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서민 위해 매달 무료 클래식콘서트

현악기 제조 마에스트로 구자홍
구자홍 대표는 “장애인·저소득층이 다 함께 즐기는 클래식 문화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프리랜서 김성태]

구자홍 대표는 “장애인·저소득층이 다 함께 즐기는 클래식 문화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프리랜서 김성태]

“예술이 상류층 전유물이어선 안 됩니다.”

현악기 제작의 마에스트로(maestro·장인) 구자홍 비노클래식 대표의 말이다. 구 대표는 2010년부터 무료로 ‘클래식 콘서트’를 열고 있다. 신진 예술가들에겐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주고 비싼 클래식 공연을 접하기 힘든 서민들에겐 훌륭한 경험을 준다. 매달 해온 콘서트는 벌써 55회를 맞았다.

구 대표는 500㎡ 남짓한 그의 작업장을 세 공간으로 나눴다. 한쪽은 4명의 제자와 현악기를 만드는 공간. 학생들의 악기 제작 체험 장소로도 쓰인다. 또 한쪽에는 바이올린·비올라·첼로 등 그동안 만든 현악기가 전시돼 있다. 마지막 공간은 70여 객석이 놓인 소공연장이다. 지난 6년간 80여 명의 연주자, 2000명이 넘는 관객이 다녀갔다.

“보통 공연장엔 8세 미만은 들어갈 수 없어요. 하지만 예술적 감수성이 꽃피는 시기는 유년기 때부터거든요. 비노클래식에선 젖먹이부터 80대 노인까지 연주자와 하나 되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구 대표는 “내년엔 뜻있는 지역 예술가들을 모아 ‘징검다리’ 오케스트라를 창단할 계획”이라며 “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무상교육하는 사회공헌 음악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콘서트와 함께 구 대표가 관심을 기울이는 일은 현악기 제조법 교육이다. 그의 작업장엔 2011년부터 100여 개 학교 3000여 명의 학생이 다녀갔다. 직접 와서 바이올린 등 악기 만드는 체험을 하고 조그만 연주회를 연다. 일부 저소득층 아이들에겐 무상으로 악기를 지원한다. 그중 재능이 있는 아이들에겐 체계적인 음악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원래 구 대표는 비올라 연주자였다. 그는 5세 때 왼손에 3도 화상을 입었다. 그 때문에 지금도 왼팔이 5㎝ 정도 짧다. 유년 시절 불편한 왼손에도 불구하고 연주자의 꿈을 키웠다. 대학에서도 비올라를 전공했지만 막상 오케스트라단에서 그를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 그는 “직접 현을 눌러야 하는 왼손이 불편하다 보니 제약이 많았다”고 말했다.

1996년 홀연히 배낭여행을 떠났다. 마지막에 들른 곳은 스트라디바리우스(Stradivarius) 바이올린을 만든 스트라디바리(1644~1737)의 고향인 이탈리아 크레모나 . 이곳에서 그는 우연히 네 손가락으로 현악기를 만드는 한 장인을 만났다. 그 역시 청년 시절 화상을 입어 6개의 손가락을 모두 잃었다고 했다. “20년간 꿈꿔왔던 연주자의 꿈을 포기하고 간 여행이었죠. 그런데 네 손가락 장인을 만나며 새로운 꿈이 열렸어요.”

구 대표는 이듬해 크레모나 국립 현악기 제작학교에 입학했다. 5년간 피나는 노력 끝에 우수한 성적으로 학교를 졸업했다. 다시 2년간 실습 위주의 상급학교 과정인 ‘스콜라 ’에 진학해 마에스트로 자격을 얻었다. 2004년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비노클래식을 세우고 현악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처음엔 경영이 어려웠지만 차츰 입소문이 나면서 해외에서도 인정받기 시작했다. 현재는 현악기의 본고장인 이탈리아와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 외국에서도 주문이 많다.

“한국 사람들이 손재주가 좋잖아요. 서양의 악기라는 편견만 갖지 않는다면 한국에서도 스트라디바리 같은 명장이 나올 겁니다.” 후학 양성에도 신경을 쓰고 있는 그는 내년부터는 장애인들의 자립을 돕기 위한 현악기 제작 교실을 열 생각이다. 구 대표는 “하체 부자유 장애인들이 악기 만드는 기술을 배워 사회에 나갈 수 있도록 지역 장애인협회와 교육 프로그램 개발을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윤석만 기자 sam@joongang.co.kr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