차가 시작됐다. 헌재는 이날 박한철 소장 주재로 첫 재판관회의를 열고 주심으로 강일원(57·사법연수원 14기) 재판관을 선정했다. 헌재는 인편으로 청와대에 의결서 등본을 송달했다. 답변서 제출 시한을 16일로 정했다. 7일 내에 박근혜 대통령 측이 소추의결서에 대한 반박 의견을 내야 한다는 의미다. 2004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때는 답변서 제출 시간이 11일 뒤였다는 것에 비춰볼 때 신속한 진행을 하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헌재 관계자는 “재판관들은 이번 탄핵심판 사건은 우리 헌법의 수호와 유지를 위해 매우 중대한 사안으로서 재판을 공정하고 신속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탄핵심판 사건 법률 대리인으로 채명성(38·사법연수원 36기) 변호사를 선임했다. 부산 출신으로 법무법인 화우에서 근무한 채 변호사는 지난해부터 대한변호사협회에서 법제이사로 활동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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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재판관이 주심이 된 것은 전자배당의 결과라고 헌재는 설명했다. 강 재판관은 9명의 재판관 중 유일하게 여야 합의로 추천·임명된 인사다. 따라서 심판 진행에 더욱 속도가 붙을 가능성도 있다. 강 재판관은 정치적 사안이나 소수자 인권 문제가 걸린 사안에서 중도·진보적 의견을 내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다른 사건과 달리 주심의 역할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고위 법관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일반적 사건에서는 주심이 사건 진행 속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탄핵처럼 중대한 사건에선 절차 하나 하나를 재판관 협의로 결정하게 된다”고 말했다.

탄핵심판은 재판관 9명 중 7명 이상이 자리를 지켜야 심리와 결정을 할 수 있고 이 중 6명 이상이 탄핵에 찬성하면 대통령은 파면된다. 법률이 헌재에 허락한 심리 기간은 180일이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부터 헌법재판소의 기각 결정까지는 63일이 걸렸다. “밤을 새워서 하면 한두 달 안에 해낼 수도 있다”(김종대 전 헌법재판관)는 의견도 있지만 이번 탄핵심판 절차는 2004년에 비해 길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전 헌법재판관은 “노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에는 주된 사유가 공개적으로 드러난 발언이어서 사실인정 과정에서 별다른 다툼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 탄핵은 핵심 관련자들이 갓 기소된 상태에서 이뤄져 형사재판 1심 때만큼이나 사실인정을 둘러싼 공방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의 주된 탄핵사유는 2004년 17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공개 석상에서 한 발언들이 부정한 선거개입이라는 내용이었다. 최도술 청와대 총무비서관 등 측근들의 비리 혐의도 탄핵사유에 포함됐지만 개별적으로 검찰 수사가 마무리돼 재판이 상당히 진행된 뒤였다. 반면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담긴 5개 항목의 헌법 위배 행위와 4개 항목의 법률 위반 행위 중에는 진위 규명이 미완인 것이 많다. 특히 검찰이 거의 손을 대지 못한 ‘세월호 7시간 의혹’까지 사유에 포함되면서 심리가 길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탄핵심판은 서면심리만으로 끝나는 게 일반적인 헌법소원심판이나 위헌법률심판과는 달리 공개 구두변론이 원칙이다. 일반 형사재판과 마찬가지로 법정에서 증거조사와 증인신문을 마쳐야 한다는 의미다. 노 전 대통령 탄핵 심리 과정에는 29명의 증인이 신청돼 그중 최 전 비서관과 안희정 충남지사, 여택수 전 청와대 행정관, 신동인 전 롯데쇼핑 사장 등 4명에 대해 증인신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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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번에는 탄핵사유가 많고 관련자도 50명이 넘어 조사해야 할 서면 증거와 신문해야 할 증인의 수도 늘어날 수밖에 없 다. 박 대통령이 다른 관련자들의 검찰 신문조서를 탄핵심판의 증거로 채택하는 데 동의하지 않으면 원래 진술한 모든 사람을 헌재로 불러내 진술의 진정성 등을 일일이 확인해야 될 수도 있다. 대한변호사협회(회장 하창우)는 이날 성명을 내고 “헌재는 박 소장 임기가 만료되는 내년 1월 말 이전에 조속히 탄핵안을 심판해 국정 안정화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장혁 기자·변호사 im.j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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