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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오는 랑랑·베를린필·RCO…마지막 ‘클래식 성찬’ 될까

내년 서울은 세계 클래식 음악계의 최신 축약판이라 할만하다. 쟁쟁한 연주자들이 독주 무대를 연다. 세계 톱 오케스트라들은 달력이 빼곡하도록 서울에 집합한다. 독일·영국·네덜란드·러시아·미국을 대표하는 악단들이다. 명문 오케스트라를 새로 맡아 주목을 받고 있는 지휘자들도 만나볼 수 있다. 내년 한국 클래식 공연장을 이해하는 키워드는 넷이다.
 
①스타 피아니스트
독주자 명단 중엔 피아니스트들이 눈에 띈다. 조성진(1월3·4일)을 시작으로 발렌티나 리시차(3월12일), 손열음(4~12월 4회), 엘렌 그리모(5월7일), 보리스 베레초프스키(5월16일), 라파우 블레하치(10월14일), 카티아 부니아티쉬빌리(11월1일)가 준비하고 있다. 백건우는 베토벤 소나타 32곡 완주 10주년을 기념해 9월 앙코르 무대를 준비 중이다. 현재 서울 예술의전당을 6회 대관해 놨고, 서울 뿐 아니라 전국 도시들에서 베토벤 시리즈를 진행할 예정이다.
 
②오케스트라 성찬
2013년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공연한 베를린필하모닉과 지휘자 사이먼 래틀. 4년 만인 내년에는 래틀이 극찬한 중국 피아니스트 랑랑과 함께 한국을 찾는다. 2018년 물러나는 래틀과 베를린필의 마지막 내한 공연이다. [사진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2013년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공연한 베를린필하모닉과 지휘자 사이먼 래틀. 4년 만인 내년에는 래틀이 극찬한 중국 피아니스트 랑랑과 함께 한국을 찾는다. 2018년 물러나는 래틀과 베를린필의 마지막 내한 공연이다. [사진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내년 11월19·20일)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2013년 내한 이후 4년 만이다. 베를린필은 1984년 내한한 후 한동안 한국을 찾지 않다가 2005년부터 네차례 서울서 공연했다. 이번이 다섯번째다. 지휘자 사이먼 래틀이 2002년 베를린필에 취임한 후 생긴 변화다. 그는 2018년 러시아 태생 지휘자 키릴 페트렌코에게 베를린필의 지휘봉을 넘겨준다. 정식으로 계획돼 있는 베를린필 내한은 이번이 마지막이다. 페트렌코와 베를린필이 함께 한국에 들어오는 건 2020년 이후나 돼야할 것으로 보인다.

래틀은 마지막 세계 투어의 프로그램을 보다 대중적으로 짰다. 협연자인 피아니스트 랑랑이 우선 눈에 띈다. 런던 로열알버트홀(5300석)을 48시간만에 매진시키는 수퍼스타다. 베를린필은 그동안 별도의 협연자와 내한한 적이 없었다. 악단의 악장, 호른 수석을 협연자로 세웠던 적만 있다. 이번에는 랑랑 특유의 저돌적 스타일을 보여줄 수 있는 바르토크 협주곡 2번으로 보다 넓은 관객층을 겨냥하고 있다.
 
③11월의 격돌
베를린필 공연 사흘 전 네덜란드의 명문 악단도 서울을 찾는다. 암스텔담의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RCO, 11월15·16일)다. 2008년 영국 음악전문지 그라모폰이 세계 오케스트라 중 1위로 꼽은 일은 유명하다. 고급스러운 음향, 특히 금관악기들의 흠잡을 데 없는 기량이 독특하다. 이번 내한에서는 브람스 1번, 말러 교향곡 4번을 들려준다. 묵직한 정통 오케스트라 작품이 베를린필의 화려한 선곡에 대비되며 11월 서울의 오케스트라 성찬을 완성한다.
 
④핫한 지휘자들
다니엘레 가티(左), 키릴 페트렌코(右)

다니엘레 가티(左), 키릴 페트렌코(右)

지금 세계 음악계가 주목하는 지휘자들도 서울에서 만날 수 있다. 2018년부터 베를린필을 맡을 키릴 페트렌코는 바이에른 국립오페라 오케스트라(9월13일)와 함께 공연한다. 페트렌코는 베를린필 단원들이 지난해 투표로 뽑은 깜짝 인물이었다. 오페라 해석을 잘 하던 러시아계 지휘자가 쟁쟁한 독일 지휘자들을 제치고 낙점됐기 때문이다. 그는 현재 자신이 맡고 있는 오케스트라와 내한해 베를린필 단원들이 “함께 연주해보면 바로 다음 연주가 기다려지는 지휘자”라고 했던 평가를 확인케 해줄 듯하다.

RCO도 올해 음악감독으로 취임한 다니엘레 가티와 처음으로 함께 내한해 새로운 지휘자의 색깔을 보여준다. 런던 심포니를 이끌고 들어오는 대니얼 하딩(2월20일),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인 야니크 네제-세갱(6월7·8일)은 음악계의 세대 교체를 선언한 1975년생 젊은 지휘자들이다.

이같은 ‘호화판’은 장기 불황, 김영란법, 시국 불안정이라는 공연계 난제가 무색할 정도다. 해외 오케스트라·연주자들의 출연료와 공연 제작비는 기업 후원 없이 감당하기 힘들고 최근엔 티켓 판매도 원활하지 않다. 또한 같은 오케스트라라도 중국·일본에서는 여러 도시에서 수차례 공연하지만 한국에서는 서울에서만 한두차례 연주할 뿐이다. 관객 숫자가 절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한 공연기획자는 “몇년 전부터 계획돼 있던 공연들이 내년에 그대로 진행되는 모양새지만, 언제까지 이런 대형 공연들이 가능할지 모르겠다”며 “한국 공연장의 마지막 잔치가 되지 않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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