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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 3명 중 1명, 연봉 재계약일이 사표 쓰는 날

한 지방자치단체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 강모씨는 매년 한 번씩 근로 계약서를 새로 쓴다. 월급 147만원, 1년에 2번 나오는 명절 휴가비 50만원은 해가 바뀌어도 변화가 없다. 성과급이나 연봉 인상은 정규직에나 해당하는 먼 나라 얘기다. 강씨는 “직장을 찾기도 힘든 시기에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큰 위안이 될 수 있겠지만 계약서에 다시 사인을 할 때마다 참 비참하다”고 말했다.
평생 직장은 이제 옛말이다. 한국 근로자 절반 이상은 한 직장에서 3년을 넘기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7일 발표한 ‘일자리 행정통계 결과’다. 통계청은 지난해 기준 국내 근로자 2319만5000명을 근속 연수별로 구분했다. 가장 많은 28.2%(653만6000명)가 근속 기간이 1년 이상 3년 미만이었다. 근속 연수 1년 미만도 28.1%(650만9000명)나 됐다. 둘을 합쳐 근속 연수가 3년이 채 안 되는 사람이 전체의 56.3%에 달했다. 3년 미만 근속자 비율은 2014년(53.5%)보다 2.8%포인트 늘었다.

비정규직 확산, 도소매·음식업 등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한 잦은 휴·폐업, 신입 직원의 조기 퇴직 등 이유는 여러 가지다. 은희훈 통계청 행정통계과장은 “근속 기간이 3년 이내인 경우가 예상보다 많았다”며 “주로 20~30대에서 많았는데 안정된 일자리를 찾기 전에 직장을 여러 번 옮긴 걸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최경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인적자원연구개발부장은 “2년 이상 근로가 어려운 비정규직이 증가하고 있고, 장기 근속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층이 단기 계약직으로 주로 취업하는 현상이 심해졌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근속 연수 5년 이상 10년 미만은 13.9%, 10년 이상 20년 미만은 12%, 3년 이상 5년 미만은 11.5% 였다. 한 직장에서 꾸준히 20년 이상 일한 사람은 6.4%에 불과했다. 일자리의 질이 그만큼 낮아졌다는 의미다.

지난해 순수하게 늘어난 일자리 수(신규 일자리-소멸 일자리)는 48만6000개다. 연령대별로 늘어나고 줄어든 근로자 수를 따져봤더니 30대(-2만5000명)에서 감소 폭이 가장 컸다. 15~19세(-8000명) 근로자도 줄었다. 은희훈 과장은 “30대 인구가 대폭 줄었는데 그 영향으로 30대 일자리가 줄어든 걸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인구 감소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전 연령대 가운데 30대의 구직난이 유난히 심각하다는 의미도 된다.
지난해 늘어난 일자리 절반은 60세 이상(22만1000명)에 집중됐다. 50대(19만6000명)도 많았다. 50대와 60대 이상이 신규 고용 시장의 주류가 됐다. 저출산 고령화로 중장년층 인구 비중 자체가 증가한 데다 생활비 등 이유로 은퇴하지 못하고 재취업하는 ‘반퇴 세대’가 늘었기 때문이다. 이어 40대(6만4000명), 20대(3만8000명) 순으로 근로자가 증가했다.
 
사회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인 근로자도 적지 않았다. 올해 4월 현재 국민연금 가입비율은 70.2%, 건강보험은 73.6%, 고용보험은 71.1%다. 1년 전에 비해 각각 1.5%포인트, 1.6%포인트, 2.0%포인트 증가했지만 미가입자가 여전히 30% 가량을 차지했다.
 
한편 결혼이나 출산, 육아를 이유로 퇴직했다 다시 직장을 잡지 못한 여성은 올 4월 기준 190만600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때(205만3000명)와 견줘 14만7000명 줄었다. 전체 15~54세 여성 가운데 경력 단절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 역시 1년 사이 21.8%에서 20.6%로 줄었다. 심원보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맞벌이 선호 현상, 과거와 비해 개선된 육아 휴직제 영향으로 경력 단절 여성 비중은 점차 낮아지는 추세”라면서도 “선진국에 비해 여성 고용률은 여전히 낮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경력 단절은 아이 수가 많고, 자녀 나이가 어릴수록 잦았다. 경력 단절 여성 중에선 자녀 수가 2명인 경우(48.6%)가 가장 많았다. 자녀 연령대별로는 6세 이하(67.2%) 비중이 제일 높았다.
 
◆일자리 행정통계
통계청이 각종 사회보험, 근로소득 지급명세서, 사업자등록, 법인세, 법인등기, 일용근로소득 신고 등 13가지 행정자료를 취합해 낸 일자리 통계다. 2012년부터 1년 주기로 발표하고 있다. 표본 조사, 설문 방식을 활용해 매달 산출하는 ‘고용동향’ 수치와는 일부 차이가 있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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