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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금자리론 대출 요건 대폭 강화…서울 아파트 중 절반은 해당 안돼

내년부터 보금자리론 대출 문턱이 크게 높아진다. 부부 합산 연소득이 7000만원을 넘으면 보금자리론을 받을 수 없다. 일반국민 대상의 범용 상품이던 보금자리론이 중산층 이하의 실수요자를 위한 주택금융 상품으로 탈바꿈한다.

정부는 8일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제4차 경제현안점검회의를 열고 이러한 내용의 ‘정책모기지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은 정책모기지 중에서도 금리인상기에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주택금융공사의 보금자리론에 초점을 맞췄다. 보금자리론은 올 1~11월 14조9000억원 어치나 팔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증가액(52조2000억원)의 28.5%를 차지했다. 정부가 한도 소진을 우려해 지난 10월 19일 일시적으로 대출 요건을 급격히 조이는 조치를 취했을 정도였다(연말까지 연소득 6000만원, 주택가격 3억원).

이번 개편안에서 눈에 띄는 건 보금자리론에 소득요건을 신설한 점이다. 기존엔 소득 제한을 두지 않았기 때문에 고소득 자산가층도 이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내년 1월 1일부터는 부부 합산 연소득이 7000만원(세전) 이하여야 받을 수 있다. 주택가격 상한은 9억원에서 6억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대출 한도 역시 5억원에서 3억원으로 줄어든다.

도규상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은 “한정된 재원으로 중산층·서민을 집중 지원하기 위해 소득 요건을 도입했다”며 “연소득 7000만원 이하이면 전체 가구의 80% 정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도 “소득이 많은 고가 주택 구입자는 일반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여력이 있다고 보고 중산층 이하에 재원을 집중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무주택 서민을 대상으로 하는 디딤돌대출은 소득 요건(연 6000만원)은 그대로 두고 주택가격 기준만 6억원에서 5억원으로 낮추기로 했다. 정부는 지난해 거래된 서울 지역 아파트 중 매매가 5억원 이하가 차지하는 비중이 54.7%라는 통계를 근거로 삼았다. 하지만 올 들어 아파트값 상승으로 5억원 이하인 서울 지역 아파트 비중은 절반에 못 미친다(한국감정원). 애초 금융위는 디딤돌대출 요건도 좀더 까다롭게 바꾸려고 했지만 관할 부처인 국토교통부의 반대로 미세조정에 그쳤다.

소득 제한 없이 공급되는 적격대출(은행이 대출하면 주택금융공사가 이를 모아 유동화하는 대출)은기존 틀을 유지한다. 보금자리론을 이용할 수 없어 적격대출로 넘어오는 수요를 감안해 공급 규모를 올해보다 3조원 늘려잡았다.

보금자리론 개편의 필요성에 대해선 전문가들도 공감하는 편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책모기지는 재원이 한정돼있기 때문에 요건을 강화하는 건 맞다”며 “다만 5~6개월의 충분한 예고기간은 둬야 하는데 급작스럽게 시행하면 보금자리론을 받으려 준비했던 소비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날 보금자리론 개편 소식이 전해지자 부동산 관련 인터넷 카페엔 “소득 제한 때문에 흙수저 맞벌이는 집도 못 사겠다”, “이제 와서 요건을 바꾸면 이미 분양 받고 잔금대출을 받아야 하는 맞벌이는 어떻게 하느냐”는 불만글이 이어졌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금리 인상기엔 장기 고정금리인 보금자리론 수요가 늘 수밖에 없다"며 "정부 정책이 이해가 가는 측면이 있지만 이를 받지 못해 불만인 소비자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서울의 아파트 중위가격(5억9674만원)은 이미 보금자리론 기준인 6억원에 근접했다. 한강 이남의 11개구는 아파트 중위가격이 7억3952만원에 달한다. 서울, 특히 한강 이남 지역에선 실수요자라 해도 보금자리론을 받기 어려워진다는 뜻이다.

정부는 기존 보금자리론 이용 고객 중 주택가격 6억원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이 1.9%에 불과해 영향이 크진 않을 거란 입장이다. 주택가격 9억원까지 대상으로 하는 일반 적격대출로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도규상 국장은 “적격대출까지 포함하면 정책모기지 공급목표가 올해보다 늘어난다(42조1000억→43조6000억원)”며 “서민·중산층 실수요자가 좀더 안정적으로 저렴한 주택금융을 이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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