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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인사이트] 중국의 속 좁은 사드 보복을 어떻게 넘어설 것인가

유상철 논설위원

유상철 논설위원

한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결정에 따른 중국의 보복이 본격화하고 있다. 한국행 유커(遊客·관광객) 축소에 이어 한류를 제한하는 한한령(限韓令) 발동, 그리고 이젠 사드 부지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롯데그룹의 중국 내 전 사업장에 대해 세무·소방·위생 등 무차별적인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런 중국이 과연 21세기 세계를 이끌어갈 대국의 반열에 오를 수 있을지 의문을 낳는다. 중국의 속 좁은 사드 보복 파고를 어떻게 넘어설 것인가.
 
산이 높으면 골도 깊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한·중 관계는 지난해 최상이란 말을 들었다. 지난해 3월 한국은 미·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가입했다. 6월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합의했고 9월엔 중국의 전승절(戰勝節) 행사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이 천안문(天安門) 성루에 올랐다. 한국이 중국에 기울었다는 ‘중국경사론(中國傾斜論)’이 나왔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연초 북한의 4차 핵실험이란 한·중 관계 테스트에 양국은 취약한 실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한·중 정상은 전화 한 통화마저 제때 못해 이게 무슨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냐는 비아냥을 들었다. 대북제재를 놓고는 ‘북한의 민생을 챙겨야 한다’는 중국의 주장으로 틈이 크게 벌어졌다.

결국 한국은 7월 8일 사드 배치를 결정했고 중국의 반발과 보복이 시작됐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중국의 반응은 격렬했다. 약 한 달여 사이에 중국 외교부와 국방부가 각각 27건의 반대 논평을 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무려 265건의 보도를 쏟아냈다. 1992년 수교 이래 하나의 특정 사안에 대해 중국 언론이 이렇게 집중포화를 퍼부은 건 처음이란 이야기가 나왔다.
 
중국 반발은 왜 이렇게 거친가
북핵(北核)을 방어하기 위한 한국의 사드 배치에 중국은 왜 이렇게 거칠게 나오는가. 지난달 중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소장 김흥규)가 개최한 한·중 정책학술회의에 참석한 양시위(楊希雨) 전 중국 외교부 한반도 판공실 주임은 중국의 사드 반대 이유를 세 가지로 꼽았다.

그는 사드 배치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해롭고, 동북아의 전략적 균형을 심각하게 훼손하며, 중국의 전략적 안보 보장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고 말했다. 이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미국이 중국을 겨냥해 구축하는 미사일 방어 시스템 구축에 한국이 견인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거센 사드 반대 목소리 저변엔 더 큰 원인이 도사리고 있다. 바로 중국 최고지도자인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분노다. 시진핑은 취임 이후 중국 내 전통적인 북한 지지 세력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담한 친한(親韓) 행보를 걸었다.

박 대통령과 ‘한 집안(一家人)’ 사람 같은 돈독한 우의를 쌓음으로써 한국을 중국의 품 안에 안고자 하는 바람이 있었다. 초기엔 순풍을 탔다. 이에 힘입은 시진핑은 사드 문제에서도 자신감을 가졌다. 2014년 7월 방한해 가진 박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중국의 사드 반대’를 천명한 것이다. 시진핑이 사드 문제에 너무 깊숙이 개입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결국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은 한국의 뜻과는 전혀 달리 시진핑의 체면과 위신을 크게 떨어뜨리는 결과로 작용하게 됐다. 현재 중국에서 가장 강하게 사드를 반대하는 사람이 시진핑이라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자연히 이 같은 최고지도자의 정서에 영합하려는 중국 정부 각 부처나 언론의 태도는 거칠 수밖에 없다. 시진핑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중국 정부 내 각 부서가 경쟁적으로 한국 때리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속 좁은 중국의 사드 보복

한국의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은 ‘등가 대응(tit-for-tat)’이란 말을 듣는다. 한국의 사드 배치가 한 단계 진전할 때마다 중국의 보복도 한 단계 수위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중국은 한국의 사드 발표 직후 가장 먼저 여론전을 전개했다.
중국 내 반한(反韓) 감정 고취가 그것이다. 인민일보는 사드에 반대하는 한국인 기고문을 실어 이이제이(以夷制夷) 효과를 노리는 얄팍함을 보였고 또 ‘중국의 목소리’란 뜻을 가진 ‘중성(鐘聲)’이란 시리즈 칼럼을 통해 한국과 박 대통령을 싸잡아 비난하는 무례를 범했다.

사드 부지가 확정된 이후엔 본격적으로 인적 교류에 타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한국인의 중국 비자 받기가 깐깐해졌고 중국 유력인의 한국 방문 취소가 줄을 이었다. 이에 따라 한·중 간 각종 행사가 취소 또는 연기됐다. 한국으로의 유커 20% 감축설 또한 나왔다.

이와 함께 한류 전도사인 우리 연예인들에 대해 각종 불이익을 주는 옹졸한 보복이 전개되고 있다. 중국 드라마에 출연한 우리 배우의 모습이 삭제되고 이영애 출연의 한·중 합작 드라마 방영은 언제가 될지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우리 가요와 드라마, 영화 등 한류 콘텐트 전반에 대한 중국의 규제가 가해지며 ‘한한령’ ‘금한령(禁韓令)’ 등의 신조어를 낳고 있다.

최근엔 우리 식품과 화장품에 대한 중국의 통관 거부 건수가 가파르게 증가했고 마침내 중국에 진출한 롯데그룹의 전 사업장을 상대로 동시다발적인 조사를 벌이는 이례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다. 내년 3월 15일 중국 소비자의 날을 전후해 방영되는 중국 중앙텔레비전(CC-TV)의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엔 한국 제품이 등장할 것이란 흉흉한 소문마저 떠돈다.
 
사드 보복이 노리는 건 무언가

중국은 정부 차원에선 ‘사드 보복’을 거론하지 않는다. 보복을 한다는 것 자체가 중국 이미지에 마이너스로 작용할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한류 콘텐트 전면 금지 조치에 대해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떼는 이유다. 중국은 또 ‘보복’이란 말 자체의 사용을 거부한다. 대신 ‘대응’이란 단어를 이용한다.
현실적으로 한국이 사드 배치를 철회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알면서도 중국이 사드 보복의 수위를 높이며 한국을 압박하는 데는 어떤 노림수가 있는 것일까. 아직도 사드 철회의 기회가 남아 있다는 희망적 사고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치닫는 한국 정치 국면을 보면서 중국은 희망을 키우고 있다. 박 대통령이 물러나고 사드 배치에 부정적 입장을 보여온 야당이 정권을 잡으면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때문에 최근 한국을 찾는 중국 학자들은 시간을 벌기 위해 이구동성으로 한국이 사드 배치를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고 목청을 높인다. 정지융(鄭繼永) 중국 푸단(復旦)대학 조선한국연구중심 주임은 “현재 한국 국내 정치가 헌정 위험에 직면해 있으므로 사드 배치와 같은 사안에 있어서는 너무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사드 보복 파고 어떻게 넘을까
총력을 기울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것도 다양한 분야에서다. 우선 여론전이다. 사드가 북핵 방어용이지 중국 견제용이 아님을 기회가 될 때마다 역설해야 한다. 특히 북핵 위협이 사라지면 사드 또한 필요가 없다는 점을 부각시켜야 한다.

또 중국의 대국답지 못한 보복의 실상을 제대로 알릴 필요가 있다. 말로는 친선을 외치면서 맘에 들지 않으면 가차 없이 경제 보복을 하는 중국의 행태가 과연 21세기 세계를 이끌어갈 큰 나라로서의 자격이 있는지 국제사회에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

다음은 중국의 보복으로 인한 피해, 즉 중국발 리스크 줄이기다. 달걀 모두를 한 바구니에 넣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를 이번 중국의 사드 보복은 잘 보여준다. 중국이 매력적인 시장이긴 해도 사업의 성패를 중국에만 둬선 안 된다는 것이다. 중국 시장이 막히더라도 우리에게 계속 산소 공급을 해 줄 수 있는 인도나 아세안 등 ‘중국을 넘어서는 시장’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세 번째는 사드와 같이 안보 분야에서 일어난 갈등을 경제 등 다른 분야에서의 협력을 통해 상쇄 내지 극복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지난달 동서대학교(총장 장제국) 주최로 열린 제1회 부산-상하이 포럼에선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에서의 한·중 적극 협력이 사드 문제로 경색된 양국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피력돼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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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은 “한·중 간 ‘성공의 사안’을 창출해 사드 경색 국면을 돌파하자”고 제안한다. 한·중 해상경계획정 협상 타결이 그런 예가 될 수 있다고 한다. 해상 분쟁 해결은 양국 모두의 성공 사례가 돼 시진핑은 물론 우리 정부의 위신 또한 올라가는 윈-윈 프로젝트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유상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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