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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육청, 중학 이어 고교 역사교과서도 채택 연기 압박

국정 역사교과서(올바른 역사교과서)를 둘러싼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의 갈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4일 서울시교육청은 “연내 중학교에 이어 고등학교까지 한국사 과목 편성 조정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이르면 이번 주까지 고교 1학년에 한국사를 편성한 201개 학교를 전수조사하고, 이들 학교가 한국사를 2학년 이후 과정으로 재편성하도록 설득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학교장의 재량 권한인 과목 편성에 교육감이 압력을 행사하면 안 된다”는 교육부의 입장(1일 긴급기자회견)과 정면충돌한다. 교육부는 교육감의 ‘월권 행위’에 법적 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이날 시교육청 관계자는 “전수조사 과정에서 학교들이 자발적으로 한국사 과목을 재편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렇지 않은 학교에 대해선 권역별 교장단 회의 등을 통해 1학년에 편재한 한국사 과목을 2학년 이후로 조정하도록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30일 조희연(사진) 서울시교육감은 중학교 1학년 과정에 역사 과목을 편성한 19개 중학교 교장(17곳 회의 참석)을 불러 역사 과목을 2학년 이후 편성할 것을 주장했다. <본지 12월 1일자 2면> 그 결과 서울 소재 384개 중학교 모두 내년에 국정 역사교과서를 사용하지 않게 됐다. 고등학교도 중학교처럼 ‘교육 과정 재편’을 통해 국정 역사교과서의 학교 배포를 저지하겠다는 것이다.

서울 일선 학교엔 이미 교육부의 교과서 정책에 협조하지 말라는 교육청의 방침이 전파된 상태다. 이날 서울 소재 고교들에 따르면 시교육청은 지난 1일 ‘국정 역사교과서와 관련한 교육부의 어떤 자료도 학생에게 배포하지 말라’는 내용의 e메일을 보냈다. 메일은 교육청의 공문이 아니라 담당 장학사의 개인 명의였다.

서울 강북의 한 일반고 교감은 “공문으로 밝히기 껄끄러운 일은 이처럼 장학사 명의로 전체 메일을 보내는데 학교로서는 교육청의 뜻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일선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판단하면 될 문제를 왜 교육청이 나서 이래라저래라 하는지 모르겠다. 교육부와 교육청 사이에서 곤혹스럽다”고 덧붙였다.

교육청의 행보를 두고 교육계에선 단위 학교의 교과서 선택권을 침해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서울 강남구 소재 한 일반고 교장은 “교육청은 ‘제안’한 것이라고 말하지만 일선 학교 입장에서는 인사권과 예산권을 쥔 교육감의 권고를 통제·압력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청한 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교과서 선택은 학교 차원에서 판단할 문제라는 내부 의견이 있었지만 교육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교육감의 ‘압력’ 논란은 다른 지역에서도 불거지고 있다. 2일 경기·인천·강원교육감은 서울교육감과 함께 “국정 교과서 시행과 관련된 정부의 행정 행위에 협력하지 않겠다”는 공동 성명을 냈다.

교육부도 강경한 입장이다. 이날 박성민 교육부 역사교육정상화추진단 부단장은 “국정 역사교과서 선택과 관련해 단위 학교 자율권을 침해하지 말라는 공문을 각 교육청에 전달한 상태”라며 “교육청이 교육부의 요청을 이행하지 않으면 특정감사 등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정현진·전민희 기자 Jeong.hyeon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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