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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추억] 박정희 피격 ‘10·26’ 현장 생존자 김계원 떠나다

1979년 10·26 사태때 서울 궁정동 안가에서 박정희 대통령이 김재규 중앙정보부 부장의 총탄에 피격돼 숨질 당시 동석했던 김계원(사진)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3일 오후 11시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3세.

김 전 실장은 이후 전두환 보안사령관이 이끈 합동수사본부에 의해 김재규 부장과 내란목적살인 및 내란중요임무종사미수 공모혐의로 군법회의에 회부돼 사형을 선고받았다가 이후 무기징역으로 감형됐다. 1982년 형 집행정지로 풀려난 후 88년에야 특별사면·복권됐다.

김 전 실장은 2012년 펴낸 회고록 『더 파더(The Father) 하나님의 은혜』에서 “10·26은 김재규 전 부장에 의한 우발적 범죄”라고 주장했다. 그는 회고록에서 김재규 부장은 10·26 당시 박 대통령이 안가에 도착하기 전 김 전 실장에게 “공화당의 실정(失政)과 시국을 강경하게 몰고 가려는 자들 때문에 각하의 판단이 더 흐려지고 있다. 특히 차지철 경호실장이 문제”라며 “실장님! 차지철 저놈 오늘 해치울까요?”라고 말했다고 적었다. 김 부장은 “대위밖에 안 지낸 자식(차 실장)이 장군, 장관 알기를 우습게 여겨”라는 말도 직전에 했다고 한다. 김 전 실장은 당시 “내일 각하께 보고드리는 자리에서 말씀드릴 것이고, 또 민정수석도 같은 뜻의 보고를 올릴 테니 어디 좀 지켜보자”고 달랬으나 군법회의에선 “차지철을 해치울까요”라고 묻는데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게 빌미가 돼 유죄를 받았다.
1979년 추석 다음날인 10월 6일 박정희 대통령(오른쪽)이 경북 구미에서 성묘를 한 뒤 생가를 방문한 자리에서 김계원 비서실장(가운데)에게 막걸리를 따르고 있다. 왼쪽은 차지철 경호실장. [중앙포토]

1979년 추석 다음날인 10월 6일 박정희 대통령(오른쪽)이 경북 구미에서 성묘를 한 뒤 생가를 방문한 자리에서 김계원 비서실장(가운데)에게 막걸리를 따르고 있다. 왼쪽은 차지철 경호실장. [중앙포토]

김 전 실장은 회고록을 준비중이던 2006년 월간조선 2월호와 인터뷰에서 “ 차지철과 김재규가 사이가 나빴던 것은 대통령의 큰딸인 박근혜씨를 둘러싼 힘겨루기가 원인”이라며 “차지철이 김재규가 하는 일에 제동을 걸었는데 그중 하나가 최태민 목사 문제였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재규 부장은 최태민 구국봉사단 총재가 재벌을 불러 꽤 많은 돈을 모았는데 차지철 실장이 최태민의 청와대 출입을 방조하고 있다고 박정희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한다. 김 전 실장은 이 잡지와 인터뷰에서 "당시 영애도 박정희 대통령에게 김재규를 많이 비난했지 않느냐”는 질문에 “자연히 그렇게 될 것 아닌가. 자기가 하는 일을 감시하는 것처럼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하니…”라고 답했다.

1923년 경북 영주에서 태어난 김 전 실장은 연희전문학교와 군사영어학교를 졸업하고 박정희 정권 당시 육군 참모총장과 중앙정보부장, 주대만 대사, 대통령 비서실장 등을 역임했다. 은퇴 이후에는 창군동우회 회장을 지냈다. 유족 측은 김 전 실장이 병상에서 최태민·최순실 일가의 국정농단 사건을 전해듣고 박근혜 대통령을 많이 걱정했다고 전했다.

빈소는 고대 안암병원 영안실, 발인은 7일 오전 10시. 유족으로는 부인 서봉선씨와 장남 병덕(기화산업 대표), 차남 병민(미국 체류), 장녀 혜령씨 등 2남1녀가 있다.

정효식 기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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