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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석 정치부장의 뉴스분석] 비박 돌아섰다, 탄핵 카운트다운 110시간




꼭 110시간 남았다. 5일(0시 기준)부터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 오르는 9일 오후 2시까지. 5일 아침이면 박 대통령 운명의 시간은 110시간에서 더 단축돼 있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의 말을 4일 들어봤다.
 
9일 표결 전망은.
“전망이… 불가능하다. 당일 아침에야 찬성 숫자가 나올 거다.”
박 대통령이 이번 주 ‘4월 퇴진론’을 명확히 할 수 있어서인가.
“ 여당 탄핵파를 최소화하겠지.”
다시 국회로 공을 넘길 가능성은.
“아닐걸. 그건 상황을 게임으로 보는 거지.”
게임이 아니면 뭔가.
“게임? 나는… 전쟁으로 봐. 지는 순간 한쪽이 죽는.”

그게 게임이든 전쟁이든 향후 110시간 동안 박 대통령은 새 변수를 만들어야 한다. 판에 걸린 자신의 임기를 위해선 말이다.

지금까지 그랬다. 변수를 만들고, 정국 유동성이 커지면, 다른 카드를 내놓으면서 시간을 벌어왔다. “국회가 총리를 추천해 달라”(11월 8일 정세균 국회의장 예방 )고 한 뒤 각 정파가 설왕설래하면 “국회가 내 임기 단축을 합의해 달라”(11월 29일 제3차 담화)면서 다시 공을 보냈다. 특히 제3차 담화로 인해 박 대통령은 12월 2일의 탄핵시간표를 한 주 늦출 수 있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여러 개의 공으로 저글링(Juggling)을 계속하기엔 힘든 상황이었다.

박 대통령이 임기 단축을 스스로 언급했다는 사실은 애초에 야당이 꺼냈던 ‘질서 있는 퇴진론’에 부합할 수 있고, 최순실 사태 초반만 해도 결단의 범주에 속했을 것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건재하지 않다는 걸 보여 달라는 광장의 함성은 야당의 ‘단기 기억상실증’을 유발했다.
설상가상으로 탄핵안 표결에는 불참할 뜻을 비추면서 박 대통령에게 “7일 오후 6시까지 퇴진 일정(4월 30일)을 달라”고 통첩했던 비박계가 변했다. 비상시국위 황영철 대변인은 4일 “(박 대통령의 4월 말 퇴진을 놓고) 여야 합의에 이르지 못한다면 9일 탄핵 표결에 조건 없이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박 이은재 “아무리 간 큰 사람도 표결 거부하겠나”

더 크게 타오른 지난 3일의 전국 232만(주최 측 추산) 촛불에 놀라 입장을 바꾼 것이다.

이미 탄핵안을 발의해 놓은 야당엔 박 대통령의 4월 말 퇴진은 협상 대상도, 고려 대상도 아니다. 그런 만큼 비박계가 ‘여야 합의’를 앞세우긴 했지만 무게는 ‘무조건 탄핵 표결 참여’라는 뒷부분에 실려 있다. 실제 비박계 이은재 의원은 본지 기자에게 “촛불이 여의도로 오고 있는데 아무리 간이 큰 사람이라도 표결을 거부하겠느냐”고 말했다.

야 3당+무소속 172명에 더해 비박계 의원 28명만 돌아서면 탄핵안 가결정족수(200명)를 넘는다. 비박계 자체적으로는 4일 현재 탄핵파가 30명은 넘을 것이란 추산이다.
  
국회로 넘겼던 공은 이제 박 대통령에게 다시 돌아와 있다. 퇴진 약속을 한다 해도 비박계는 표결에 참여하겠다고 하고, 아무 언급을 하지 않으면 기다렸다는 듯이 탄핵 대오로 원대복귀할 수 있는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박 대통령이 답을 내놓을 수 있는 시간은 5, 6, 7일 사흘밖에는 남지 않았다.

익명을 원한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4월 퇴진을 직접 말해도 탄핵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퇴진 약속을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 냐”고 했다. 청와대 안에는 아예 대통령직 직무정지 상태에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리자는 얘기도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자칫 탄핵은 ‘게임 끝’인 것처럼 보일 수 있는 구도다. 하지만 상황은 늘 가변적이다.

“아침저녁으로 모든 게 바뀐다”(우상호)는 탄식이 바로 지금의 현실이다.

만약 탄핵안이 9일 국회에서 부결되는 일이 벌어진다면 전쟁에서 모두가 패한, 승자 없는 새로운 상황을 의미한다. 야 3당은 책임을 새누리당에 넘기려 할 것이 분명하고, 야당 주류인 친문계가 탄핵안 부결을 원할 것이란 역설도 나오는 중이지만 친문계 또한 후폭풍에서 온전할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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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야 3당이 마음먹으면 부결 이후에라도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9일 이후 다시 임시국회를 소집해 탄핵안을 재발의할 수 있다.

국회법상 일사부재의(一事不再議·부결된 안건을 다시 다루지 않음) 원칙은 동일한 회기 내에만 적용된다. 사상 초유의 한 대통령-두 번째 탄핵안이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 그땐 정치권 모두 새로운 변수인 특검만 쳐다보고 있을지 모른다.

강민석 기자 ms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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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