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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칼럼] 시간을 사세요

오유정 중앙대 간호학과 1학년

오유정
중앙대 간호학과 1학년

계절학기 6학점을 수강하려면 54만원이 필요했다. 교통비·식비 등 평소 생활비는 별도다. 내 시간을 팔아 마련해야 했다. 동네학원에서 보조강사를 하며 한 시간을 8000원에 팔았다. 과외는 시간당 2만원 정도였다. 수업 듣고 통학하고 복습, 과제도 해야 해 팔 시간이 부족했다. 친구 만나고 밥 먹고 잠자는 시간까지 조금씩 줄여 팔았다. 그래도 가격은 괜찮은 편이었다. 지난해 겨울에는 내 시간을 사겠다는 사람이 없어 편의점에 시간당 5000원 떨이로 세일했다. 돈 쓸 곳은 갈수록 많아지는데 부모님의 시간 값도 예전만 못하니 다른 도리가 없다.

지난 7월 서울시는 1년 이상 관내에 살고 있는 만 19~29세 청년 가운데 중위소득 60% 이하인 미취업자 3000명에게 월 50만원씩 6개월까지 지급하는 ‘청년 수당’ 정책을 시작했다. 청년이 증빙서류와 활동계획서를 제출해 선발되면 취업과 관련된 일에 돈을 사용하고 활동보고서 및 영수증을 제출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곧바로 정부의 반대에 가로막혀 현재 시행되지는 못하고 있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성남시는 이에 앞서 청년들에게 상품권을 주는 비슷한 정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지자체가 생각하는 것보다 청년들의 소비 형태는 다양하다. 상품권의 쓸모는 아무래도 현금보다 덜하다. 성남시가 지급했던 상품권이 재판매된 것도 비슷한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청년들이 가고자 하는 길은 다양하다. 그에 따라 돈을 쓰는 방식과 쓰임새도 제각각이다. 이 모든 것을 파악해 업체를 선정하고 감시하는 데 예산을 쓰느니 청년 한 명이라도 더 지원하는 게 낫다.

많은 대학생이 돈 때문에 학업에 지장을 받는다. 대학생들이 익명으로 글을 올리는 ‘대나무숲’ 페이지의 단골 주제는 국가장학금이다. 이걸 받으려는 편법도 적지 않다. 내 주변에도 장사 잘되는 부모님의 약국을 독신인 지인 명의로 돌리고, 고모의 자녀들이 취업하자 집 명의를 고모로 바꾸고 지원을 받은 사례가 있다. 그래도 내가 이 정책을 반대할 수 없는 건 정말 어려운 친구들이 이 덕분에 대학을 마쳤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어머니, 초등학생 동생과 사는 친구가 파스타 가게 알바로 시간당 6000원을 벌어서는 대학 4년을 버틸 수 없었다. 이제 그녀는 곧 취업을 하고 세금을 내 국가를 뒷받침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많은 청년은 시간을 팔아 돈을 번다. 청년의 시간은 얼마인가? 청년의 시간은 청년 자신에게도 6000원인가? 돈이 없는 청년은 자신의 시간을 소유할 권리가 없는가? 선발 과정의 공정성을 더 높여야겠지만 서울시 청년수당은 좋은 정책이다. 이를 본보기 삼아 다른 지자체들도 청년들이 시간의 주인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오 유 정
중앙대 간호학과 1학년

◆대학생 칼럼 보낼 곳=페이스북 페이지 ‘나도 칼럼니스트’(www.facebook.com/icolumnist) e메일 opinionpag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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