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연재소설 - 제8요일의 남자] #36. 암살, 혁명.. 드러나는 음모

“그러니까... 한정현이 장현수 국회의원을 살해한 건 맞네요? 그게 실수였든 아니든.. 한정현... 그가 범인이란 말이군요. 그래요.. 그럴 줄 알았어요.. ”
 
한정현이 그랬을 거라고 짐작은 했지만 정작 오비서관으로부터 그 사실을 확인하고 머리 속이 하얘지는 것 같았다.
 
“미주씨. 이미 그 일을 저지른 사람들은 여기 없어요. 사건 직후 그들은 자기 나라로 떠났고 지금은 살았는지 죽었는지 찾아낼 수도 없어요. 결국 한정현이 시켰다는 걸 증명할 수가 없다는 거예요.”
 
“필리핀? 파키스탄? 스리랑카? 세상을 다 뒤져서라도 찾아낼 거예요. 내가 그 증거를 다 찾을 거예요.”
 
나도 모르게 감정이 복받쳐 울컥 울음이 목을 넘어왔다.
 
“돌아가서 한정현한테 전해요. 내가... 복수할 거라고... 반드시 찾아내서 죄 값을 치르게 할 거라고...”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미주씨가 가지고 있는 파일들 중에 저들이 정말 노리는 게 하나있어요... ”
 
“파일들은 모두 복사해서...”
 
“복사가 안되는 게 하나 있어요... 다른 건 모두 의원님이 촬영해서 클라우드에 동기화해서 태블릿으로 옮겨간 것일 겁니다. 그 중에 태블릿으로 옮겨가지 않은 게 하나 있어요. 그게 아마 마지막 동영상일겁니다.”
 
“그걸 어떻게 알죠?”
 
“제가 의원님 핸드폰으로 촬영한 거니까요. 복사방지 시스템에서 촬영했기 때문에 클라우드에만 공유되고 태블릿엔 공유가 되지 않았을 겁니다.”
 
“그럼 의원님 핸드폰은 어디 있어요? 거기에도 동영상이 있다는 거잖아요.”
 
“자살로 꾸미는 과정에서 함께 물에 던져 넣어서 나중에 찾아냈지만 복원이 다 되지 않아서... 클라우드는 흔적을 찾을 수 없었대요...”
 
“태블릿에 클라우드가 공유되고 있다는 거죠?”
 
에프가 태블릿을 달리미술관장에게 맡긴 시기가 파리를 방문했던 지난 5월이었다는 걸 생각하면 그 태블릿에 6월,7월의 영상이 있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오비서관의 말대로 폰과 태블릿이 클라우드로 연결되지 않고는 불가능할 일이었다.
 
“의원님 클라우드 열리는 날엔 그 파일이 저들 손에 바로 넘어가요. 그러고 나선 바로 미주씨를 공격할겁니다. 그러니까 여기서 멈추세요...”
 
“저는 파일 전부 복사해서...”
 
“다른 파일들.. 언론에 공개되면 파장은 크겠지만 치명적이진 않을 수도 있어요. 클라우드에 있는 그 파일이 제일 중요한 파일일겁니다.”
 
“그래서.. 그 파일 찾으러 오셨다는 건가요?”
 
오비서관은 말없이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오비서관님.. 제 등 뒤로 노트북 보이죠? 거기에 우리 대화 모두 촬영되고 있어요. 누군가의 핸드폰에 실시간으로 영상이 날아가고 있구요...”
 
오비서관은 태연한 표정으로 엷게 미소를 지었다.
 
“좀 전에 노트북 배터리 꺼졌어요...”
 
그의 말에 놀라 뒤를 돌아보니 정말 램프가 꺼져있었다.
 
“그래서... 이제 내 집이라도 뒤져 태블릿을 찾아보게요? ”
 
“저는 미주씨 아낍니다. 그 이상으로 의원님 존경합니다.”
 
아끼고 존경하지만 태블릿은 제가 가져가야겠습니다. 바로 그 말이 뒤따라 나올 것만 같아 그에게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존경하는 그 마음과 한정현의 하수노릇은 별개라는 말인가요?”
 
“... 미주씨....”
 
씁쓸한 웃음이 그의 얼굴을 지나가더니 깊은 한숨과 함께 말이 흘러나왔다.
 
“제 아내가 사모님 조카예요..”
 
오비서관 결혼하는 신부가 와이프 먼 친척 조카야.. 언젠가 에프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오비서관의 말에 함께 묻어나온 깊은 한숨이 이해가 되었다. 미로작전을 펴면서까지 에프의 캐리어를 한정현에 갖다 바친 그의 행동이 이해가 되었다.
 
종종 어떠한 일은 우리가 선택할 수 없는 반경에 놓여있어 우리 의지와 관계없이 주어진 대로 따라야만 하는 경우가 있다.
 
“이제 가세요. 여기 온 진짜 목적이 뭐든 그 목적을 이룰 수는 없을 거예요.”
 
기다렸다는 듯 오비서관이 벌떡 몸을 일으켰다. 생각보다 빠른 반응이었다.
 
“저쪽 사람들을 이길 수 있는 어떤 방법도 우리는 없어요. 우리 같은 사람은 저들에게 하찮은 미물일 뿐이니까...”
 
“그렇다고 여기서 그만 두지는 않아요.”
 
“의원님 같은 분이 당하신 거 보면 모르겠어요? 제발 이쯤에서 다 내려놓으세요... 미주씨는 미주씨 삶을 살아요. 의원님도 그걸 바랄 겁니다. 아니 의원님이 바라시는 건 그거 하나 뿐 일겁니다.”
 
그는 자기의 감정을 어쩌지 못하겠다는 듯이 현관을 박차고 나가버렸다. 그가 나가고 나서야 고맙다는 인사를 하지 못했다는 걸 알았다. 한정현과 얽혀있으면서도 끝까지 에프를 도왔다는 건 에프를 존경했다는 그 말을 반증하는 일이었다.
 
의원님이 바라시는 건 그거 하나 뿐 일겁니다... 그가 남긴 마지막 말이 내 귀를 울리고 있었지만 나는 태블릿을 열어 동영상을 찾아야만 했다. 오비서관이 촬영한 것이고 한정현이 그걸 찾으려 혈안이 돼 있다니 그 영상이 있는지부터 확인을 해야 할 일이었다.
 
갑자기 전화벨이 울렸다. 아마도 쥬디가 영상이 끊어진 걸 확인하고 걱정이 돼서 전화하는 걸 거였다.
 
“나야. 집으로 좀 올라가자.”
 
하지만 전화 목소리는 쥬디가 아니라 뜻 밖에 엠이었다. 지난 번 내 집에 왔던 이후 두어번 문자와 전화가 있었지만 답하지 않았다. 그와 다시 만날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었다.
 
다시 시작하고 싶다고 제발 대답 해 달라고 그는 내게 종용했지만 다시 엠을 만날 만큼 내게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내말 듣고 있니? 그동안 우리 뜸했다고 다른 남자 생긴 거 다 알아. 방금 니 집에서 남자 나오는 거 봤어. 새로 생긴 애인인가 봐?”
 
엠은 대단한 비밀이라도 알아냈다는 듯 나를 비웃었다.
 
“그놈이랑 두 시간이나 함께 있었지? 나랑 소원한 잠시 틈을 못 견뎌서 남자가 필요했니? 빨리 변명을 해봐. 모르는 사람이라고 결백하다고 내게 변명을 해보라구!”
 
“그래요. 저는 이런 사람이에요. 그러니까 저 같은 여자 그냥 잊어버리세요.”
 
“변명을 해! 진실 따위는 내게 중요하지 않아. 네가 나한테 변명하는 게 더 중요해. 더 이상 변명을 안 한다는 건 내가 너한테 무가치하다는 걸 의미하는 거잖아.”
 
“....변명 같은 거 안 해요. 그러니까.. 돌아가세요. 저는 진실한 여자가 아니에요. 우리 만나는 동안에도 다른 남자들 만나고 있었고....”
 
“안 돼! 안 돼! 너는 나 말고 다른 남자를 사랑해서는 안 돼!”
 
“난.. 어떤 누구도 나 자신 모두를 쏟아 부어서 사랑한 적 없어요. 그래서.. 용서를 비는 거예요. 잘못했어요. 저 용서하세요.”
 
“그런 말로 나 따돌리려고? 그건 안 되지..”
 
“사랑 안 해요. 사랑 한 적 없어요. 저한테 속으신 거예요.”
 
“거짓말 하지 마. 네가 나 좋아하는 거 다 알아. 그러니까 미주야... 잠깐만... 잠깐만 얼굴 보면서 이야기 해. 미주야...”
 
“우리가 왜 월요일에만 만난 줄 아세요?”
 
“그야 내가 다른 날은 바쁘니까... 월요일은 교회일도 없는 날이고 학교 수업도 적은 날이니까...”
 
“다른 날은 제가 다른 남자를 만나야 했으니까요.”
 
“뭐...? 뭐라고? 다시 말해 봐!”
 
“저 그런 여자니까.. 그냥 잊어버리세요. 죄송해요.”
 
“그래. 그럴 줄 알았지. 아무리 생각해도 넌 뭔가가 이상했어. 그러니 내가 너한테 집착할 수 밖에... 그래... 그럼 하나 물어보자. 다른 놈들하곤 자고 다니면서 나한텐 그렇게 도도하게 군 이유가 뭐지? 나는 뭐가 모자랐는데?”
 
“아내가 있으시니까요.. ”
 
“그게 무슨 상관이야?”
 
“예전에 아빠가 엄마를 두고 다른 여자를 좋아하셨어요. 힘들어 하는 엄마를 보고 있을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누구한테도 그런 고통 드릴 수 없었어요...”
 
쥬디에게도 썬에게도 그렇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눈물이 흘러나왔다. 엠처럼 이렇게 독한 말로 나를 비난해 주는 게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고 생각하는 순간에 나도 모르게 울음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너, 내가 누군지 알지? 나 목회자야. 하나님하고 같다고! 내가 너를 벌 줄 거야. 너는 사탄이야. 악마야. 내가 너를 벌 줄 거야!”
 
소리소리 지르는 엠의 목소리가 갑자기 내 귀에서 멀어졌다. 내 손에서 핸드폰이 미끄러져 나갔다.
 
“뭐하냐? 고해성사라도 하냐? 이 와중에 뭐하는 거냐...”
 
갑자기 나타난 쥬디가 내 핸드폰을 꺼버렸다.
 
“어떻게 들어왔어?”
 
“그날 함께 들어오던 방법이랑 똑 같은 방법으로 들어왔지. 네 집 보안장치 내가 더 잘 다룰걸.... 그런데... 이 정신없는 와중에 정신 나간 놈하고 실랑이는 뭐냐? 그냥 내버려둬. 일일이 설명하지 말고 그냥 연락 끊어. 사기결혼 한 것도 아니고 연애하다 그럴 수도 있는 거지. 모르는 게 약이야.”
 
쥬디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지만 나는 엠과 이야기를 끝맺지 못해서 마음이 찜찜했다.
 
“집 앞에 있을 거야. 집으로 찾아올지도 몰라...”
 
“오라고 해. 내가 남편이라고 해줄게. 니들 불륜이니까 위자료 소송 건다고 할게. 그럼 되지?”
 
“그런 사이 아니야.”
 
“그런 사이도 아닌 녀석이 뭐가 큰소리야. 누가 들으면 애라도 몇 명 낳은 줄 알겠네. 그 자식 다시 전화 오면 나한테 넘겨.”
 
쥬디는 투덜투덜 중얼거리며 태블릿을 찾아왔다.
 
“이걸 확인해야 오늘 잠이 올 거 같아서... 술 마시다 쫓아왔어.”
 
“.... 들었어?”
 
“이어폰 꽂아놓고 다 듣고 있었지.”
 
오비서관이 말한 대로 태블릿이 켜지자 클라우드에 로그인 된다는 메시지가 모니터 하단에 뜨다가 바로 사라졌다.
클라우드엔 정말 태블릿으로 옮겨지지 않은 파일 하나가 있었다.
 
다른 영상들은 확장명이 mp4로 되어있었지만 이 파일은 control block(제어블록) 이라는 확장명으로 돼 있어 영상 파일로 보이지 않았다.
 
“자, 조심히 터치 해... 잘못해서 삭제라도 해버리면 제일 중요한 키를 놓치게 되는 걸 수도 있어.”
 
쥬디의 말대로 조심스럽게 파일을 터치했다.
미리 준비해놓았다 촬영한 것처럼 파일은 터치하자마자 모니터엔 한정현과 어떤 한사람, 둘의 모습이 바로 떠올랐다.

“대통령을 암살한다구요? 회장님.. 그건..”
 
누군지 모르는 나이 든 남자가 카메라를 등지고 한정현을 향해 앉아있었다.
 
“최악의 시나리오지만 최고의 시나리오이기도 하지.”
 
“그 뒷감당을 어떻게 하시려구요?”
 
“이건 어디까지나 우리가 역풍을 맞게 될 경우를 생각해서 만든 시나리오라니까...”
 
“회장님 말씀대로 역풍에 또 역풍이 올 가능성도 있긴 있지요... ”
 
“당연히 그렇지... 대통령 배후에 있던 인물들이 대통령을 조종하며 국정을 농단했다는 사실이 맨 처음 밝혀지면 한 순간에 우리나라는 쑥대밭이 될 거고... 다들 촛불 들고 시위하러 밖으로 뛰쳐나오겠지. 처음엔 제일 신나는 사람들이 야당이겠지... 내가 적당한 시기에 먹잇감을 던져 놨다는 건 꿈에도 모르고 말이지.”
 
한정현은 진지하고 차분한 태도였다. 에프와의 대화에서 보여주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그들이야 입에 던져 주는 대로 덥석 물겠지요.”
 
“그들이 그걸 물고 노는 동안 우리는 석고대죄하며 전국을 돌아다녀야지. 백의종군 하겠다면서 사죄의 행군을 할 거야. 일보 삼배도 좋고, 당 해체도 좋지. ”
 
“그 정도만으로도 용서를 해줘야 할텐데 말입니다..”
 
“그게 문제야. 대통령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용서가 아니라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거지. 우리가 더 이상 대통령을 컨트롤 할 수 없게 된다면 국민은 우리를 대통령과 한데 묶어 구렁텅이로 몰아넣을 수도 있어.”
 
“대통령을 컨트롤하기가 쉽지 않지요...”
 
“탄핵도, 조기퇴진도 우리한테 이득이 되지 않을 경우를 생각하는 거지. 변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우리가 차지할 지분은 줄어들 수 밖에 없으니까.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공을 다른 사람 손에 쥐어놓고 숨 죽이며 기다리는 것... 나는 그런 건 안하겠다는 거야.”
 
“암살이 가져올 뒷감당을 어떻게 하시려고...”
 
“진실은 암살이지... 그러나 국민에겐 자살이 되는 거고... 일단 앞의 것들 제대로 터뜨려 놓는다면 대통령이 자살할 이유는 백가지도 넘으니까. 우리는 앞 서 경험하지 않았나? 흐흐.. ”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그럼 최악의 시나리오로 간다면 시기는 언제가 적당하시다는 말씀인지..?”
 
“조기퇴진이니 탄핵이니 하며 잡아놓은 일정이 되기 전이면 더 좋고 아니면 그 후라도 괜찮아... 어차피 그 결정에 자포자기해서 최후를 선택하는 걸로 보여 지면 되니까... ”
 
“역시 회장님은 거인이십니다...”
 
“그다음은 아주 평화로운 혁명이 일어날 걸세.”
 
“쿠데타요?”
 
한정현이 갑자기 큰소리로 웃었다. 화면에 비치는 그의 웃음 중 조금의 노림수도 없는 진짜 웃음은 처음이었다. 이렇게 엄청난 음모를 꾸민다고는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시원하고 호탕한 웃음이었다.
 
“사람 참... 시대가 어느 시댄데 아직도 쿠데타 타령이야? 대한민국에 지금 필요한 건 혁명이야. 아주 잘 짜인 각본으로 평화롭고 아름다운 혁명을 이끌어 내는 거지. 우리 민족성 잘 알지 않나? 대통령이 아무리 미워도 극단적인 방법으로 생을 마감했다고 하면 국민 모두가 일종의 죄의식 같은 걸 가지게 되지. 그 녹록해진 감성에 정서적으로 다가가서 국가재건을 외치는 거야....”
 
“암살을 자살로 위장하는 게 가능할까요? 그리고 혁명으로 간다면 누굴....? 아.. 설마... ”
 
한정현의 말에 계속 추임새를 넣고 있는 뒷모습의 주인공은 정말 그게 궁금한지 굽히고 있던 어깨를 펴고 한정현을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자네 생각이 맞네..... 현수... 내 사위 현수가 그걸 맡게 될 걸세. 그리고 더 중요한 한 가지는 혁명을 성공시킨 뒤 자신의 일은 여기까지다, 하고 뒤로 물러선다는 거야. 장현수의 성정에 딱 맞는 시나리오야.”
 
“최고의 기회를 잡았는데 그렇게 하려고 할까요? 누구나 그 자리에 오르면 마음이 바뀔 텐데요.”
 
“이사람 아직도 사람을 잘 모르는 군. 그래서 내가 그 적임자가 장현수라고 하는 거 아닌가... 대신...”
 
“대신...?”
 
“장현수는 몰라야하네. 처음부터 결말을 알려주면 배우는 클라이맥스에 혼신의 힘을 실을 수 없어. 한 고개 넘고 나면 한 고개, 또 한 고개 넘고 나면 또 한 고개... 떡 바구니가 비고나면 결국 팔 다리를 떼 줘야 고개를 넘을 수 있다는 걸 미리 알 필요는 없어. 어차피 다시 돌아갈 수는 없으니...”
 
“장현수가 그렇게 하려고 할까요?”
 
“내 말만 잘 들으면 장차 내가 만든 배에 선장이 될 수 있다는 걸 모르지 않아. 이 친구 융통성이 없어 문제지 욕망이 없는 친구는 아니니까. 이제 곧 결정하게 될 걸세. 현수가 아끼는 여자를 곧 내게 데려올 거거든. 그 여자가 내 손에 있는 한, 시키는 대로 할 수 밖에 없지. 벌써 8월이야. 타이밍을 놓치면 암살도 혁명도 소용없어. 엉뚱한 놈 손에 떡을 쥐어주지 않으려면 이제 판을 벌여야 해.”
 
여기서 영상은 멈춰있었다.
 
어느 시점부턴가 쥬디도 나도 숨을 죽이며 모니터 영상에 몰입해 있었다. 누군가의 숨소리가 모니터로 흘러 들어 가 한정현의 말을 멈추게라도 할까 쥐죽은 듯 숨어서 그들을 엿보는 기분이었다.
 
2016년 8월 4일 저녁7시. 파일에 나타난 녹화시간은 에프가 죽기 이틀 전 저녁의 것이라고 알려주고 있었다.

<다음주 월요일에 계속됩니다>
그림=이정권 기자
 

▶ 제8요일의 남자 더 보기
#1. 화요일의 남자, 튜즈
#2. 7분의 1을 넘나드는 남자, 에프

#3. ‘당신의 어둠 속에 나도’
#4. “그날, 당신에게 주고 싶었던 것”
#5. 엠, 월요일을 싫어하는 남자
#6. 어떤 고백
#7. 한 잎의 여자
#8. 당신은 어디 있나요?
#9. 그 여자 미주 -내 이름은 튜즈
#10. 이미 시작된 일
#11. 말할 수 없는 비밀
#12. 점점 깊은 곳으로
#13. 기억의 영속
#14. 카메라오브스쿠라
#15. 왜 하필 장현수야?
#16. JEAN이라는 남자.
#17. 미로 속 그물
#18. 이별은 언제나 아프다.
#19. 내가 몰랐던 것
#20. 당신은 누구세요?
#21. 에메랄드 목걸이
#22. 나의 고독
#23. 우연과 필연의 거리
#24. 파리의 하늘 밑
#25. 시녀들
#26. 에프.. 당신의 기록
#27. 그의 태블릿pc를 찾다
#28. 침입자들
#29. 비밀의 문
#30. 변명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