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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서예 큰 어른’ 김충현 선생 추모전

67세 때 일중 선생 초상화.

67세 때 일중 선생 초상화.

일중(一中) 김충현(1921~2006)은 한국 현대 서예의 근간을 닦은 어른이다. 예서를 비롯해 한문 5체를 두루 체득했고, ‘훈민정음’과 ‘용비어천가’의 옛 판본(板本)을 저본으로 고체(古體)를 창안했다. 일제강점기인 1942년 『우리 글씨 쓰는 법』을 저술하는 등 아녀자의 글씨인 궁체(宮體)에 머물렀던 한글 서예를 널리 보급했다.

일중선생기념사업회(이사장 김재년)가 일중의 10주기를 맞아 1일 서울 인사동 백악미술관에서 연 강연회, 출판기념회 및 작품전은 한국 서예 연구자로서의 고인을 재발견하는 자리였다. 추모강연회는 50년 만에 발간된 『근역서보(槿域書譜』, 자서전 『예(藝)에 살다』 3판의 의미를 따져 서예 중흥에 매진한 일중의 뜻을 되새겼다.
50년 만에 편찬 된 『근역서보』. [사진 일중선생기념사업회]

50년 만에 편찬 된 『근역서보』. [사진 일중선생기념사업회]

‘근역서보’는 일중이 1967년 3월부터 1년 여 ‘신아일보’에 150회 집필한 연재물이다. 위창(葦滄) 오세창이 『근역서화징(槿域書畵徵)』(1917)에서 다룬 서예가를 바탕 해 나름 ‘절의(節義)’를 기준 삼아 우리나라 명필 150명의 작품과 생애를 풀이했다. 일중의 장남인 김재년 이사장이 신문 스크랩 형태로 보관해오던 것을 손수 컴퓨터에 입력하고, 이성민 성대 교수가 한문 번역과 윤독을 맡아 한국학 연구에 유용한 자료로 편찬했다.

이날 김수천 원광대 서예학과 교수는 ‘일정 분량 신문 연재물로서 전문성과 대중성을 겸한 최초 장편 서예 인물사’라 근역서보의 가치를 평가했다. ‘김충현의 서예에 담긴 문학’을 발표한 최연홍 시인은 ‘달은 숲새에 밝고, 샘은 돌 위에 맑다’란 작품을 예로 들며 “서예가와 시인이 각기 경계를 깨고 만나야 상생할 수 있다”고 토로했다. 전시는 7일까지. 02-734-4205.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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