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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환의 제대로 읽는 재팬] 아베 “지방사업에 기부하세요, 법인세 60% 깎아줍니다”

아베 신조 총리(오른쪽)와 이시바 시게루 전 지방창생담당상이 2014년 9월 내각에 설치한 ‘마을·사람·일 창생본부 사무국’ 현판식을 하고 있는 모습. [지지통신]

아베 신조 총리(오른쪽)와 이시바 시게루 전 지방창생담당상이 2014년 9월 내각에 설치한 ‘마을·사람·일 창생본부 사무국’ 현판식을 하고 있는 모습. [지지통신]

일본의 빌딩 임대업체인 비루방크(빌딩뱅크)의 사코다 시게오(迫田茂雄·76) 회장은 지난 여름 고향인 교토(京都)부 마이즈루(舞鶴)시 측의 전화를 받았다. 시의 지방창생 사업을 위해 기부를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사코다 회장은 고교 졸업 후 고향을 떠난 지 55년이나 됐다. 마이즈루시의 인구가 10만명을 밑돌아 폐교가 생겨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있던 터였다. 그는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고향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하던 중에 회사 차원의 기부를 하기로 결정했다”며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부액에 대해선 수백만 엔이라며 정확한 답을 주지 않았다. 마이즈루는 2차 세계대전 후 66만명의 해외 억류 일본인이 송환된 항만도시다. 1988년 송환 자료 전시를 통해 평화 메시지를 전한다는 취지에서 마이즈루귀환기념관을 건립한 곳이기도 하다. 마이즈루시 측은 이 기념관의 리모델링과 아카이브 확충 사업을 기업의 기부금으로 충당하기로 했다. 이 시의 니시 사다유키 기획정책과 주사는 “전체 사업비는 4억 엔(약 41억원)으로 현재 절반 가량이 모금됐다”고 말했다.

홋카이도(北海道) 중앙의 경승지인 비에이초(美瑛町)는 최근 4개 기업의 기부를 받았다. ‘일본에서 가장 아름다운 내 고장 만들기 추진 프로젝트’가 대상이다. 관광 자원인 지역의 구릉 경관 보전과 외국어 안내 사인 정비를 통해 관광객을 지난해 169만명에서 2019년 185만명으로 늘리는 사업이다. 이 지자체의 이시자키 도모히로 정책조정과 계장은 “기업 기부를 통한 사업비(전체 4890만엔)로 관내 경관의 매력을 높여 국내외 관광객을 늘릴 방침”이라고 말했다. 홋카이도가 발상지인 유력 가구업체 니토리홀딩스는 재정이 파탄 나 재건에 나서고 있는 유바리(夕張)시에 내년까지 5억 엔을 기부하기로 했다.
일본에서 기업이 지방자치단체 사업에 기부하면 세(稅) 부담이 60% 가량 경감되는 ‘지방창생 응원 세제’가 본궤도에 오르고 있다. 이 제도는 개인이 지자체에 기부하면 2000엔을 뺀 전액이 세액 공제되고 특산물도 받는 고향 납세제도의 기업판이다. 일본 정부는 2008년 시행된 개인의 고향 납세제도가 지난해 1652억엔 모금으로 뿌리를 내리자 올해부터 기업으로 확대했다.

저출산·고령화의 쓰나미가 몰아치고 있는 지방의 활력을 되살리려는 정책의 일환이다. 지방에 민간 자금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고 지자체의 내 고장 살리기 아이디어 경쟁을 불러일으키려는 시도라고 내각 산하 지방창생추진 사무국은 밝히고 있다. 새 제도의 대상은 관광 진흥, 내 고장 정비, 이주민 증가 등이 기대되는 것으로 중앙 정부가 인정한 지자체 사업으로 한정된다. 올 8월 마이즈루시를 비롯해 81개 기초단체의 102개 사업이 1차로 승인 받았다. 지난달 25일엔 2차로 39개 기초단체의 55개 사업이 추가됐다. 1·2차 전체 사업비 규모는 687억엔(올해 257억엔)으로 해당 지자체는 기업 기부금으로 충당하게 된다. 지자체로선 가뭄에 단비가 아닐 수 없다.

기업이 이들 사업에 기부하면 실제 부담금은 기부액의 약 40%다. 손금(損金)처리(약 30%)와 법인세·법인주민세·법인사업세 세액 공제(30%)로 약 60%의 감세 혜택을 받기 때문이다. 1000만엔을 기부하면 실제 부담은 약 400만엔이라는 얘기다. 대도시에 집중된 법인 세수를 지방으로 돌리려는 것인 만큼 도쿄도 23개구 등은 대상에서 제외됐다. 기업의 본사가 위치한 지자체도 마찬가지다. 이들 지자체나 정부가 인정하지 않은 지자체 사업에 기부하면 손금 처리만 받는다. 개인이 지자체에 기부하면 사례품을 받지만 지자체의 기업에 대한 댓가 공여는 금지됐다. 기부 기업에 대한 지자체의 보조금 지급이나 입찰·인허가의 우대로 인한 유착을 막기 위해서다.

현재 이 제도는 오너 기업의 창업자가 고향의 사업에 기부하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비교적 자금을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홍보 차원에서 지자체의 국제스포츠대회 사업에 기부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오사카(大阪)부 이즈미사노(泉佐野)시는 국제 규격의 아이스스케이트장 조성을 통해 해외 관광객을 3배 늘리는 사업에 기업은 물론 개인의 기부도 활용하고 있다. 기업판 고향 납세 제도에 대해선 반발과 우려도 없지 않다. 대상에서 제외된 도쿄도 세제조사회는 지난 10월 “과세권 침해”라고 지적했다. 지자체간 격차도 문제다. 가타야마 요시히로(片山善博) 전 총무상은 언론에 “기업의 의사로 세금을 다른 곳으로 돌릴 수 있다. 지자체의 재정을 왜곡하는 제도”라고 말했다.


도쿄 특파원 hwas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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