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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기세 꺾인 전세

서울 성북구 길음동 길음뉴타운 6단지 전용 59㎡ 전셋값은 10월 4억2000만원이었으나 지금은 3억8000만원대에 나온다. 자금 사정이 급한 집주인은 3억4000만원짜리 급전세를 내놓기도 한다.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 전셋값도 지난 9월보다 5000만원 내린 6억원까지 떨어져 거래된다. 길음동 양지공인 길현순 대표는 “한 달 이상 소화되지 않는 전셋집이 나올 정도로 전세시장이 차분해졌다”고 전했다.
고삐 풀린 듯 치솟던 전셋값이 진정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전국 전셋값이 1.24% 올랐다. 전셋값이 하락세(-5.84%)를 보인 2004년 이후 2012년(11월까지 1.24%)과 함께 최저 수준이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11월까지 0.9%)과 별 차이가 없다.

서울 전셋값 상승세도 둔화하고 있는 가운데 성북구는 지난주(11월 28일 기준) 0.03% 떨어졌다. 2012년 12월 17일(-0.01%) 이후 198주 만의 약세다.
지난해까지 연평균 6% 정도의 상승률을 보이던 전셋값에 힘이 빠진 데는 전셋집 공급이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이 28만여 가구로 최근 3년간(2013~2015년) 연평균 24만여 가구보다 20%가량 증가했다.

부동산114 함영진 리서치센터장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줄었던 입주가 2014년부터 늘기 시작해 3년째 이어지면서 전세 공급 부족이 해결되는 조짐”이라고 말했다.

전세의 월세 전환도 올해 주춤했다. 10월 기준으로 전·월세 거래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율이 43.6%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3%포인트 떨어졌다. 그동안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한 물량이 많아 월세 수익률이 떨어지자 집주인들이 다시 전세로 임대를 놓는 사례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전세를 월세로 돌릴 때 적용되는 전환율은 2011년 9%가 넘었는데 올 10월 말 기준으로 6.6%로 떨어졌다.
올 들어 둔화한 집값 상승세도 전셋값 오름세를 누르고 있다. 집값이 많이 오를 땐 주인들이 집값 상승분을 전셋값에 반영해 보증금을 올린다. 가격 상승폭이 줄어들면 전셋값을 많이 올리기 부담스러워진다. 11월 말 기준으로 전국 집값 대비 전셋값 평균 비율은 66.8%로 역대 최고다. 아파트는 74.5%에 달한다. 집값이 오르면서 전셋값도 덩달아 오른 결과다.

하지만 최근 들어 집값 상승세가 꺾인 가운데 기존 세입자들이 주택시장 눈치를 보며 기존 전셋집에 계속 눌러앉으면서 전셋값 오름세도 둔화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올해 전세 거래량도 줄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66만4000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 69만3000가구보다 4.1% 감소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상품 거래가 늘면 자연히 가격이 오르듯 전세 거래가 줄면 가격도 안정세를 띠게 된다”고 설명했다.

전셋값 안정세는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일부에선 하락 전망도 나온다. 내년부터 입주물량이 급증해 전세 공급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부동산114는 내년 전국에 36만여 가구의 아파트가 입주할 것으로 추정했다. 올해보다 25% 늘어난 규모다. 집값 전망도 불확실해 전셋값 상승을 견인하기 어렵다.

여기다 미국발 금리 상승이 예상되면서 월세에서 전세로 다시 돌아가는 집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전문위원은 “임대차시장에서 줄어들던 전셋집 증가와 대규모 입주에 따른 공급으로 내년 전셋값 기세가 꺾일 것”으로 내다봤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내년엔 전세시장의 판도가 뒤바뀌어 역전세난과 집값 하락 등으로 전셋값을 되돌려받기 힘든 ‘깡통전세’가 이슈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안장원·황의영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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