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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의 수도’ 지나는 테제베, 샤넬 반발하는 까닭

샤넬이 브랜드를 대표하는 향수 ‘넘버 파이브(no.5)’의 향기를 지키기 위해 정부와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철도당국이 향수의 핵심 원료인 꽃을 재배하는 지역에 고속열차를 건설하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샤넬은 건설을 강행할 경우 지역에서 철수하겠다는 뜻까지 밝혔다.

AP통신에 따르면 샤넬은 2일(현지시간) 성명을 발표해 “이 지역의 꽃은 무척 특별해서 샤넬 향수를 만드는데 없어서는 안 된다”며 “철로가 재배 지역을 지나게 된다면 샤넬은 지역의 예술적 활동 지원을 중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문제가 되는 지역은 프랑스 남부 리비에라의 도시 그라스다. ‘향수의 수도’로 불리는 그라스에선 전세계 향료의 70~80%가 만들어진다. 샤넬 no.5의 고향이기도 하다. 1920년 이 지역에 여름 휴가를 왔던 코코 샤넬은 조향사 어네스트 보를 만났고, 이듬해 그에게 의뢰해 no.5를 탄생시켰다. 그라스의 재스민과 장미가 향의 원천이 됐다. 샤넬에 따르면 30ml짜리 no.5 한 병을 만드는 데 장미 10여 송이와 재스민 약 1000송이가 필요하다.

샤넬은 브랜드의 대표 향수를 생산하는 이 지역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그라스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하기 위한 캠페인을 후원했고, 2009년엔 꽃밭 인근에 쓰레기 집하장이 건설되는 것도 막았다.

샤넬이 이처럼 강경하지만 철도당국도 물러설 수 없는 입장이다. 국영 철도 기업인 SNCF은 “마르세유~니스 구간은 프랑스에서 가장 정체되는 구간”이라며 “두 도시를 잇는 테제베(TGV) 고속열차 건설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두 도시를 1시간 만에 연결하는 철도 확충을 위한 67억 유로(약 8조 3000억원) 규모의 투자도 받기로 돼 있다.

샤넬은 프랑스 정부 측에 대안 노선을 제시하며 로비하고 있다. SNCF가 소유하고 있는 칸의 구 역사를 활용하는 방안이다. 고속열차가 기존 철로를 따라 칸을 경유할 경우 샤넬의 주요 꽃 재배지인 라 로케트 쉬르 시아뉴는 철로를 피할 수 있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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