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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재계 총수 국정조사가 ‘정경유착’ 끊는 계기 되려면

최순실 국정 농단 국정조사 이틀째인 오늘 청문회장엔 국내 10대 대기업 총수 중 9명이 증인으로 출석한다. 이런 진풍경은 1988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일해재단 모금 비리 청문회 이후 28년 만에 처음이다. 특히 재계는 전두환·노태우 비자금 사건 당시 8개 그룹 총수가 유죄 판결을 받았을 때 “이런 관행을 근절하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이번 사태는 그런 ‘대기업 집단 헌금’ 관행만은 사라졌다고 믿었던 국민에게 배신감을 안겨 주고 있다.

 재계는 “대통령이 직접 불러 돈을 달라는데 안 줄 수 없었다”며 자신들도 피해자임을 강조한다. 그러나 촛불집회 광장에선 “재벌도 공범이다”는 구호가 “박근혜 퇴진” 구호만큼 많이 나온다. 국민은 대기업의 자금 출연이 정경유착의 검은 커넥션을 이어 가려는 사심에서 나온 것으로 의심한다. 삼성은 경영권 문제 해결, SK와 CJ는 총수의 사면, SK와 롯데는 면세점 사업권을 복원하기 위해 돈을 낸 게 아니냐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도 “경제가 어렵고 국민의 삶은 팍팍해지는데 재벌은 권력과 유착해 이익 챙기기에만 급급했다”며 대기업의 ‘피해자 코스프레’를 경계한다.

 국민은 재계 총수들의 속시원한 진실 고백과 진솔한 반성을 기대한다. 설사 이번 청문회에서 교묘한 수사학으로 비켜 간다 해도 곧 이어질 특검에서 죄가 밝혀진다면 기업의 정직성에 치명상을 입게 될 것이다. 국회의원들도 재계 총수들 앞에선 호통치거나 망신 주고, 뒤로는 지역구 민원 해결을 압박하는 또 다른 정경유착의 고리를 만들어선 안 된다. 확실한 증거와 단단한 논리로 예의 바르되 날카로운 국정조사를 진행해 주길 바란다.

 냉정하게 보면 5년 단임 대통령제에서 정권 실세들은 온갖 수단을 동원해 기업들로부터 ‘삥 뜯기’ 유혹을 받기 십상이다. 대기업들도 세무조사나 검찰 수사를 피하기 위해 돈으로 해결하려는 손쉬운 편법에 기대기 일쑤였다. 따라서 이런 비뚤어진 사회 시스템 자체를 바꾸지 않는 한 이 같은 불행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이번 청문회를 씁쓸하게 지켜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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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