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금감원 “자살보험금 안 주면 중징계” 보험사 “판결 위배”

“약관대로 보험금을 지급하되 소멸시효 2년(2015년 3월 이후 3년)이 지났으면 보험금을 주지 않아도 된다.”

대법원이 ‘자살 재해사망보험금(자살보험금)’ 지급 여부에 대해 올해 두 차례(5월·9월) 소송에서 내린 최종 결론이다. 소송을 제기한 생명보험사는 안도했다. 올해 2월 현재 전체 자살보험금(2465억원)의 81%인 2003억원이 소멸시효(보험 가입자가 사망한 뒤 보험금을 청구해야 하는 시기)가 지난 보험금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금융감독원이 “대법원 판결과는 별도로 보험사의 보험업법 위반(약관 준수 의무 위반) 행위에 대해 중징계하겠다”고 나서면서 자살보험금 논란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소멸시효가 지난 보험금을 지급하라는 압박 성격이 짙다. 보험업계는 “대법원 판결에 어긋나는 부당한 조치”라고 항변하지만 금감원은 “금융감독 당국의 정당한 책무”라는 입장이다.
양쪽의 대립은 자살보험금의 탄생 원인을 놓고 벌이는 책임 소재 공방에서 비롯됐다. 애초 자살을 재해의 범주에 넣은 건 보험사이지만 보험 약관을 승인해 준 곳은 금감원이기 때문이다. 사건은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동아생명(현 KDB생명)은 신상품으로 재해사망특약을 내놨다. 일반사망보장에 특약을 끼워 판매하는 형태였다. 일반사망보장은 가입자의 사망 원인과 관계없이 약속한 금액을 지급한다. 반면 재해특약은 가입자가 재해로 사망할 경우 수익자(유족)에게 일반사망보험금은 기본이고, 일반사망보험금보다 2~3배 많은 재해사망보험금을 따로 지급한다.

다른 생명보험사들도 동아생명 특약 약관을 그대로 베낀 ‘미투(Me Too)’ 상품을 앞다퉈 출시했다. 그런데 동아생명이 특약을 만들 때 약관에 ‘가입 2년 뒤에는 자살 시에도 보험금을 준다’는 내용을 넣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약관을 만들 때 일본 보험업계의 재해사망보험 약관을 참고한다는 것이 실수로 일반사망보험 약관을 참고한 탓이다. 자살을 재해로 인정한 초유의 재해사망특약이 탄생한 배경이다. 금감원은 “당시 약관에 그런 내용이 있는 줄 몰랐다”고 말했다.

보험사들은 2007~2010년 대대적인 약관 수정에 나서 해당 조항을 없앴지만 이미 재해사망특약에 285만 명(2001~2010년)이 가입했다. 그사이 한국은 12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2014년 기준 10만 명당 25.8명)의 불명예를 안게 됐다. 자살한 보험 가입자의 유족은 대부분 재해사망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걸 알지 못했다. 보험사가 자살해도 재해사망특약의 보장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유족에게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감원의 조치는 한 발 더 늦었다. 금감원이 본격적으로 나선 건 2014년 ING생명 종합검사에서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사례가 대거 적발되면서다. ING생명의 미지급 보험금(소멸시효 경과 기준)은 688억원으로 보험업계에서 가장 많다.

금감원이 ING생명을 징계하고 다른 보험사에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라”고 명령하면서 보험금 청구가 봇물을 이뤘다. 그러나 이미 2000억원대로 커진 보험금에 부담을 느낀 보험사는 지급을 거부하는 대신 소송전에 들어갔다.

법원의 결정 이후 금감원의 압박이 거세지자 ING생명을 비롯한 9개 보험사는 “보험금을 지급하겠다”고 해 중징계를 피했다. 반면 보험금 지급을 거부한 빅3(삼성·교보·한화)와 알리안츠생명 등 4개 보험사는 금감원으로부터 '인허가 취소(법인), 해임 권고(대표이사)' 등의 중징계 예고 통보를 받았다.

보험업계 측은 “대법원 판결이 났는데도 보험금을 지급하면 배임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금감원 관계자는 “휴면 보험금을 비롯해 이미 소멸시효가 지난 보험금을 지급한 여러 사례에서도 배임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건 직무 유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가 커지고 나서야 중징계에 나선 금감원에 대해선 ‘과도한 행정 편의주의’라는 비판을 한다. 이기욱 금융소비자연맹 보험국장은 “보험사는 ‘약속한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신의성실의 원칙을 지키고, 금감원은 금융소비자 보호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 데 대해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경 기자 unipen@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