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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소크라테스 찾았다 ‘베르그루엔 철학상’ 찰스 테일러

베르그루엔

베르그루엔

현대철학의 거두 찰스 테일러(85) 캐나다 맥길대 명예교수가 제1회 베르그루엔 철학상을 수상했다. ‘집 없는 억만장자 자선사업가’로 유명한 니콜라스 베르그루엔(55)이 세운 베르그루엔 연구소가 제정한 상이다. 상금은 1백만 달러(약 11억7000만원).

베르그루엔 철학상은 이른바 ‘철학계의 노벨상’이다. 베르그루엔은 사상(ideas)이 인간 역사에 가장 커다란 영향을 미쳐왔는데도 사상가나 철학가를 기리는 상이 없다는 점에 착안해 2015년 이 상을 만들었다. 심사위원단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마이클 스펜스 뉴욕대 교수 등 저명 학자 9인으로 꾸려졌다.

수상자 선정 작업은 ‘살아있는 소크라테스’ 찾기였다. 후보자는 무려 500명에 달했다. 위원단의 선택은 찰스 테일러였다.

프랑스계 캐나다인인 테일러는 문화다원주의를 정치철학 안으로 가져와 이론화시킨 것으로 명성이 높다. 다른 문명과 지적 전통에 대한 인정과 존중의 중요성을 일깨운 철학자다. 그의 연구는 서구 문명이 단순한 단일 문명이 아니라 다양한 문명의 산물임을 보여줬다.

미국과 유럽을 비롯해 세계 각지에서 고립주의와 국수주의가 기승을 부리는 시기에 문화적 다양성의 가치를 역설해온 테일러의 수상은 의미심장하다.

심사위원인 에이미 구트만 펜실베이니아대 총장은 “테일러는 ‘적합한 인정(Due recognition)’이야말로 인간에게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회적 메시지를 던졌다”고 평가했다.
 
찰스 테일러

찰스 테일러

시상식은 1일(현지시간) 밤 뉴욕 맨해튼 42번가의 뉴욕공립도서관에서 열렸다. 행사엔 철학자, 자선사업가 등 30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이 상을 창설한 베르그루엔은 손님을 맞는 주인 역할을 하느라 분주했다. 요즘 가장 큰 걱정거리가 뭐냐고 묻자, 그는 “미국 대선 결과를 비롯해 세계 각지의 정치적 반응”이라며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야지, 뒤로 물러나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한국 상황에 대해서도 관심과 우려를 나타냈다.

시상식의 하이라이트는 테일러 교수와 CNN 앵커 파리드 자카리아의 대화였다.

“지금의 세계 상황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테일러는 “아주 좋지 않은 소용돌이에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개방적이고 평등한 개별국가들로 이뤄진 세계를 추구해왔다. 그런데 지금은 19세기 제국주의 시대로 회귀하는 위험에 처해있다”고 말했다. 한 시대를 연 노철학자의 얘기엔 비관과 낙관이 절묘하게 배합돼 있었다.

그는 미래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우리 기성세대들은 세상을 돌이킬 수 없게 엉망으로 만들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상황을 어느 정도까지만 억제할 수 있다면 미래엔 훨씬 많은 기회들이 있을 것이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i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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