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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꿈속에서

꿈속에서
- 서정춘(1941~ )

시인 정지용은 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로 말을 달리고 남루도 추울 것도 없는 마흔 몇 살 홀아비는 말구루마를 끌고 구례 장날을 돌아와선 오두막에 딸린 마구간을 들 때면 나는 조랑말의 차디찬 말방울소리에 귀가 시려 잠 못 이룬 겨울밤이 있었다



마부였던 “마흔 몇 살” 아버지가 늙은 시인의 꿈속에 나타났다. 세월이 흘러도 아버지는 늙지 않고 시린 말방울 소리 자욱하게 아들의 꿈속으로 온다. 워낙 가진 것이 없어 “남루도 추울 것도 없는” 아버지는 시인 아들을 둔 덕에 21세기의 독자들을 갖게 되었다. 시는 기억을 통해, 잊힌 서사(敍事)를 현재로 호출한다. 그가 걸었던 구례 장날과 하동 섬진강 가에 지금도 눈 내리고, 매화 그늘 그윽하다.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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